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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업) 5.29. 제 3부(2)

l헤실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9.27 18:59:27
조회 382 추천 6 댓글 2



09




은은한 조명과 건물 자체에서 풍기는 음식 냄새가 기분 좋게 어우러진 어느 레스토랑에, 중원과 공실이 마주보며 창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노는 물(?)이 다른 중원은 공실이 유럽에서 먹었던 이태리 파스타가 생각났다며 파스타를 먹고 싶다고 말하자, 잠시 고민을 하더니 평소에 자주 가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공실을 데려갔다. 게다가 한 층을 통째로 빌린 중원 덕에 런치 타임임에도 두 사람은 남들 신경 쓸 필요 없이 오붓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라스페라.. 여기 처음인데 낯설지가 않아요. 마음에 들어요. 파스타도 정말 맛있어요!"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 앞으로 자주 오자."




에피타이져와 메인 디시를 모두 먹은 두 사람은,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디저트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실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공실의 이야기를 들은 중원은 조각 같은 얼굴에 광대를 승천시키며 숨이 넘어갈 정도로 웃음을 멈추질 못했다. 공실 또한 반달 마냥 사랑스럽게 휘어진 눈으로 중원의 말에 함박 웃음을 지어보였다. 한참을 웃고 떠들던 공실이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일어서자 중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멈추었다. 공실은 화장실 세면대 앞에 서서 손을 씻은 뒤, 가방에서 립스트을 꺼내 들고는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쳤다. 그동안 서로가 바빠 제대로 된 데이트를 못했던 공실은,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에서 최대한 중원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평소에는 잘 바르지 않았던 빨간 립스틱을 발랐다.


그래서 그랬나..?


중원의 사장실에서 있었던 진한 키스가 떠오르자 공실의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주중원씨.. 하여튼 자극적인건 또 좋아해요. 가끔, 빨간색 바르고 놀러가야겠네~"




공실은 립스틱을 가방에 넣었다.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다시 확인한 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화장실을 나갔다.




"태양..?"




공실은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자신을 붙잡는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고여사님!"


"오랜만이에요. 얼굴 보니까 그동안 잘 지낸 것 같으니, 서로 안부 묻는 건 생략하기로 해요." 


"아.. 네. 그럼 여긴.. 일하러 오신 거..?"


"아니요. 물론 이렇게 밝은 곳은, 일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왔어요."


"일행이 있으셨구나.. 죄송해요."


"태양이 죄송할 일은 아니죠. 그런데 태양. 그러지 않아도 언제 한 번, 태양과 주군을 찾아 갈 생각이었어요."


"저랑.. 주중원씨를요?"


"이런데서 이렇게 얘기하긴 좀 그렇지만, 아무래도 내가 당신 주군한테 받은 게 있어서.. 급하기도 하고."


"..혹시 그 때 고여사님과 해결 봤다는 걸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직 전부를 들은 건 아닌가 보네요. 지금쯤이면 다 말하셨을 줄 알았는데-"


"네? 지금 무슨 말씀을.."




고여사의 말과 함께 공실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공실은 말없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고여사를 그저 멍하니 내려다 볼 뿐이었다. 내가 모르는 일이 너무 많아.. 공실은 자신도 모르게 한기가 느껴져 팔과 다리가 조금 떨렸다. 온 몸의 피가 한쪽으로만 쏠리는 듯한 느낌. 그 저릿한 느낌에 공실은 지금껐 중원의 왼손이 떨렸던 것이 떠올랐다.




"!!!..혹시 지금.. 하시려는 이야기가, 주중원씨와 관련된 건가요? 그 사람이 말하지 않은 무언가를, 고여사님은 알고 계시는 거예요?"


"맞아요. 태양, 이제 내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된 건가요? 다시 말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고여사는 벽을 붙잡고 간신히 서있는 공실을 향해 천천히 팔을 내밀었다. 공실은 이미 새하얘진 머리로 생각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중원과 관련된이야기다. 무엇보다, 귀신이 꿈에 나타나 경고를 한 것에 이어 자신과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 오히려 직접 볼 수 있는 공실보다도 이쪽 세상을 더욱 잘 알고 있을 고여사가 말을 하려 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공실이 망설일 필요가 전혀 없었다. 공실은 마음을 굳게 먹고 천천히 팔을 뻗어 고여사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태공실!!!"




그 순간, 공실의 팔을 낚아채듯 거칠게 붙든 사람은, 언제부터였는지 두 사람을 정말 무섭게, 온 몸의 움직임을 통해, 깊은 화를 억누르며 노려보는 중원이었다. 그리고 공실의 팔을 붙잡은 중원의 왼손에서 심한 떨림이 느껴졌다. 아직도 멍한 표정으로 중원에게 팔을 붙잡힌 공실은, 중원의 분노가 자신이 아닌 고여사를 향해 있음을, 그리고 완벽한 분노보다는 원망과 안타까움, 왠지 모를 불안함이 어지러이 뒤섞인 것임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주중원씨."




공실의 부름에 고개를 돌려 자신을 쳐다보는 중원의 눈동자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거세게 흔들리는 유리 잔 속 술 마냥 일렁였다.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중원이 낯설게 느껴졌다. 계속해서 느껴지는 왼손의 떨림에 공실의 새하얗던 머릿속이 점점 맑아진다. 이 사람은 두려움을 참지 못하고 그저 떨고 있는, 어린 아이 같아. 남들은 볼 수 없는 중원의 모습이었다. 공실은 붙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 자신의 팔을 잡은 채 떨고 있는 중원의 손을 풀어서 자신의 손으로 다정히 감싸쥐었다. 공실은 한 마디의 말도 할 수 없이 그냥 아팠다.


내가 없는 동안.. 당신은 무슨 일을 겪은 거예요...?


대답을 요구하는 공실의 눈동자가 빛났다. 차마 말은 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불안감을 서로의 존재로 달래는 두 사람을 보며 고여사는 숨을 죽이고 그들의 침묵을 기다려 주었다. 전에 없이 공실의 눈을 피하던 중원은 천천히 온기를 되찾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태양."


"네."


"..."


"주중원씨, 나 여기 있어요."


"..."


"나를 위해서, 말해줄래요?"




중원은 말을 하는 대신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온기를 되찾긴 했지만 여전히 왼손은 떨리고 있었다. 공실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가 저를 보며 따라 웃을 수 있도록. 공실이 미소를 지은 순간 서서히 멎어가는 왼손의 떨림을 지켜보던 중원은 무거운 숨을 겨우 토해내듯 내쉬었다. 그리고 공실을 따라 웃었다.




"그럼.. 가시죠. 두 분께 소개해 드릴 사람이 있습니다."




고여사의 말을 마지막으로 중원과 공실은, 깍지를 낀 손을 더욱 단단히 잡으며 말없이 그 뒤를 따라 걸었다.







5.29.








*읽어주는, 갯추설리, 댓글설리 갤러들 모두모두 걈쟈함~

**수정 작업을 거치고 있기 때문에 갤 처음 올렸던 거랑 바뀐 장면이 몇개 있음. 기억 안나지?<<어쩌라고

***하루나 이틀 간격으로 올리고 싶은데 약속은 못하겠음. 최대한 노력해볼게. 재미있게 읽어줘서 대홍단 감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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