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재탕상플]그대와 함께2

그냥조력자(116.127) 2014.08.27 21:12:11
조회 609 추천 9 댓글 2

그대와 함께2





톡. 톡. 톡.


주중원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쳤다. 그는 지금 어젯밤 일어난 일에 대해 책상에 기대앉아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음... 그러니까 정리해보자면, 그 꼬마 옆에 귀신이 붙어있고, 그 귀신은 얼마 전 교통사고로 죽은 그 애 엄마다. 이런 얘기지?”

“네. 모습이 끔찍하긴 했지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으니 뭐... 그런데 이상하게 무섭진 않았어요. 그냥... 많이 슬프고 아픈 느낌이 들었어요.”

“많이 슬프고 아픈 느낌이라... 근데, 그 귀신이 도와달라고도 안했다며? 왜 그 애한테 접근한 거야?”

“그게... 좀 이상한 점이 있어서요. 보통 그런 몰골의 귀신은 한이 많아서 저를 보면 달려들기 일쑤인데 그 귀신은 그러지 않았거든요. 단지... 아까도 말했지만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나 슬퍼보여서...... 피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계속 애만 바라보는데... 아후, 도저히 가만있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니까 이제는 24시간 서비스로도 부족해 이쪽에서 먼저 찾아가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해결해 주시겠다?”


그의 핀잔 섞인 말에 태공실이 배시시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 애를 위해서예요. 김 실장님께 여쭈어봤더니 어린애가 실어증까지 걸리고 많이 아프다던데... 엄마를 눈앞에서 잃고 오죽하면 그러겠어요. 안됐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한 번 만나 보려구요. 뭔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르니까... 그럼, 갔다 올게요.”


태공실이 몸을 돌렸다. 주중원이 재빨리 일어나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어딜 혼자 가! ...나랑 같이 가.”

“어머? 사장님 일 때문에 바쁘시잖아요. 그냥 저 혼자 갔다 올게요.”

“무슨 소리야! 나, 일 때문에 가는 거야. 사업파트너인 세진이랑 그쪽이랑 다리를 놔줘야 상하이 쪽이 좀 더 원활하게 돌아갈 거거든. 게다가 나 없이 혼자 찾아가면 차 회장 만날 수나 있을 것 같아? 흥, 어림없는 소리.”


하지만 어째 궁색한 변명 같이 들리는 태공실이었다.


“훗- 그냥, 내가 걱정되는 건 아니구요?”


주중원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물론... 그것도 있고... 혹시라도 어제와 같은 일이 또 생기면...... 태공실! 네가 이런 일을 하러갈 때마다 내 마음이 얼마나 조마조마한지 알아? 네가 전에 카센터 그놈에게 잡혔을 때도......!!! 윽! ...젠장, 다시는 그런 기분 느끼고 싶지 않아! 그때,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


태공실은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의 마음. 여리고도 애틋한 그 마음이 손을 통해 전해져왔다. 그녀가 활짝 웃으며 주중원의 팔짱을 꼈다.


“그럼, 같이 가요!”


그제서야 주중원이 태공실을 보며 씩 웃었다.


팔짱을 끼고 웃으면서 다정하게 사무실을 나오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김귀도도 같이 미소를 지었다. 눈부신 햇살이 두 사람을 계속 따사롭게 비추고 있는 것 같았다.


“근데, 사장님. 사장님도 사실은 그 애, 신경이 쓰이는 거죠?”

“쓰읍! 너! 난 어디까지나 너 때문에, 아니, 일 때문에 가는 거라니까!”

“에이, 나 다 봤는데. 사장님이 그 애 쳐다보는 눈빛.”

“너 자꾸 이러면 차 회장에게 소개 안 시켜주는 수가 있어.”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하하하!”


............


차태석은 소파에 누워 잠이 든 아들 성진을 서글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방금 전에 다녀간 의사의 말로는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고 단지 마음의 문제라고 했다. 늘 그렇듯 뻔한 말이다. 정신적 충격. 닫혀버린 마음의 문.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게다가 어제 파티장에서의 그 반응은 대체...


그는 한숨을 길게 쉬며 아들이 덮고 있던 담요를 다시 고쳐서 잘 덮어주었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이정도 뿐이다. 길고 긴 한숨이 다시 이어졌다.


노크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더니 비서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그에게 다가서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킹덤의 주중원 사장님께서 오셨습니다.”


아까 연락을 받긴 했지만 그의 방문은 이례적인 것이라 차태석은 내심 의아해하고 있었다.


“안으로 모셔요. 곧 나갈 테니.”


비서가 밖으로 나갔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들을 내려다보았다. 어제일로 급하게 조사를 해보았다. 아들 성진이가 격렬한 반응을 보였던 사람이 킹덤 주중원 사장의 사람인 것을 확인했다. 어젯밤의 일로 찾아온 건가? 아니, 전화로는 일 때문이라고 했는데. 세진과의 파트너쉽이 어쩌고... 아아, 속을 모르겠다. 지금으로선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 웬만하면 거절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는 방을 나섰다.


그가 아들이 잠든 별실의 문을 닫고 집무실 책상으로 다가가는데 남녀 한 쌍이 비서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킹덤의 주중원 사장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주중원 사장님.”


차태석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주중원이 손을 맞잡아 악수를 하며 인사했다.


“불쑥 찾아왔는데도 흔쾌히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킹덤의 주중원입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아... 차는...?”

“괜찮습니다. 오래 있지는 않을 겁니다.”


차태석이 자리를 권했고 주중원과 태공실이 자리에 앉았다.


“그래... 긴히 상의드릴 일이라고 아까 전화로 그러셨는데 어떤 일인가요? 주 사장님과 전 같이 일할 일이 없을 텐데요.”

“네. 물론 저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을 겁니다. 단지 킹덤과 파트너를 이룬 세진 쪽과 관계가 있는 일입니다. 중국 진출 건으로 제안을 하고 싶어서요.”


차태석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이런 일로 그가 직접 찾아온 것이 내심 마음에 걸렸다.


“음... 무슨 말씀인지 대충 감이 오는군요. 세진이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 중이라죠. 주 사장님도 그렇고. 세진이 중국 물류 쪽이 좀 부족하긴 하지요. 그것을 우리 회사와 업무제휴를 맺는 것으로 보완을 한다... 그렇다면 양쪽에 많은 이익이 돌아올 일이긴 하겠군요. 그런데! 그 일을 왜 세진이 직접 의사타진해오지 않고 주 사장님이 오셨는지...? 아! 조만간 결혼 하신다 들었는데 세진그룹 박서현 사장님과?”


그의 생각이 입을 통해 빠르게 흘러나오자 주중원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아! 회장님이 그렇게 생각하실 만도 합니다. 제가 평소 오지랖이 넓었던 것도 아니고. 하지만 제 결혼 상대는 세진의 박 사장님이 아닌 지금 제 옆의 이 사람입니다.”


그러면서 주중원은 태공실을 가리켰다.


“인사가 늦었네요. 제 약혼녀 태공실입니다.”


태공실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태공실이라고 합니다. 사실... 여긴 제가 오자고 사장님을 졸랐어요. 무례를 용서해 주세요. 하지만 꼭 여기 올 이유가 있어서... 저... 회장님, 아드님을 만나보고 싶어서요.”


차태석은 태공실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찬찬히 훑어보니 어제일이 떠오르면서 여자의 얼굴이 기억이 난다. 이 여자, 아들 성진이가 껴안았던 바로 그 여자다! 그런데 이 여자, 주중원 사장의 비서가 아니라 그의 약혼녀였던 거다.


갑자기 경계심이 일었다. 이 여자가 대체 뭐라고 했길래 아들이 파티장에서 그 난리를 쳤던가?


“이제 보니......!”

“어제일은 죄송하게 됐어요. 전 단지 사모님께서 시키신 대로 했을 뿐인데 아드님이 그렇게 반응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뭐라고! 차태석은 머리를 둔기로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당신! 지금 무슨 얘길 하는지 알고 말하는 거요? 내 아내가... 뭐...라고...?”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죠. 알아요. 그리고 지금 제 얘기가 이상하게 들리신다는 것도 잘 알구요. 하지만 믿어주세요. 사모님이 너무나 가슴 아파하고 계세요. 편히 쉬지도 못하고 여기 아드님 있는 곳에서 계속 맴돌며 슬퍼하고 계세요.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아드님 곁을 떠나지 않아서 얘길 들을 수가 없어요. 아드님을 만난다면 얘길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만!!!”


차태석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 질렀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그의 머리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소리 지르지 않기 위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주먹 쥔 손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만 하고 당장 여기서 나가주시오.”


차태석은 두 사람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회장님, 제 말을 좀... 전 단지 돕고 싶어서...”


차태석이 태공실의 말을 가로막았다.


“내가 지금 최대한 이성을 잃지 않고 당신들을 대하는 건 당신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지금 저쪽 방에서 겨우 잠이 든 불쌍하기 짝이 없는 내 아들을 깨우지 않기 위해서요. 방금 전 교통사고라고 했나? 맞소. 사고였지. 하지만 그 사고로 우리 집안은 풍비박산 났소. 난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고 내 아들은 엄마를 잃고 실어증에 걸렸어. 이제는 아들 목소리가 어땠는지 기억도 나지 않아. 너무나 괴롭고 고통스러워서 죽고 싶은데 아들 때문에 죽을 수도 없어. 그저 간신히, 간신히 버티고 있는 사람한테 와서 뭐? 죽은 아내가 뭐라고? 지금 대체 당신들이 뭘 하고 있는 지나 알고 있는 거요?”


한 마디 한 마디 쏟아내는 말들이 얼마나 무겁고 아픈지 그의 두 눈은 핏발이 잔뜩 서 있었고 목소리는 갈라져 그르렁거렸다. 그런 차태석의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태공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중엔 차태석과 시선도 맞추지 못하고 그만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태공실, 그만 가자.”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를 깨뜨린 건 주중원이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태공실의 팔을 잡아 그녀도 일으켜 세웠다. 그의 눈이 차가운 빛을 뿌렸다. 그는 차태석 회장의 마음을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자신도 태공실을 처음 만났을 때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어렵게 찾아와 애써 도움을 주려는 태공실을, 자신의 태양을 매몰차게 대하는 그의 태도까지 용납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순수한 선의로 다가오는 사람을 이렇듯 매정하게 쫓아내는 사람을 도울 이유가 그에겐 없는 것이다.


“도와주고 싶어도 도움을 거절한다면 우리로선 더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돌아가자.”


그가 태공실에게 말했다.


“하지만...... 아......”


태공실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주중원과 차태석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렇지만 역시 주중원의 말 대로였다. 그녀 역시 더는 어찌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그녀가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의 처진 어깨를 주중원이 감싸 안으며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에 다다랐을 즈음 주중원이 고개를 살짝 돌려 태공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자리의 사람에겐 별의별 인간들이 다 접근해 오지. 거기서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안목을 갖추는 것은 오너의 중요한 자질이야. 세진에겐 다른 곳을 찾아보는 게 좋겠다고 얘기해줘야겠어.”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고 두 사람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차태석은 계속 닫힌 문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서 있었다. 자신에게 한 말이 분명한, 주중원이 남긴 마지막 말을 곱씹으면서.


............


주중원은 차를 타고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나오며 옆에 앉은 태공실을 흘깃 쳐다보았다. 그녀는 잔뜩 풀이 죽은 채 멀거니 창밖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우리 애기가 맘이 많이 상했나 보네.”


주중원이 짐짓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지금의 태공실에게 그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태공실, 이제 그만 해. 우리도 더는 어쩔 수가 없잖아. 도와주겠다는데도 상대편이 싫다고 하면 그걸로 끝인 거야.”


마음이 상한 주중원의 목소리가 차 안을 울렸다.


“알아요. 하지만, 그래도 안쓰러운 건 어쩔 수가 없어요. 얼마나 그동안 힘들었으면, 얼마나 많이 슬프고 괴로웠으면 그랬을까 생각하면...... 저 이해할 수 있어요. 그렇게 밀어내는 거 당연해요.”

“너, 그런 푸대접을 받고도 아직 포기 못한 거야? 어? 그런 거야?”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묻는 그의 말에 태공실은 미소로 답을 했다.


“그럼요. 포기 못하죠. 아니, 안하는 거예요. 내가 처음에 사장님한테 막 들러붙으려고 할 때 생각 안나요? 그땐 지금 보다 훨씬 더했어요. 똥개소리 들어가면서도 계속 들이대니까 사장님이 나 붙여준 거잖아요.”

“아니, 어디다 마구 갖다 붙여! 그럼 지금의 차 회장이 그때의 나라도 된단 소리야! 난 아무리 네가 뭐라 그래도 내 여자가 그런 대접 받는 거 못 참아. 아니, 안 참을 거야!”

“어휴, 이럴 때 보면 꼭 어린애 같다니까. 내가 결혼도 하기 전에 애부터 키우고 있네요, 참 나.”


태공실이 푸념 끝에 소리 내어 웃으며 주중원의 손을 잡자 그가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홱 돌렸다.


“홀리지 마, 정신 산란하게... 나 지금 운전 중이야.”


............


“그만!!!”


고함소리에 잠이 깼다. 아이가 천천히 눈을 떴다. 자기 아빠의 목소리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무엇 때문에 저렇게 화를 내시는 걸까. ‘그날’ 이후로 아빠는 큰소리 한 번 내신 적 없는데... 아니다. 알 수 있다, 아빠가 왜 그러시는지. 아마도 자신 때문일 것이다. 모든 게 다 자기 탓이니까. 자기 때문에 엄마도 하늘나라로 가셨다. 매일 코끝을 살짝 건드리며 ‘안녕, 작은 별’ 하고 인사하던 천사 같은 엄마... 이제는 정말로 천사가 되셨다. 이제 엄마는 옆에 없다...


아빠가 밤마다 혼자서 숨죽여 우는 것을 보는 게 너무나 괴로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저 죽고만 싶었다. 아, 차라리 ‘그날’ 죽었어야 했다. 내가, 죽었어야 했다. 엄마가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내 대신 엄마가.......!


또 목이 메인다. 혀가 뻣뻣하다. 말을 할 수가 없다. 가슴이 답답한 게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힘겹게 담요를 걷어내고 소파에서 내려왔다.


아빠의 목소리가 웅얼웅얼 들린다. 하지만 뭐라고 하시는지는 잘 모르겠다.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시는 중인가? 이상하게 궁금하다. 천천히 문 쪽으로 걸어가서 조용히 손잡이를 돌렸다. 그리고 문을 조금 열고 그 틈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일 테지만 지금은 왠지 꼭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막 문을 열고 나가려 하고 있었다. 키 큰 남자와 여자. 키 큰 남자가 여자를 보고 무어라 말을 한다. 여자가 살짝 고개를 옆으로 돌려 말하는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안녕, 작은 별.’


엄마?


엄마다!!! 어젯밤에 본 엄마! 엄마와 자신만이 알고 있는 비밀 인사, 그 인사를 어젯밤에 다시 찾아와 해주었던, 모습은 다르지만 틀림없는 엄마다!


엄마-!!!


입을 벌렸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문은 닫히고 엄마는 낯선 아저씨와 사라져 버렸다. 안 돼, 안 돼!!!


아빠, 아빠는? 아빤 어디 있는 거야? 아빠! 엄마를 왜 붙잡지 않았어요! 얼굴이 달라서? 아니야! 엄마야! 엄마라구!!! 왜 몰라보는 거야!!!


있는 힘껏 문을 열어젖혔다. 쾅 하고 문이 열리자 깜짝 놀란 아빠가 돌아보았다. 그 모습은 본체만체하고 출입문 쪽으로 힘껏 달려 나갔다. 아빠가 이름을 부르며 쫓아오고 있었다.


............


주중원과 태공실을 태운 차가 건물을 빠져나와 도로로 들어서고 있었다. 주중원이 왼쪽 방향지시등을 켜며 1차로로 차선을 변경했다. 하지만 신호에 걸려 차를 멈추게 되었다.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태공실은 고개를 돌려 옆 차창을 바라보았다. 차창 밖으로 높다랗게 서있는 건익그룹의 빌딩이 보였다. 창문을 내려 빌딩을 다시 찬찬히 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작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이를 한 번 더 볼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때였다. 빌딩에서 누군가 휙 하고 튀어나왔다. 체구가 작은 걸 보니 어린애다. 아이는 빌딩을 나와 길가 쪽으로 오더니 무언가를 찾는 듯 열심히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어? 저 애!”


태공실이 알아보고 아이를 향해 소리쳐 불렀다.


“얘! 성진아! 차성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아이가 태공실 쪽으로 단박에 고개를 돌렸다. 멀리서 봐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아이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져 있었다. 태공실이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아이가 태공실 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왕복 8차선의 넓은 도로 한복판으로 뛰어든 것이다!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었다! 정차해 있던 차들이 신호를 받고 앞으로 달려 나가려는 중이었다. 그런데 작은 물체가 불쑥 차 앞으로 뛰어들자 깜짝 놀라며 일제히 경적을 울려대는 것이다!


“위험해!!!”


태공실이 안전벨트를 풀고 차문을 열어 밖으로 뛰쳐나간 건 그야말로 순식간의 일이었다.


“태공실!!!”


주중원이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간발의 차로 놓쳐버리고 그의 손은 허공을 움켜쥐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도 곧바로 벨트를 풀고 태공실을 따라 번개같이 차에서 뛰어내렸다.


경적소리가 귀청을 찢을 듯 하고 차들이 휙휙 지나쳐 갔지만 태공실의 눈엔 그런 것은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어리고 작은 아이만 보일 뿐이었다. 아이의 눈물 그렁그렁한 눈과 자신을 향해 뻗은 간절한 두 손! 태공실도 두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만큼의 간절함을 담고서.


“성진아!”


마침내 아이를 품에 안았다! 아이는 어젯밤만큼 격렬하게 그녀의 목을 꽈악 끌어안았다. 다시는 놓지 않을 기세였다. 태공실도 아이를 힘껏 안아 올렸다. 그때였다!


빠앙-!!! 빵! 빠아아아아아앙!!!

끼기기-끼이이이이이이이이익!!!!!!

퍽!!! 쿠웅-!!!


- 계속


추천 비추천

9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인과 헤어지고 뒤끝 작렬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2 - -
113287 ☆줕이 꺼진 지 2984일☆ [1] 썸머페스티벌(222.235) 21.12.04 583 0
113286 오늘은, 좀비 같아 [1] 썸머페스티벌(121.176) 21.12.03 555 0
113285 ☆줕이 꺼진 지 2983일☆ 썸머페스티벌(222.235) 21.12.03 370 0
113284 ☆줕이 꺼진 지 2982일☆ 썸머페스티벌(222.235) 21.12.02 370 0
113283 주군과 태양의 표정 변화 ~ 14화 썸머페스티벌(121.176) 21.12.01 464 0
113282 ☆줕이 꺼진 지 2981일☆ [1] 썸머페스티벌(222.235) 21.12.01 505 0
113281 사장님은 내가 이렇게 만져도 아무렇지도 않죠? 썸머페스티벌(121.176) 21.11.30 368 0
113280 ☆줕이 꺼진 지 2980일☆ [1]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30 489 0
113279 그런데 내가 제일 아끼는 볼펜은 왜 가져갔을까 썸머페스티벌(121.176) 21.11.29 344 0
113278 ☆줕이 꺼진 지 2979일☆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29 293 0
113277 ☆줕이 꺼진 지 2978일☆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28 294 0
113276 네 옆에 있는 그림도 엄청 비싼 거야 썸머페스티벌(121.176) 21.11.27 262 0
113275 ☆줕이 꺼진 지 2977일☆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27 224 0
113274 ☆줕이 꺼진 지 2976일☆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26 161 0
113273 주군과 태양의 표정 변화 ~ 13화 [2] 썸머페스티벌(121.176) 21.11.25 263 0
113272 ☆줕이 꺼진 지 2975일☆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25 143 0
113271 ☆줕이 꺼진 지 2974일☆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24 144 0
113269 ☆줕이 꺼진 지 2973일☆ [1]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23 153 0
113268 주군 깼어? [1] 썸머페스티벌(121.176) 21.11.22 165 0
113267 ☆줕이 꺼진 지 2972일☆ [1]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22 151 0
113266 거기 아가씨 나랑 한 잔 할까?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21 146 0
113265 ☆줕이 꺼진 지 2971일☆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21 123 0
113264 ☆줕이 꺼진 지 2970일☆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20 122 0
113263 주군과 태양의 표정 변화 ~ 12화 [2] 썸머페스티벌(121.176) 21.11.19 219 0
113262 ☆줕이 꺼진 지 2969일☆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19 123 0
113261 ☆줕이 꺼진 지 2968일☆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18 123 0
113260 주군과 태양의 표정 변화 ~ 11화 썸머페스티벌(121.176) 21.11.17 199 1
113259 ☆줕이 꺼진 지 2967일☆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17 120 0
113258 근데 방금 되게 찌릿하지 않았어요? 썸머페스티벌(121.176) 21.11.16 137 1
113257 ☆줕이 꺼진 지 2966일☆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16 129 0
113256 지금 데이트 중이야 썸머페스티벌(121.176) 21.11.15 140 0
113255 ☆줕이 꺼진 지 2965일☆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15 121 0
113254 ☆줕이 꺼진 지 2964일☆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14 121 0
113253 그래서 사장님한테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썸머페스티벌(121.176) 21.11.13 134 2
113252 ☆줕이 꺼진 지 2963일☆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13 113 0
113251 어잿밤, 좋았어요 [1] 썸머페스티벌(121.176) 21.11.12 155 1
113250 ☆줕이 꺼진 지 2962일☆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12 120 0
113249 태공실 너 8시에 약속 있다고 했지 썸머페스티벌(121.176) 21.11.11 133 0
113248 ☆줕이 꺼진 지 2961일☆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11 123 0
113247 주군과 태양의 표정 변화 ~ 10화 썸머페스티벌(121.176) 21.11.10 233 1
113246 ☆줕이 꺼진 지 2960일☆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10 129 0
113245 주군과 태양의 표정 변화 ~ 9화 [2] 썸머페스티벌(121.176) 21.11.09 221 1
113244 ☆줕이 꺼진 지 2959일☆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09 156 0
113243 나를 좋아한다는 사람이 나를 위해 용기를 내보겠대요 썸머페스티벌(121.176) 21.11.08 147 1
113242 ☆줕이 꺼진 지 2958일☆ [1]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08 142 0
113241 아우- 왈왈왈왈왈왈왈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07 133 1
113240 ☆줕이 꺼진 지 2957일☆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07 126 0
113239 ☆줕이 꺼진 지 2956일☆ 썸머페스티벌(121.176) 21.11.06 122 0
113238 그건 내 스킨이야 [1] 썸머페스티벌(121.176) 21.11.05 165 1
113234 ☆줕이 꺼진 지 2955일☆ [2] 썸머페스티벌(222.235) 21.11.05 155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