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범 그가 돌아왔다 [한국일보 2004-09-29 21:06]   “딸아이 기저귀도 갈고 가정에 충실하다 보니 오랜만에 나왔습니다. ”뛰어난 가창력을 자랑하는 가수 임재범(41ㆍ사진)이 5집 ‘공존’을 들고 5년 만에 돌아왔다. 그는 5집 발매와 더불어 10월 30일, 31일 오후 6시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16년 만에 콘서트를 연다.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가을 선물이다. 이번 음반에는 록, 보사노바, 뉴 에이지, 발라드 등 다양한 노래들이 ‘공존’하고 있다. “오랜만에 음반을 내서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하고 싶은 것들을 하다 보니, 이것 저것 여러 장르의 곡들이 들어갔어요.” 발라드 성향을 벗어나려고 노력했다는 그는 보사노바 등을 처음 시도하면서도 록 그룹 시절의 미련때문인지 록 음악을 많이 편성했다고 말한다. 공동작곡과 프로듀싱을 담당한 최남욱씨는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사랑, 전쟁, 평화, 환경 등의 소재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인생을 담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서브 타이틀곡인 ‘살아야지’는 임재범의 거친 듯 처연한 목소리가 잘 살아있다. 현악 24인조의 장엄한 연주가 애잔한 그의 음색을 잘 받쳐준다. “현이 제 음폭과 잘 맞아 들어가는 듯 해요. 이왕이면 오케스트라와 함께 노래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반전 메시지가 담긴 ‘총을 내려라’도 귀를 기울여야 할 곡. 날카로운 기타 소리와 힘이 넘치는 드럼이 록의 진수를 들려준다. 이라크전쟁 개전을 선언하는 부시 미국 대통령의 목소리를 삽입해 공존의 의미를 망각한 세상을 비판한다. 타이틀곡 ‘새장을 열다’는 임재범의 예전 색깔에서 벗어난 발라드다. 내지르는 창법대신 절제된 목소리가 바이올린 선율과 어울려 가슴을 파고든다. 임재범은 JK김동욱, 박효신, 테이, 휘성 등 그의 영향을 받은 후배 가수들에 대해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모두가 동생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JK김동욱은 쿨 재즈의 매력이 돋보이고, 박효신은 뛰어난 감성의 소유자이며, 휘성은 진성으로 나갈만한 재목이에요.”그는 1988년 그룹 아시아나 시절 이후 콘서트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자신이 없어서란다. “콘서트를 열려면 팬들이 돈 내고 들어올 만큼 준비된 가수여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직 부족한 것이 많지만 더 미루면 욕 먹을 것 같아서 무대에 올라요.” 음반작업이 끝나면 홀연히 잠적하는 등 기행으로 모난 돌처럼 여겨졌던 그이지만 결혼하고 세 살 배기 아이를 키우면서 노래도, 생활도 많이 부드러워지고 안정된 느낌이다. “팬들이 심사위원처럼 이번 음반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파헤치고 심판하기보다는 그저 듣고 즐겼으면 좋겠어요.”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