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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필름 2.0이 배신을...

둘둘 2007.02.21 00: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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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판에 사진을 너무 작게 올려줬어 ㅠ0ㅠ 이럴수가..... 지난번 스틸컷처럼 크고 선명하게 올려줄줄 알았지. 쨌든 기사 퍼옴. 다들 읽었겠지만.. http://www.film2.co.kr/feature/feature_final.asp?mkey=4289 '영화'라는 유령을 좇는 이명세의 추적 이명세의 <M> 따라잡기 2007.02.20 / 장병원 기자   이명세의 신작 은 좀처럼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줄거리조차 변변하게 알려진 게 없다. 엇갈린 평가를 받은 <형사 Duelist>의 뒤에 나오는 이명세 감독의 신작, 조각미남 강동원의 영화, 미남 소설가가 첫사랑의 망령에 시달리는 이야기라는 게 알려진 정보의 전부다. 11월 11일 크랭크인해 촬영 중반을 막 넘긴, 베일에 싸인 이명세의 , 41회차 촬영현장을 1박 2일 동안 탐문했다. 야심한 밤, 이명세 감독을 만나기 위해 남양주 종합촬영소 춘사관(촬영팀이 기거하는 촬영소 내 숙소) 감독방을 찾아갔을 때, 그는 왼손을 쓰지 못했다. 푹신한 소파를 짚고 일어서는데도 심한 통증을 느끼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영화 <M>의 클라이맥스 감정 신을 찍었던 그날 오후, 강동원 대신 실연을 해보이다 세트 구조물을 손으로 친 게 화근이었다. 유령처럼 뒤를 밟는 첫사랑 미미(이연희)를 떠나보내지 않기 위해 주인공 민우(강동원)가 무언가를 절박하게 호소하는 장면에서 강동원의 감정이 쭉쭉 올라가지 않았던 것이다. "동원아. 진짜 미운 놈, 미웠던 감독이나 죽이고 싶었던 놈을 생각해봐." 자신의 배우들에게 시범을 보일 때, 이명세의 동작은 언제나 격하다. 강동원이 고함을 지르면, 시범을 보이는 이명세는 악다구니를 하고, 이연희가 얼굴을 찡그리면 이명세는 거의 흐느낀다. 예전처럼 현장에서 연기를 자주 하진 않지만, 배우가 감을 잡지 못할 때,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실연을 한다. 망가진 왼손은 그 '오버 액션'이 빚은 결과였다. 이명세는 왼손에 파스를 붙이고 인터뷰를 했다. 21세기 신인감독에게 무슨 일이? 2월 5일 남양주 종합촬영소 제2스튜디오. 스탭들 사이로 이명세가 보인다. 해진 모자에 작업복, 파뿌리 같은 수염을 기른 이명세는 촬영은 시작도 안 했는데 부산하다. 평화로운 어느 휴양지로 신혼여행을 온 소설가 민우와 은혜(공효진)가 묵고 있는 호텔, 단꿈을 꿔야 할 신혼여행에서 악몽을 꾼 듯 잠에서 깨어나는 민우의 얼굴 클로즈업이 이날 찍을 첫 번째 쇼트다. 촬영 직전 콘티가 바뀌었다. 하수구로 빨려 들어가는 물의 원환운동을 눈동자와 조형적으로 일치시킨 알프레드 히치콕의 저 유명한 <싸이코> 욕실 시퀀스처럼 민우의 눈동자를 클로즈업하려 했으나, 빛과 그림자가 선명하게 나뉜 주름진 침대보에서 카메라가 움직여 강동원의 얼굴로 옮아가는 완만한 움직임으로 바뀌었다. "빛을 보니까 침대 무늬가 재밌잖아. 침대보가 접혀졌을 때 주름이. 이걸 써먹으면 재밌겠네, 라고 생각했지." 이명세는 생각만 했고 홍경표 촬영감독은 생각을 말로 옮겼다. "감독님, 여기 침대보부터 가면 어떨까요?" 홍경표의 손은 벌써 주름에서 떨어지는 그림자의 패턴들을 보며 침대보를 매만지고 있다. 침대 주름이 만들어내는 기하학적 그림자 문양이 '빛과 그림자'라는 <M>의 컨셉과 조응한다는 점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이런 식의 결정은 현장에서 빈번하다. 대사나 액션, 캐릭터, 카메라 앵글, 구도, 시나리오까지 계속 바뀐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감독님, 잘 모르겠는데요, 라고 했더니 나도 잘 몰라, 만들어가는 거지, 라고 하셨다. 그땐 안 믿었는데 촬영하면서 정말 모든 게 바뀌었다. 뭔가 정해져 있는 것보다 생동감이 넘친다." 은혜 역을 맡은 공효진의 말이다. 배우들과 스탭들이 공유한 단 하나의 명제가 있다면,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 협력해서 좋은 영화를 만들자'는 거다. "현장에서 조금씩 디테일을 바꿔가면서 만들어가는 맛이 있다. 편집과 흐름에 따라 확확 달라지는 영화"라고 홍경표 촬영감독은 말한다. "예전 이명세가 아니"라는 건 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들었던 말이다. 심지어 이명세 본인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이명세가 누군가? 좋게 말하면 꼼꼼하고 세심한, 나쁘게 말하면 쫀쫀하고 꼬장꼬장한 감독이다. 좋게 말하면 정열적이고 치열한, 나쁘게 말하면 지독하고 악랄한 감독으로 소문난 사람이다. <M>의 이명세는 과거 '그 감독'이 아닌 듯했다. "옛날 같았으면 밤새야 할" 장면도 반나절 만에 선선이(?) "오케이"를 불렀다. 뒷짐을 지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으로 주위를 맴돌긴 했으나, 그는 배우와 스탭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여느 상냥한 감독들과 다를 바 없었다. 이날 가장 많이 간 테이크 수는 12회. 영화의 결말 부분 중요한 감정 신이라는 걸 고려하면 많다고 할 수 없는 횟수다. 연기와 카메라에 대한 관용도도 커졌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찍지만, 아날로그 편집기인 이명세의 뇌 속에선 이미 편집이 착착 진행 중이다. 더 이상 이명세는 망상에 젖어 사는 고독한 예술가처럼 보이지 않았다. 가끔 옛날 가락이 있어서 모니터 앞에서 배우가 된 듯 '연기'를 하기도 하지만, 시종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관망하는 듯 뚝 떨어져 있다. 그가 언성을 높이거나 안달하는 표정을 짓고, 고성이 오가고 누군가와 옥신각신하는 일은 없었다. 비타협, 고집불통 감독 이명세의 마음이 이렇게까지 열린 이유가 뭘까? 21세기 신인감독은 정말 진화하고 있는 것일까? "현장이 달라졌다는 걸, 이제 좀 감 잡은 거지. 나도 경험이 생겼잖아." 꿈과 기억, 사랑의 이야기 두 번째 쇼트. 침대 위에 나란히 앉은 민우와 은혜. 민우가 서서히 고개를 돌리면 평온한 바다의 풍경이 보인다. 첫 쇼트의 카메라 무브먼트가 자연스럽게 두 번째 쇼트로 이행된다. <M>에서 쇼트들의 관계는 이처럼 이전 쇼트와 이후 쇼트가 움직임과 리듬에 의해 연결되거나 대비된다. 마치 하나의 쇼트가 연결되는 것처럼 움직이는 셈이다. 자르고 붙이는 편집에 의한 연결이 아니라 움직임과 리듬에 의한 연결개념이다. 그래서 강동원이 고개를 돌리는 간단한 액션이 전부지만 12번이라는 최다 테이크를 기록했다. 초반에는 강동원의 웃음이 터져서, 나중에는 고개를 들고 돌리는 속도와 느낌 때문에 NG가 났다. "동원아. 카메라가 팬하는 것처럼 카메라를 좇아서 얼굴을 서서히 팬해줘." 고개를 돌리는 속도에 카메라가 맞춰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카메라의 무브먼트에 강동원의 고개가 맞춰지기를 이명세는 바랐다. 고개를 돌리는 속도와 리듬에 대한 그의 주문이 까다로웠던 건 그런 이유에서다. '움직임'은 전작 <형사>의 핵심개념이었다. <M>에서도 여전히 움직임은 중요하지만 '빛과 그림자'가 새로운 키 컨셉으로 설정됐다. 말하자면, 이건 어둠 속 유령적 존재를 감지한 한 남자의 애절한 추적기다. 매력적인 외모를 지닌 베스트셀러 소설가 한민우(강동원)는 뒤통수에 머무는 기이한 시선의 존재를 느낀다. 돈 되는 얘깃거리를 재촉하는 편집장과 배금주의에 물든 속물 장사장(송영창). 여느 날처럼 편집장을 만나고 돌아오던 민우는 ‘루팡 바’라는 기묘한 분위기의 술집에서 보라색 옷을 입은 환상의 여인을 만난다. 새로 구상한 글감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녀의 달콤한 노래도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약혼자 은혜(공효진)의 전화를 받고 잠을 깼을 때, 모든 건 사라진 뒤다. 자꾸만 떠오르는 보라색 옷의 여인은 그의 뮤즈이자 첫사랑, 안개처럼 다가 온 환상 속의 여인 미미(이연희)다. 민우는 유령처럼 떠도는 첫사랑의 기억을 찾아 헤매지만 미미의 뒤를 쫓는 또 다른 추적자가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 한다. 몇 줄로 요약되는 줄거리만 보면 영락없는 멜로드라마지만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홍경표 촬영감독은 "첫사랑을 공포로 풀어낸다는 게 흥미로웠다. 이건 어찌 보면 한국적인 처녀귀신 이야기이자 스릴러고, 공포영화"라고 말한다. 미미를 추적하는 과정에서의 서스펜스와 스릴, 보이지 않는 추적자로부터 전해지는 공포 등, <M>은 전(全) 장르가 망라된 다층적 이야기다. 단선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드라마와 장면들의 복잡한 뉘앙스를 스탭들과 배우에게 이해시키는 일이 쉽지는 않다. 콘티는 그렇게 말로써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의 주석으로 존재한다. 이명세가 만든 콘티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각 쇼트마다 개념과 설정, 분위기, 인물의 동선, 대사, 카메라 움직임은 물론, 참조할 작품들의 목록까지 빼곡히 적혀 있다. 히치콕의 <오명>과 <싸이코>, 피카소의 '게르니카',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클림트의 그림들, 일상의 공간을 초현실주의로 둔갑시키는 사진작가 듀안 마이클의 사진, 라디오헤드의 뮤직비디오 등 전 예술 장르를 종횡으로 망라한다. "그림으로 그리면 오해가 생겨. 내가 전문 콘티작가도 아니니까 원근법이나 대칭, 이런 걸 잘못 조화시키잖아. 그래서 카메라가 전혀 엉뚱한 데 가 있는 경우가 있더라고. 개념을 한번 갖고 시작하는 거지." 빛의 만찬과 세트의 매직 신혼여행 호텔 세트는 불과 150만 원을 들여 지은 '물건'이라고 믿겨지지 않는다. 실제 효과는 1천만 원 정도가 들어간 세트에 맞먹는다. 이 같은 '저비용 고효율' 효과는 기존 세트를 재활용한 아이디어와 창의력의 산물이다. 바닷가로 난 통유리는 거리 세트에서 쓰인 커피빈 협찬품을 재활용했고, 바닥에 깐 타일은 다른 영화 세트에서 나온 폐품을 다시 썼다. 호텔뿐 아니라 모든 세트는 재활용과 리모델링, 폐품활용으로 비용을 절감했다. 세트 디자인은 미학적 효율성에 기초해 이뤄졌다. 호텔은 침대와 거울, 스탠드 조명, 화병 등 간단한 일상적 소도구들이 배치돼 있지만, 팝아트를 연상시키는 영화적 공간이다. 옅은 하늘색 아크릴판으로 제작된 양쪽 벽은 빛의 반사와 그림자 문양을 고려해 안으로 말려들어간 곡선형으로 디자인됐다. <형사 Duelist>(이하 <형사>)의 모딜리아니풍 세트, <지독한 사랑>의 바닷가 세트를 합쳐 놓은 듯한 느낌이다. '빛과 어둠'이라는 컨셉을 십분 구현할 수 있도록 아크릴이나 유리, 은박 따위의 반사(reflection)가 용이한 소재를 사용했고 빛을 집약시키거나 차단하고, 흐트러뜨릴 수 있는 장치들이 곳곳에 포진돼 있다. 신혼여행 호텔 시퀀스 역시 현실과 비현실, 꿈과 생시가 뒤섞여 아침, 밤, 황혼 등 네 번씩이나 시간이 바뀐다. 그에 따라 빛의 세기와 질감도 시시각각 변해야 한다. 모든 건 프로덕션디자이너까지 겸한 이명세 감독의 '작품'이다. 호텔 세트뿐 아니라 <M>은 세트 활용의 대가 이명세의 노하우가 빛을 발하는 영화가 될 것이다. 영화진흥공사 시절 <지독한 사랑>의 바닷가 세트를 처음으로 지어 "미친 놈" 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이명세의 영화는 '세트'와 따로 생각할 수 없었다. <M> 역시 적게는 85%, 많게는 90% 가까이 세트에서 찍는다. 커피빈과 명품 숍, 성형외과가 즐비한 청담동 거리, 신사동 가로수길, 코엑스 대로변의 교통체증을 세트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명세는 그게 가능하다. 은혜와 민우가 신혼여행을 떠나는 이국풍 호텔, 민우가 미미를 처음 만나는 루팡 바 등 총 10여 개의 크고 작은 세트들이 지어진다. 이명세의 세트 미학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주어진 조건을 최대한 활용하는 남다른 응용력에서 나온다. 예컨대, 도심 한복판에서의 교통체증을 묘사하는 신을 실제 도시에서 찍기는 힘들다. 이명세의 대안은 황량한 종합촬영소 주차장에 20여 대의 차와 신호등을 설치하는 것. 썰렁한 그 광경에 모두가 아연실색했으나, 결과는 놀라웠다. 화면에 담긴 건 갑갑한 러시아워의 트래픽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오병이어의 기적' 같은 이 사건은 '이명세의 매직'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명세 영화에서 세트는 드라마와 캐릭터가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이야기이자 캐릭터이며, 개념이고, 감정을 확장하고 강화하는 요소다. <M>의 세트 미학에 있어 첫 번째 고려점은 '빛과 그림자'다. "빛에도 표정이 있다. 따뜻한 빛, 공포스러운 빛, 슬픈 빛. 그런 감정과 뉘앙스를 살리려 한다"라고 홍경표 촬영감독은 말했다.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풍부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놓인 게 없다. 은은한 배경 조명으로 기능하는 스페이스 라이트와 모자이크 모양의 은색 반사판, 빛을 끊기 위해 늘어뜨린 블랙 천과 차단막은 '빛의 만찬'으로 불리는 장면들을 위해 동원된 장치들이다. 모든 건, 카메라와 빛이 연기하게끔 만들기 위한 전략이었다. 세트의 설계와 장치, 재료의 재질, 질감 따위는 빛과 그림자라는 절대개념에 복속한다. 빛과 그림자가 서로를 품고 그 뒤를 쫓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빛의 통제'는 절대적인 임무였고, 빛 통제가 용이한 세트는 숙명적인 선택이었다. 빛과 그림자의 군무로 스크린을 수놓으려는 이명세의 구상은 날씨와 기후, 환경을 통제할 수 없는 로케이션으로는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이다. All For M 오후로 접어들면서 하이라이트 촬영이 있었다. 두 대의 카메라가 유리창 바깥 바닷가 쪽에서 호텔방 안을 비춘다. 떠나려는 미미를 앞에 두고 민우가 이성을 잃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이 장면은 '축제 같기도 하고 전쟁터 같기도' 하다. 카메라를 두 대 돌렸는데, 한 대는 풀 쇼트로 호텔방 외경을, 한 대는 미디엄 쇼트로 강동원의 액션을 잡는다. 호텔방 안에서는 강동원이 악다구니를 하고, 방 바깥에서 파라솔과 의자가 나뒹굴고, 파도가 유리창을 때리고, 번개도 친다. 이별을 서러워하는 민우의 복받치는 감정이 바람과 파도, 번개 따위와 통일적으로 조응하는 장면이다. 유리창에 부딪히는 파도를 만들기 위해 <태풍>의 풍랑 장면에 쓰였던 물대포까지 공수해왔다. 이때, 홍경표 촬영감독이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감독님, 이건 테스트도 할 수 없고, NG도 없이 한 번에 가야하는 장면인데요." 테스트나 NG가 날 경우 유리창을 닦아내고 바닥 청소를 다시 하는 '대공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 번에 오케이가 나야 한다는 것. 안과 바깥의 액션이 정교하게 계산돼 실행되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긴급회의가 열리고, 유리창에 부딪히는 파도는 CG로 가자는 결정이 내려졌다. 모든 건 그놈의 'M' 때문이다. 영화(Movie)이자, 꿈(Mong)이고, 미스터리(Mystery)이자 운동(Movement)인 M. 강풍기 바람을 통해 모래 대신 콩가루가 날리고 끈을 매단 파라솔이 바닥을 뒹굴고, 방 안의 강동원이 알아들을 수 없는 포효를 하는 이유도 다 그 'M' 때문이다. 번개 쇼트는 '애절한 운동'의 완성이다. 창 밖에서 바람과 모래, 파라솔이, 창 안에서는 절박하게 이별을 거부하는 한 남자의 몸짓이 일치된 감정으로 휘몰아친다. 격한 감정을 토로하다 미미가 민우에게 안기면 섬광 같은 번개가 치고 카메라는 줌인과 줌아웃으로 교차된다. 일종의 '번개에 의한 장면 전환'인 셈이다. 번개가 치는 이유는 "그 순간 안과 바깥의 개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번개가 튀는 순간 경계가 사라지고 바깥이 안이 되고 안이 바깥이 된다. 민우와 미미가 밖에 있는 것인지, 안에 있는 것인지 모를 뿐더러, 그런 건 중요하지도 않다. 빛과 그림자, 안과 바깥, 현실과 비현실, 꿈과 생시가 하나의 프레임 안에 공존하는 그 장면은 'All For M'이라는 이 영화의 슬로건을 응축시킨 '절대 쇼트'였다. 이렇듯 프레임 안에 모인 다양한 시각적 요소들이 격렬하게 자기감정을 토로하는 순간, '이명세 스타일'이라는 게 있다면 바로 이런 순간을 말한다. 프레임 안의 요소들이 침묵하지 않고 저마다 아우성치는 영화. 인물도, 바람도, 날씨도, 소품과 카메라도 모든 게 움직이고 일치된 호흡으로 달려가는 영화. 애타게 '영화'를 찾아서 <M>의 현장에는 인상 좋은 중년여성 스탭(?)이 한 명 있다. 어느 모로 보나 현장 스탭으로는 보이지 않는 그녀는 이명세의 서울예대 은사이자 유해진, 성지루, 김수로, 임원희 등에게 연기를 가르친 송혜숙 교수다. 지난해 퇴임한 송 교수는 1978년 영화청년 이명세가 서울예전에 입학했을 때부터 "그를 천재라고 생각하고" 후원하다, 급기야 영화감독 이명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 '이명세의 미장센'이라는 제목의 이 다큐멘터리는 이명세 영화미학을 좇는 '카메라로 쓰는 작가론'이다. "민우가 첫사랑을 추적한다면, 이명세는 영화의 정체를 좇는다. <M>은 감정과 무드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빛의 움직임, 카메라 움직임, 프레임 수의 증감 등 다양한 영화언어를 구사한다." <M>과 이명세에 대한 송 교수의 정의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음악감독으로 인연을 맺어 에는 투자사 타이틀까지 달게 된 M&F 조성우 대표 역시 이명세를 "가장 영화다운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M>을 "이명세의 모든 것이 집약된 결정판"으로 규정한다. 시원적 사랑을 찾아가는 추적의 여정(<첫사랑>)과 달아나는 사랑에 대한 광기와 집착(<지독한 사랑>), 연애와 결혼의 풋풋함(<나의 사랑 나의 신부>), 상이한 질들로 도약하는 상황들(<남자는 괴로워>), 오디오 비주얼 이미지의 운동과 리듬의 군무(<형사>)가 모두 담겨 있다. <M>은 첫사랑을 다루지만 그걸 묘사하기보다 첫사랑으로 인해 생기는 효과들에 초점을 맞춘다. 사랑의 기원을 찾아가는 추적, 떠나보내야 하는 감정, 남아 있는 자의 신경증 등 오만가지 표정들이 그 속에 담겨 있다. <형사>가 감정의 대결을 전시한 기이한 액션영화였다면, <M>은 첫사랑의 기억과 꿈을 좇는 '유령'의 영화다. "영화가 실종됐다"고 한 이명세의 탄식처럼, 영화는 이제 '유령 같은 예술'이 돼버렸다. 부지불식간에 나타났다 홀연히 사라지는 유령 같은 첫사랑 미미를 애타게 좇는 민우처럼, '영화'라는 유령을 좇는 이명세의 추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영화로 영화를 말하는 이명세의 시네마토그래피는 그런 '세계', 현대영화에서 사멸해가는 영화다움의 잔재들을 되살리려 한다. 돌아오기 직전, 마지막 점심식사를 하면서 이명세 감독은 "날씨가 도와줘 다행"이라고 말했다. 아니, 90% 가까이를 세트에서 찍는 영화가 날씨 걱정할 일이 뭐 있을까? "날씨가 좋아야 사람들 마음도 풀리지. 추우면 배우나 스탭들도 날카로워." 아닌 게 아니라, 중간점검 후 촬영을 재개한 첫 날부터 날씨가 계절감을 상실한 듯도 했다. 둘째 날은 외투를 걸치지 않아도 춥지 않은 봄날이 온 것 같았다. 이명세는 전날 왼손에 붙였던 파스를 뗐고, 통증도 사라졌다고 했다. 사진 제공 프로덕션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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