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르노삼성 중고 승용차를 구입하였습니다.

후진하다 박고

전진하다 찍고

여기저기 돈 좀 깨졌습니다.

오일 교체할 때 차량 점검도 했습니다.

S*엔카 직영점에서 샀는데

오일 누유 절대 없다고 하셨던 중고차 딜러 분... 미션 누유 발견 ㅠㅠ

(다행히 신차 보증기간이 남은 중고 차여서 무상수리해준다고 합니다.)

차알못이라 차를 좀 더 사랑해보게다고 유튜브 영상도 보고 제조사 설명서도 다운로드해 보다가

자동차 동호회에 가입했고 여러 가지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중 눈길이 가던 DIY들이 있었는데,

르노삼성차 동호회에서는 차종에 관계없이 많은 분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시계를 장착하고 다니셨습니다.

좌측은 플라스틱 덮개에 구멍을 정말 깔끔하게 뚫어 아날로그 시계를 달았더군요.

우측은 티가 안 나게 구멍 하나 뚫지 않고 디지털시계를 룸미러 안에 내장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가끔 시계가 액정이 안보여서 불편할 때가 있었던것 같더라구요.

불편하지 않아도 불편하다고 해야 지금부터 하는 작업이 좀 더 합리적으로 되겠죠.

회사 지하주차장...

퇴근하려고 시동을 켜니 액정이 켜진 제 룸미러를 봤습니다.

시계 DIY를 한다면 저 룸미러 하이패스 잔액 나오는 액정에 시계를 띄우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 즉시 뜯어보니...

저렇게 OLED 창이 내장되어 있더군요.

드라이버 칩셋은 SSD1326이라는 부품인데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니 256*32 해상도에 16단계 명암 표현이 가능한 OLED였습니다.

이런 좋은 디스플레이로 겨우 잔액, 요금 따위만 표시하다니...

갑자기 손이 근질근질합니다.

집에 룸미러를 뜯어왔습니다.

SSD1326이라는 드라이버 칩셋 정보만 검색해도 저 OLED를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습니다만,

평상시 시계, 하이패스를 통과할 때에는 하이패스 요금, 잔액이 서로 충돌 없이 표시되어야 하므로 어떻게 데이터가 나오는지 봐야 했죠.

친구들이 생일파티 해줄 때 그중 후배 한명이 준 쿠폰 선물입니다.

Artwork이라고 기판 설계를 할 줄 아는 후배가 있었는데,

그 후배가 제가 하는 일을 도와준다고 준 쿠폰!

돈 주고 맡길 일을 쿠폰 주고 하긴 미안하므로 이 쿠폰을 룸미러 액정 시계를 만드는데 사용했습니다.

카톡으로 설명해주면서 아트웍 진행

몇 시간 만에 뚝딱 금방 만들어줌...

마무리 수정 마무리 대충 해주고 회사 PCB 한판 뜰 때 자투리 구석에 저거 몇 개만 떠달라고 했습니다.

부품들은 과거에 생산하고 악성 재고로 남은 쓰레기들 위주로 선정했습니다.

메인 CPU는 몇 년 전 구입했던 ATmega162V라는 칩인데 생산단계에서 변경되면서 4000개나 재고로 가지고 있답니다 ㅠㅠ

어쨌든 룸미러에 장착해보려니 위에 사출물과 간섭이 ㅠㅠ

하이패스 메인보드와 결합해보고 대충 감잡고 PCB를 좀 잘라냈습니다.

펌웨어 작성 시작!

처음에는 저렇게 엉망이

왜 안되는지 2~3시간 허비한 것 같은데 데이터시트를 대충 보고 4가지 인터페이스 중 하나를 잘못 선택한.... 결국은 제 실수였습니다.

집구석에 박혀있던 내비게이션에서 GPS를 뜯어냈습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내비게이션을 만드는 많은 중소기업 회사가 저런 GPS 모듈을 사용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필요한 많은 정보는 GPS 내부 소프트웨어가 계산해 출력해줍니다.

내비게이션 제조사들도 결국 GPS 모듈에서 쏴주는 데이터를 읽어 지도에 표시할 뿐이죠.

시간 정보를 GPS에서 받아오려고 합니다.

GPS가 쏴주는 데이터를 OLED에 띄워봅니다.

참고로 기아차를 안 고르고 르노삼성차를 고른 이유는 자동차 실내 버튼들이 빨간색이 싫어서인 이유도 있습니다.^^

저는 흰색이 좋아서 노트북도 HP, DELL같은 표시등이 흰 색인 것만 고르고

특별한 사항이 아니면 제품 디자인도 흰색 LED를 사용하는 것에 맞춰 디자인하도록 합니다.

GPS에서 오는 정보가 잘 표시되는지 베란다에서 확인해 봅니다.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을 때 차에 싣고 다녀 잘 작동하는지도 봤습니다.

그리고 하이패스가 작동하면 자동으로 하이패스로 전환되는 것도 확인!

보드는 이렇게 완성되었습니다.

시계 말고도 다른 정보도 띄울 것인데 조작 버튼을 만들기 위해 전면 커버나 룸미러에 구멍을 뚫긴 싫었습니다.

저 룸미러 뒷부분에 정전식 터치센서를 붙일 것입니다.

그냥 붙였더니 하프미러 룸미러라 표면이 전도성이어서 어딜 눌러도 엉뚱한 터치가 인식되었습니다.

저렇게 룸미러 측과 차폐한 후 개스킷으로 사람 손이 닿으면 정전용량이 바뀌도록 했습니다.

저는 제품이 크더라도 PCB 설계시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가능한 작게 뜨도록 지시합니다.

ECM 보드 개발자가 어떤 뜻이 있어 저 크기로 만들었는지 제 짧은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만,

아무리 봐도 저 위에 있는 부품만 옮기면 될 것 같아 톱으로 잘라버렸습니다.

이제 ECM 룸미러는 신 차 보증수리대상에서 완벽히 제외되었습니다.

다행히 어찌어찌 룸미러에 장착이 되었습니다.

전선이 복잡하지만 테스트중이라 그런 것이고 내열 테이프로 잘 마감했습니다.

PCB에 점퍼를 많이 날린 것처럼 보이는데 하이패스 메인보드에서 전원을 받도록 설계했으나

집에서 펌웨어 작성하는 동안 자체 보드에서 전원을 공급받느라 그런 것입니다.

(PCB는 후배가 한 번에 잘 떠줬어요^^)

짠 완성 사진입니다.

GPS로 수신되니  날짜, 요일, 시간이 정확히 표시되고 있습니다.

OLED에서 뿌린 화면이 룸미러 내측 하프미러에 반사된 후 OLED 표면에 재 반사가 이뤄져 저렇게 겹쳐 보입니다.

그래서 순정형 적색 OLED에는 표면이 반사율이 적은 필름을 붙여져 있었죠. 그래도 실제로는 보는데 지장은 없습니다.

표시되는 기능들...

날짜/요일, 나침반, 온도, 차량 전압, 속도, 해발고도, 위도/경도, 큰 시계 화면

참고로 해발고도는 계산을 잘못해서 저렇게 표시되는데 실제로는 102M를 잘못 표시 중인 것입니다.

나중에 시간 나면 수정하려고 합니다.

각각의 모드 전환은 화면을 터치하여 바꿀 수 있습니다.

시계를 터치하면 큰 화면으로 시계만 표시됩니다.

화면이 눈에 거슬린다면 시계를 길게 눌러 화면을 끌 수 있습니다.

시계를 2초 이상 길게 누르면 설정 메뉴로도 진입할 수 있지요.

이처럼 모든 조작을 화면 터치로 할 수 있습니다.

나침반 모드에서 작동 모습

속도 표시모드

가장 중요한 하이패스 통과시 하이패스 화면으로 바뀌는 모습

시계 기능 때문에 하이패스 기능을 버릴 순 없죠.^^

지하주차장이나 터널에 진입하면 GPS가 수신될 수 없다고 저렇게 위성 아이콘이 표시됩니다.

전에는 시동 걸때만 잠깐 얼굴을 보여주던 OLED 이제는 운전할 때 항상 저와 함께할 것입니다.

낮에 작동 중인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