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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민족주의 관점에서 본 식민지조선

ㅇㅇ(118.43) 2018.03.21 19:17:21
조회 193 추천 3 댓글 0

근대화와 일본에 의한 식민지배에 직면한 조선인들은 이 무렵 이렇게 물었다. "조선인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 과정에서 그들은 '농민'을 주목했다. 발전과 근대화를 상징하는 도시적인 것들에 맞서는 존재로, 조선을 조선답게 하는 고유한 그 어떤 것을 보여주는 구체적 실체로 '농민'이 발명된 것이다.

이달 초 별세한 미국내 한국학의 대부 제임스 팔레 워싱턴주립대 교수가 길러낸 제자 중 한 명인 클라크 소렌슨 워싱턴주립대 교수는 '농민'은 식민지 사회에서 우리가 만들어낸 개념임을 지적하면서, 그것이 대한민국에서는 다른 형태로 부활했다고 말한다.

그 대표적인 증거로서 1960년대 초반 문화재보호법이 만들어지고 문화재 중 하나로 설정된 무형문화재의 80% 이상이 농촌의 의식이나 공예품과 관련되는 것임을 들었다.

하지만 '농민'이 대표하는 민족적 정체성은 억압과 폭력이라는 독소를 지니기도 한다.

이에 주목한 로빈슨은 그런 집단적 정체성이 식민지 모국(일본)이라는 타자에 대항하는 전체가 되며, 그럼으로써 모든 사회운동의 상이한 정체성(예컨대 성, 지역, 계급, 신분 등)을 짓밟아 '민족'이라는 붉은 글씨 테두리 안에 묶어 버리는 전체주의화 경향을 띤다는 것이다.

또 다른 팔레의 제자인 마이클 로빈슨 미국 인디애나대학 교수는 식민지시대 라디오 방송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를 단순히 일본의 정치적 통제와 동화정책을 촉진하기 위한 것(쉽게 말해 식민지 수탈정책의 일환이라는 견해)이라는 기존 시각을 비판했다.

로빈슨에 의하면 라디오는 식민지 조선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와 조선에 새로 출현하기 시작한 이른바 '근대성'의 구조를 형성함과 동시에 조선을 일본화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예컨대 독립된 한국어 방송이 허가되자, 전통음악 장르가 부활했으며, '천박한 유행가'를 둘러싸고 식민지 엘리트와 대중 사이에는 문화적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일본사 담당 부교수인 다칭 양(Daqing Yang)은 '일본 제국' 내의 전신과 전화 등 일본-조선-만주를 연결하는 전기통신망 사업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조선총독부와 일본 본국 정부 사이에 통신시설 관할권을 둘러싸고 심각한 충돌이 일어났음을 주목했다.

조선총독부 관료들은 본국에 독립된 독자적 권한 행사를 주장한 것이다. 조선총독부와 일본정부를 동일시하는 우리의 통념, 혹은 기존 역사학은 이 장면에서 충격을 받을 지 모른다.

한국근대사를 전공하는 도면회 대전대 교수가 완역해 최근 선보인 신기욱(미국 UCLA 교수)ㆍ마이클 로빈슨 엮음 '한국의 식민지 근대성'(삼인)은 한국 근현대사를 이해하는 만능키와도 같은 '민족'과 '민족주의'에 대해 '반기'를 들고 있다.

일본 식민지배만 없었다면 조선후기에 이미 내재적ㆍ자체적ㆍ자발적으로 맹아를 잉태한 자본주의적 근대화 움직임을 토대로 한국은 근대적 국민국가를 이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내재적 발전론과 자본주의 맹아론을 비판한다.

이번 책 저자들은 일제는 오로지 식민지 조선에서 수탈만 일삼았다는 매우 단순한 역사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족'과 '민족주의'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탈민족주의'를 강조한다. 이들에 의하면 민족주의적 연구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식민지 조선 사회는 단순하지 않았으며, 훨씬 복잡 다단했다는 것이다. 그런 복잡한 사회를 '민족'이라는 코드로만 읽어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일관된 흐름은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과 그에 따른 탈민족주의라고 할 수 있다. 한국어본에는 '내재적 발전론과 식민지 근대화론을 넘어서'라는 부제를 달았다.

그러나 내재적 발전론으로 대표되는 민족주의적 관점에 대한 비판이라는 점은 수긍이 가능하나, 소위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비판은 그다지 발견되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번역자는 이번 책이 "국가권력의 적나라한 폭력과 강제적인 입법, 공장ㆍ학교ㆍ병원ㆍ군대 등 근대적 제도를 통한 식민지 근대적 인간의 주조과정을 분석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음을 비판했으나, 그건 또 다른 연구의 주제일 뿐이지, 반드시 이번 책에서 다뤄야 할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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