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자형 변천을 보면 예전에 그대로 유지되던 본래 모양과 어원이 후세에 의해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수메르어, 히타이트어, 엘람어, 아카드어, 페르시아어 등으로 전해지는데, 쐐기문자를 쓰면서도 표의문자가 존재하였다.(쐐기문자를 사용하는 언어들은 일본어처럼 뜻문자와 소리문자가 혼재되어 있었다. 음절문자의 경우에는 수메르어, 히타이트어 같은 초기 언어에서는 수 백개가 존재하였고, 후기의 고대 페르시아어의 경우에는 일본어의 가나처럼 4~50개 정도로 간소화하였다.)

그 쐐기문자의 자형을 보면 초기에는 본래의 뜻과 모양이 거의 직관적으로 되어 있다가 후기로 갈수록 너무 추상화가 진행되어 너무 알아보기가 힘들어서 문자학습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였음을 추측할 수 있다.

지금 현재의 한자는 단순히 표의문자라서 어려운 게 아니라 한자의 1자 1자의 모양이 추상적으로 변해버리는 바람에 뜻이 바로 직관적으로 머리 속에 전달되지 못하고, 본래의 어원을 상실하고 자형이 완전히 엉뚱하게 변해버린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생각에 한자를 진정 효율적으로 개혁한다면 단순히 자형을 간소화하는 게 아니라 한자의 모양 자체가 뜻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본래의 어원을 탐구하여 그 어원에 해당하는 모양으로 다시 돌려놓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형성문자(形盛文字)의 경우에도 소리(聲)에 해당하는 부분에 있어서, 비록 똑같은 음에도 중구난방으로 모양이 다른 한자들이 들어 간 것들이 많다. 그래서 그렇게 들어간 성부에 해당하는 한자를 줄이고, 또한 형성문자의 소리에 해당하는 부분은 도리어 아무 뜻을 나타내지 않기에(일부 한자는 그렇지 않을 수 있음) 그 부분은 간자체의 그것처럼 간소화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한자가 오늘날의 픽토그램과 비슷하다면 더 쉬웠을 것이다. 그런 문자로는 현재 naxi족이 사용하는 naxi문자가 있지만 중국인들이나 일본인들이나 그런 글자들을 단순히 유머로서 취급할 뿐, 거기에 대한 고찰은 없는 듯 하다. 아무래도 그림과 닮은 문자는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랑을 ♥ 등으로 표현하는 것은 대단히 유치하고 愛로 표현해야 제대로 보는 분위기는 물론 전통이 중요하다고 할 지라도 표의문자를 떠나 문자 자체의 본래 목적에서 약간 벗어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