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수필] 도지사 한 놈

어린쥐(150.212) 2011.12.31 10:22:13
조회 328 추천 8 댓글 2



도지사 한 놈.

내가 경기도 남양주에서 본 일이다. 
늙은 문수 하나가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으로 119에 전화를 걸면서
 "도지삽니다. 경기 도지사 김문수입니다. 이름이 누구요."

하고는 그는 마치 자기집 하인에게 호령하는 귀족과 같이 거들먹 거리며 119 소방관의 목소리를 기다린다. 
119 소방관은 어이가 없어 뻥쪄하다가, 수화기를 들고

 "무슨일 때문에요."

하고 답하여 준다. 그는 여러 차례 긴급 전화를 걸었으면 용건을 얘기하라는 말에 부아가나서 전화를 들고 용건은 대답하지 않으며 몇 번이나 집요하게 "내가 도지산데. 그 이름이 누구요"하며 묻는다. 
그는 전화가 끊어지고도 자꾸 돌아보며 "ㅆㅍ, 내가 도지산데"를 중얼 거리더니 또 다른 119에다 전화를 걸었다.
숨도 쉬지 않은채 "내가 경기도 지사 김문수입니다."를 말하며,

 "아까 전화 받던 사람 관등 성명좀 얘기 해봐요. 지금 받는 이 사람 맞아?" 하고 묻는다.

다른 119 대원도 어이없는 침묵을 지키더니, 

 "아넨데요, 제가 받은게 아닌데요?" 

문수는 떨리는 성난 목소리로

 "그럼 누구요"

 "저는 OOO입니다."

 "방금전에 전화 받은 사람 누구야?"

 "여보세요 지금 119로 하셨잖아요.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신데요?"

 문수는 얼른 "도지삽니다. 그래요 알겠어요 끊어요"를 말하고는 황망히 전화를 끊는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씩씩 거리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자기가 걸은 전화가 119인가 확인해 보는 것이다. 

"애 XX들이... 도지사가 119에 전화했는데..." 

거친 손가락이 전화기 통화기록을 누를 때 그는 다시 인상을 찡그린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방재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119 전화 받는 애들 교육좀 시켜라. 내 목소리도 못 알아 듣는다며 진상을 부렸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왜 쓸데없이 119에 전화를 걸었습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전화기를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인터넷에 올리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지체하지 않고 벌건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내가 도지삽니다."

 "왜 119에 전화를 걸었습니까?"

 "내가 도지삽니다."

 "왜 119에 전화를 걸었습니까 ?"

 "내가 도지삽니다."

 "왜 119에 전화를 걸었냐니까요?"

 "내가 도지삽니다."

 이러다 무한루프가 끝이 날 것 같지 않아. 용건을 묻기를 그만두고 말하였다.

 "네 도지사님이시군요."

그제서야 그는 살짝 기쁜 표정으로 상기된 채 얘기를 시작하였다.

 "'삼성을 뒷받침하는 것이 공직의 책무'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도지삽니다. '일본식민지 안됐다면, 오늘의 한국 있었을까'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도지삽니다. '효순이 미선이 사고는 도로협소가 문제인데 반미운동으로 악용하고 변질하고 있다'라고도 얘기했습니다. 그래도 도지삽니다. '광화문 광장에 이승만 박정희 동상을 세워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래도 도지삽니다. 'MB는 박정희-세종-정조 다 합쳐도 반만년 역사에서 최고'라고도 했습니다. 그래도 도지삽니다. '춘향전은 변사또가 춘향이 따먹는 얘기"라고해서 화제도 불러 일으켜 봤습니다. 그래도 도지삽니다. 서민체험 한다고 택시도 몰아봤습니다. 그래도 도지삽니다. 도청에 제가 나타나면 다들 고개를 조아리고 벌벌 떱니다. 소방서도 제 나와바립니다. 2년 동안 전용 소방헬기도 93번 타봤습니다. 제가 서민입니까. 도지삽니다. 선거때 처럼 서민의 머슴입니까? 도지삽니다. 도지사가 119에 전화를 거는데 이유가 필요합니까?"

 격노한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그래도 왜 그렇게까지 응급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일반 전화로 하지 않고 119에 전화를 걸었단 말이요? 119에 전화를 걸어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민족의 영도자 이시며 경기의 태양이신 존경하는 도지사님'이 한 마디가 듣고 싶었습니다."


---------------------------------------------------------------------------------------------------------
 형식 : 경수필. 서사적 수필  
 문체 : 간결체, 대화체
 성격 : 회상적, 콩트적, 체험적  
 제재 : 119 응급전화. 
 주제 : 맹목적 권력에 대한 인간의 연민, 권력에 대한 문수의 쩌는 권위주의.       
이 작품은 도지사 한마디에 절절매는 119대원을 기대하며 119에 장난 전화했다가 도리어 삐진 김문수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린 수필이다. 김문수의 행동과 대화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지만, 독자에게 주는 감동이 있다. 김문수와의 대화 장면에 소설적 기법을 써서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김문수가 "내가 도지사" 라고 했는데도 목소리를 알아보고 고개를 조아리지 않은 119 소방관에 대한 억한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특히 그의 간결하고 권위적인 "도지삽니다."가 작품의 분위기를 신선하게 한다.
e0065634_4efbbada72c97.jpg
>

추천 비추천

8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갑 절대 안 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20 - -
998 도지사 헌정 프로젝트! 관등성명(183.96) 12.01.17 116 1
992 소방관의 죄 좆늅(119.202) 12.01.16 164 1
990 박원숭 서울시장 vs 김형식 서울시의원 [2] 좆늅(119.202) 12.01.16 872 0
984 김문수갤 자짤 건의요 피즈피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1.16 218 0
979 행정도시 혁신도시는 국가멸망 행도멸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1.12 93 0
978 여보세요? 소설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1.11 110 0
977 김문수가 권위적이라 생각하냐? [1] 문짱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1.11 277 0
975 zzz 김지사 119를 넘어 이번엔 택쒸다~ 왕줄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1.10 125 0
970 김문수가 그렇게 잘못함?? [11] 크리스타아누(116.36) 12.01.09 470 0
961 행정도시 혁신도시는 악마의 정책 행도멸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1.06 93 0
960 김문수 119통합 종결 프으리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1.05 249 0
959 [공식매뉴얼발표]김문수 갤 입장시 모니터 정면에 관등성명부터 보고하세요. [3] 도지사(36.38) 12.01.05 259 5
958 밑에 no.554 "김문수 수필" 필수독서목록이다. 는 매뉴얼. 도지사(36.38) 12.01.04 103 0
957 김문수 사건 마스터 했다. 까는 놈들 나랑 붙자~ [2] 개소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1.04 227 0
956 밑에 '도지사 한 놈' 수필 추천 좀 해줘라. [1] 도지사(36.38) 12.01.04 841 0
955 이름이 뭐요 [1] 미스에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1.03 212 0
953 거기 글쓰는사람 이름이 누구요 미스에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1.03 131 0
952 도지사 김문수와 소방관에 관한...(질문 있다) 학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1.03 151 0
946 김문수 갤러리 알바. 자네! 이름이 뭔가? 관등성명이 뭔가? [2] 도지사(36.38) 12.01.02 245 0
945 I'm Dozisa, Kim Moon-soo. What's your na 도지사(36.38) 12.01.02 208 0
944 문제는 이것 [3] 123(112.151) 12.01.02 198 1
943 어, 그래.. 나 도지사 김문수요. 갤러들 관등성명 좀 말해봐. 도지사(36.38) 12.01.02 133 0
942 나 도지사인데,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 이름이 뭐요? 도지사(1.214) 12.01.01 120 0
941 나 도지산데, 여기 갤러들 이름이 뭐요? 도지사(36.38) 12.01.01 279 0
940 행정도시 혁신도시 중단하고 행도멸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1.01 74 0
938 어, 그래... 2012년에는 모두가 내 관등성명을 기억하길... 도지사(36.38) 12.01.01 202 2
935 김문수 이 사람이 [1] 문수햄(61.98) 11.12.31 157 1
[수필] 도지사 한 놈 [2] 어린쥐(150.212) 11.12.31 328 8
933 낯선 사람과의 대화 [1] 랜덤 채팅(168.126) 11.12.31 847 0
932 문수아저씨 유재순(112.163) 11.12.30 127 1
931 저오늘부터 문수형님 팬됬습니다 ㅇㅇㄴ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2.30 237 0
930 저 도지사 김문숩니다!!!!!!!!!! ㅇㅇㄴ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2.30 154 1
929 문수찡이 너네 잘 먹고 잘 살으란다~ㅋㅋ 옛다 바다라~ㅋ ★요정김문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2.30 201 0
928 김문수 패러디 ㅇㅇ(211.211) 11.12.30 289 0
927 고위공직의 필수요건 [5] 찬란한효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2.30 422 0
926 누가 매뉴얼 원본좀 구해다 올려주라!!! ㅇㅇㅈ(219.250) 11.12.30 106 0
925 매뉴얼에 관등성명 말하라는거 아니라는데? ㅇㅇㅈ(219.250) 11.12.30 126 0
924 야 119 전화했는데 관등성명 안대는데 어떻게 하냐? [1] ㅇㅇㅈ(219.250) 11.12.30 191 0
923 돼지사가 소뱅관들 만난 동영상을 보고 [1] 포대포(124.50) 11.12.30 249 0
922 김문수 도지삽이 남원 춘향이에게 한말.. 대~박 따먹는데.. [2] 무개념김문수(121.172) 11.12.30 428 3
921 새로운 영화패러디 문수옹(175.209) 11.12.30 473 0
919 도지사도 반한 그 셀카.jpg 김펭귄(216.172) 11.12.30 395 2
918 유행에 민감한 순대집 [2] 찬란한효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2.30 431 0
917 솔직히 김문수가 아니라 박원순이였더라면 어땠을까?? 네이트소년♥(58.125) 11.12.30 220 0
915 충성! 사단장님! 일병 윤모씨입니다. 김문숩니다.(125.177) 11.12.30 169 0
914 왜 소방관이 사과하고 문수킴은 사과안하고 핑계만 주절주절임? 김문숩니다.(125.177) 11.12.30 144 0
913 패션고수 김문수따라잡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배쨈~ㅋㅋㅋㅋㅋㅋ 존나웃낌(222.103) 11.12.30 428 0
912 문수찡 목소리는 장난스러워 [2] 단팥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2.30 299 0
911 어 도지사 김문숩니드아 아니도지사가(112.153) 11.12.30 260 1
907 경기도청 홈페이지 접속하는 가장 빠른 방법 [1] imkidrock(218.152) 11.12.29 425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