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S#1 더운 여름, 낮, 집

베란다의 남자

남자,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이내 거실로 들어와 말한다

“히바리가 없네...”

남자 옆에 귀뚜라미가 울고 있다. 여름의 더위에 귀뚜라미마저 풀이 죽은 듯 하다.

오래된 선풍기의 소리만 조용한 방안을 채운다.

남자 목을 매단다.

베란다 창 사이로 바람이 불어와 내지 못한 고지서들이 날리면서 바닥에 흩뿌려진다.

쿵 하는 소리에 남자 떨어진다.

남자 흐느끼듯 다 찢어진 소파위에 올라가 울 듯 잠이 들 듯 죽은 척 하는 것처럼 누워있다.

남자 누워 문득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 차라리 다른 것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 지난 삶을 저주하듯 후회하듯 그렇게 꼼짝않고 있다. 화면이 프리즈된 것처럼

한참을 누워있다가 잠이 든다.

S#2 더운 여름, 낮, 집

귀뚜라미, 귀뚤 귀뚤 울면서 이동한다.

S#3 더운 여름, 낮, 집

벽에 걸린 거울, 거울에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다.

S#4 더운 여름, 밤, 집

의자 가만히 있다. 갑자기 조금씩 움직인다? 조금씩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다 이내 넘어진다.

S#5 더운 여름, 낮, 집

오래된 냉장고... 윙 하며 소리를 울린다

남자 생각한다.

“어쩌다 냉장고가 되었을까....?”

S#6 더운 여름, 낮, 집

사람들이 흙도 털지 않고 신발을 신은 채 집으로 들어온다. 물건을 다 처분 하듯 냉장고 역시 어디론가 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