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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 20. 위로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247) 2019.04.07 21:11:53
조회 605 추천 5 댓글 1


20. 위로

"상무님, 원더그룹 홍보팀에서 또 연락이 왔는데요.."
"안 한다고 했잖아."
"하지만, 벌써 몇 번째.."
"지금도 충분히 바빠. 내가 화보까지 찍을 틈이 어딨어? "
그랬다. 벌써 몇 차례나 홍보팀에서는 사내지에 서진의 화보를 싣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발단은 지난 사내지에 두 면짜리 인터뷰 기사가 실리면서부터였다. 원더랜드 경영자로서도, 웹툰 작가로서도 일절 언론 인터뷰를 하는 일이 없는 그였지만, 사내 홍보지에 실릴 내용이기에 사진 몇 컷 찍고 간단한 인터뷰에 응한 것이 전부였는데.. 판매용도 아니건만 발행된 홍보지가 금새 바닥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중고용품 거래  사이트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될 정도로 인기가 있다는 소문마저 들렸다.
이미 웹툰 작가로서 명성을 날리고 있던 그였다. 갑작스런 잠적, 5년 뒤 실명과 얼굴 공개, 재벌 2세라는 놀라운 정체, 이런 여러 가지 이슈들이 겹쳐 서진에 대한 인기는 꽤 대단했다.
그러니 홍보팀에서 이번에는 제대로 화보를 찍어보자는 제안이었는데  서진이 번번히 거절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사회에서 서진의 유명세를 이용해 광고를 찍자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회장님도.."
"회장님께는 내가 잘 말씀드릴게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고 싶으니 그 얘긴  그만해요.
서진은 잘라 말했다. 이제 원더랜드 리오프닝을 위한 밑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려나갈 시기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자신의 삶을 뺴앗기고 싶은 마음은 없다.


오늘도 늦은 시간 퇴근이다. 오늘도 늦을 것 같아 직원들은 모두 퇴근시키고 뒤늦게 집에 돌아가는 길이다.
갑자기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팔 하나가 쑥 들어와 서진의 팔짱을 쑥, 낀다.
"오빠!!"
"!!! 우정이구나!!"
"오늘도 이 시간에 들어가는거야?"
"응, 오늘도 할 일이 많았어."
"할 일이 많았던 거야, 할 일을 많이 만들었던 거야?"
"음.. 둘 다? 집에 일찍 들어가도 할 일도 없잖아."
"왜 할 일이 없어? 나한테 놀아달라고 하면 되지.. "
"넌 은창이랑 놀아야지. 요즘도 잘 지내?"
"그럼~ 왜 서커스단에는 한 번 놀러도 안 와? 단원들 모두, 오빠 얘기 가끔 하는데.. 맨날 권비서님 통해서 단원들 그렇게 챙기면서.."
"음.."
"참 오빠, 요즘 팬카페 말이야, 회원수가 엄청나게 늘었다? 오빠 얼굴 공개된 뒤로 슬금슬금 회원수가 늘더니, 요즘은 장난 아니야."
"내가 무슨 연예인이라도 되나, 요즘은 작품 연재도 안 하는데.."
"연예인은 아니지만 연예인 뺨치긴 하지.. 울 오빠 얼굴이야 어디 내놔도 부끄럽진 않으니까.. 듣자하니까 직원들 사이에서도 구상무 팬클럽이 있다던데?"
"아니야, 그런 거 없어. 나한테 업무 이외에 이야기 나누는 여자는 너 뿐이야."
"무슨 소리야.. 기획팀에 누구누구, 총무팀에 누구누구 아무튼 여직원들마다 복도에서 오빠 한 번 보려고 매일 그렇게 기다린다는데.."
"하하하, 그런 얘기는 대체 누구한테 듣는건데?"
서진은 팔짱을 끼고 걸으며 종알대는 우정이를 보며 웃었다.
참, 오랜만에 웃어보네.
"왜, 여직원들 모두 흠모해 마지 않는 구상무님이신데.. 그 구상무님이 너무 둔해서 자기가 그렇게 인기있는 줄도 모르는 게 문제지만.."
"나한테 말 한마디 거는 사람도 없다니까?"
"오빠가 여지를 줘야 말이지, 복도에서 마주치는 여자 직원들하고 눈이나 마주친 적 있어? 복직한 뒤로는 훨씬 부드러워졌다고는 하지만.. 철벽도 그런 철벽이 없다고 아주 명성이 자자하세요, 구상무님이."
"그럼 우리 우정이, 아주 영광이네. 구상무님하고 팔짱까지 끼고.."

복직한 뒤로, 서진이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는 우정이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늘 미간을 찌푸린 채 딱딱하게 업무지시만 내리던 서진이 비서실 직원들 생일이며, 가족들 안부도 챙기고, 농담도 건넨다는 것이다. 10여년을 같이 지낸 권비서도 상무님이 이름조차 기억 못 하던  딸 다미 선물도 챙겨준다며 놀랄 정도였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다미와 여행을 다녀오라며, 일부러 유럽 쪽으로 출장을 보내준다는 자랑을 오늘 들은 참이었다.  근래에는 직원들의 복지에도 세심하게 신경써서 그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었다.

"권비서님 말씀이, 요즘은 회장님 통해서 선도 많이 들어온다는데?"
"선 안 봐. 안 본다고 말씀드렸어."
"왜? 하나 언니때문에?"
"..."
"오빠, 혹시 그 뒤로 하나언니한테 연락받은 적 있어?"
"..."
"오빠, 하나 언니가 그렇게 좋아? 오빠 좋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도?"
"..."
"나, 하나 언니 좋아해. 로빈이랑 하나 언니랑 결혼한다고 했을 때도 받아들였을 정도로. 같은 여자로서 봐도,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 따뜻하고.. 그런데 6개월이 다 되어가도록 오빠한테는 연락 한 번 안 했잖아. 난 가끔 하나 언니랑 연락해. 서로 조심하느라고 그렇겠지만 오빠 얘긴 한 번도 안 했어."
우정이가 서진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도 오빠, 하나 언니가 그렇게 좋아?"

서진은 말이 없다. 그저 멀리 앞을 바라볼 뿐 쉽게 입을 열지 못한다.
이윽고 서진이 입을 연다.

"나도 매일 생각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사랑인지...
하나씨가 떠난 이후로 단 한 번도 목소리조차 들은 적이 없는데, 혼자만 그리워하고 마음 아픈 게 과연 사랑인지..
그 사람은 나를 잊고 잘 살고 있는데,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내 마음이 혹시 집착은 아닌지.. 나도 고민했어.
사람은 변하는 거고, 그렇다면 사랑도 변하기 마련인데.. 이미 끝나 버린 사랑을 내가 그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서진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가 뜬다.

"하지만 우정아,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일상을 같이 하지 못하고 얼굴을 보지 못해도
여전히 그 사람으로 인해 위로받고 용기를 얻는다면, 그건.. 사랑 아닐까?"
"오빠.."
"아버지 마저 외면했던 나야. 어머니조차 괴물 보듯 뒷걸음질 쳤던 나라구. 그런 나를 안아줬던 사람이야. 그래서, 좋아하는 마음이 쉽게 사라지질 않네.."
"오빠.."
우정이의 눈에 눈물이 어린다.
"오빠.. 힘들어서 어떻게 해.."

서진이 싱긋, 웃는다.

"힘들어. 너무 보고 싶고, 하나씨가 나를 잊었을까 너무 불안하고.
그래도 불행하지 않아. 열심히 살고 있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를만큼..."

혼잣말이었을까.

"하나씨가 정말 나를 잊은 거라면, 나도 잊을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때까진 지금 이 마음 그대로 나 혼자, 그 사랑을 계속해 보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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