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거짓말같이 하얀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겨우 겨우 말을 이어나가던 어머니의 전화 한통. 어떻게 병원으로 내달렸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K병원 VVIP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출입문을 등진 채 약간 굽어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6개월 전인 것 같았는데, 머리에 붙은 눈송이들을 털어내며 조심 스럽게 다가갔다.

“할아버지. 저 왔어요.”

퉁퉁 부은 눈을 하고 잠들어 있는 어머니. 할아버지는 씨익 웃으면서 입가에 손가락을 대어 조용히 하라고 몸짓했다. 잠든 그녀의 가슴팍까지 이불을 덮어주고 문을 열고 들어간 응접실. 6개월 전과 똑같은 그의 모습에 잠시 혼동이 들었다. 환자복을 입고 있다는것만 빼면 그는 정제계를 주름잡는 호랑이 같은 그 사람 모습 그대로인데. 어머니가 꿈이라도 꾸고 내게 투정을 부린것일까.

“놀랄 필요 없다. 어차피 내 나이 아흔이야. 적은 나이도 아니지. 갈때가 되어서 다행히 정리할 시간을 얻게 된 것 뿐이지. 내게 부탁이 있어서 연락하라고 했다.”

여전히 그는 눈빛 하나로 내 의중을 알아챈다. 한숨을 작게 쉬고 그의 말을 경청했다. 일찍 돌아가신 친할아버지 대신 아버지를 자식처럼 키웠고 타국으로 시집을 와 적응하지 못하던 어머니에게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 그런 그가 부탁이라니. 그것도 이제 삶을 6개월 앞두고.

찾고 싶은 사람이 하나 있어. 그 사람이 지금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다. 내가 많이 미안하고 고맙고... 좋아한 사람이었어. 그리고 그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넌 날 가장 잘 알지. 그리고 날 많이 닮았어. 너라면 내 부탁을 잘 들어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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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막던지기

1편은 아무래도 이달안에 나오지 않을까 시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