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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갤문학] 카사노바의 속사정.txt

찬스박(61.37) 2014.04.05 01:42:14
조회 17617 추천 84 댓글 34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Srcz1

 

 

 

 

세상은 왜 나한테만 불공평한 걸까.

 

빛나고 싶다.

 

나도 저기 저 높은 곳에서 다른 이들의 감탄을 받으며 관중들이 외치는 내 이름을 들으며 최고의 위치를 만끽하고 싶다.

 

나는 최고다. 나라면 할 수 있을거다. 언젠간 매멘이 아닌, 울멘이 용산에 울려퍼질 것이다....

 

그 수많은 자위들은 오늘 다시 한번 무너졌다.

 

너무 간단하게만 생각했던 걸까?

 

돌이켜보면 내게 남은 것은 하잘없는 자존심과 패배 뿐.

 

 



나는 참 보잘 것 없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잘한 것보다 못한 것을 먼저 기억한다. 결국 내가 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런 클라스의 수많은 서포터 중 하나일 뿐이다.

 

잠을 더 줄여야 할까. 새로운 캐릭터를 연습해볼까. 아니, 머릿속으론 이미 알고 있다. 나는 아무리 해도 매드라이프나 마타가 되지 못할 것이다.

 

내 블리츠크랭크는 결국 매라의 아류에, 내 쓰레쉬는 마타의 아류에 불과할 것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길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수단은 목적을 삼켜 버렸다. 

 

좋다고 엉겨붙는 수많은 여자도 포기하고 이 길을 택한 이유는 당연히 최고가 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제와서는 단지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빽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집이 잘 사는 것도 아니다. 공부도, 운동도, 여자 꼬시는 재주 말고는 별다른 특기 하나 내세울거 없다.

 

그저 게임에 미친 폐인 중 하나겠지. 여기서도 방출되면 다른 팀을 찾을 수 있을까.

 

진에어? 제닉스? 빅파일?

 

이 바닥에서 팀을 자주 바꾼 놈치고 잘 되는 꼴을 못봤다.

 

솔직하게 말해서 무엇보다 내겐 다시 한 번 부모님을 설득할 용기가 없다.

 

지금 이곳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기 때문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에 더욱 절박한 것이다.

 

아니, 사실상 중고 신인인 우리 SKT S 모두가 그랬다.

 

매판 매판이 절실했고 드디어 이번 시즌에는 뭔가 좀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아들 이야기가 나오면 한숨부터 푹푹 쉬는 부모님에게 이젠 뭔가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는데...

 

마음만 먹으면 가질 수 있는 수천 명의 여자들도 모두 정리하고 선택한 길이었는데...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경기가 끝난 뒤, 부스 안엔 긴 침묵이 흘렀다.

 

우리는 아마추어한테 졌고 스태프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 K'가 올라갈 가능성이 생겼으니 내심 좋아하겠지.

 

사실상 이게 맞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스프링은 여러모로 SKT에게 최악의 시즌이다.

 

K는 동반 진출과 형제팀의 체면치레를 위해 우리에게 졌다. 그리고 지금 그 무승부 때문에 탈락 위기에 놓였다.

 

이젠 너희 차례야.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야 매일 지는게 일상인 문제아였고, '우리 K'는 롤 역사상 최고의 커리어를 쌓은 엘리트였으니까.

 

우리는 그들과 같은 팀이었지만 동시에 다른 팀이었다. 대우가 달랐고 이름의 무게 또한 달랐다.

 

처음엔 여친 한 번 사귀어본 적 없을 것 같았던 그들의 찌질한 모습을 비웃었지만 곧 그 감정은 뿌리깊은 열등감으로 바뀌었다.

 

재능의 차이라는 것을 그렇게 실감한 적은 중학교 시절 일진들이 나와 다른 반 빵셔틀을 억지로 싸움 붙인 이후로 처음이었다.

 

쉬바나 레넥톤이 서로 애무하는 것처럼 장난스럽게 한 대씩 싸다구를 주고받다 제대로 안하면 디진다는 일진의 말에 갑자기 달려들어 시작된 배틀....

 

그 치욕스러운 날에서야 나는 내가 개싸움에 소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 나는 완력으로 싸우지 않았다. 놈들의 여자를 가로채 자괴감을 심어주었을 뿐....

 

후.....SKT K.....

 

그들은 그야말로 게임을 위해 태어난 악마였다. 

 

그들이 라인전을 하는 모습, 한타를 하는 모습은 예술적이었고 모든 부분이 완벽했다.

 

특히 독보적인 존재인 faker의 킬 따는 능력은 마치 여자에게 번호를 따는 나의 모습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그런 의미에서 코치진의 입장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기도 했다.

 

냉정하게 말해서 그들 입장에선 사람들은 이름도 잘 모르는 우리보단 디펜딩 챔피언인 K가 올라가는 게 더 바람직한 일인 것이다.

 

그럼 우리는 버리는 카드란 말인가.

 

답은 이미 알고 있다. 입 안이 쓰다.

 

 

 

 


다 같이 고기집에 갔다.

 

"너희들 기죽지 말라고 사는 거야." 

 

언제나 우리 팀의 든든한 맏형이 되어주던 MaRin, 경환이 형이 말했다.

 

삼겹살이 타고 있었다.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도 선뜻 젓가락을 들지 않았다.

 

"일단 마시자."

 

경환이 형은 한숨을 쉬더니 잔을 돌렸다.

 

무언 속에서 술잔이 몇 번 돌았고 닉쿤과 티파니 이야기가 나왔고 그렇게 우리는 썩은 송장 같은 잡담을 조금씩 나눴다.

 

아무도 경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마음이 답답했고 술을 마셔도 도저히 취하지 않았고 우리 모두 지긋지긋한 그 놈의 게임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지만,

 

동시에 요점을 벗어나 빙빙 도는 화제가 너무나 불편했다. 그러다 얼굴이 시뻘게진 준식짱이 혀꼬인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씨발, 형 근데 솔킬은 아니잖아."

 

잠시 침묵이 흘렀다.

 

경환이 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딴 식으로 하면 우리가 모를 줄 알았어?"

 

준식짱은 잔뜩 흥분해 있었다.

 

"제정신이야? 우리가 몇 년이나 이 생활 더 할 거 같은데?"

 

준식짱은 거칠게 말을 이었다.

 

"성적 없는 프로팀? 형이 더 잘 알잖아. 코치들 입장에선 우린 그냥 게임 폐인밖에 더 돼? 근데 그 놈들이 우리를 언제까지 봐줄 거라 생각하냐고!"

 

준식짱은 숨을 몰아쉬었다. 

 

"형, 씨발 어제 밤에 김정균 방에 간 거 다 알아."

 

경환이 형은 당황한 표정으로 얼굴을 붉혔다. 

 

"이...이런 씨발, 군대도 안 갔다온 좆만한 새끼가 감히 형한테... 난 니 나이 때 형들한테 얼마나 잘했는 줄 알아?"

 

"형 상근이잖아....."

 

경환이 형이 술잔을 집어 던졌다.

 

"풉!"

 

웃음을 참는 소리가 났다. 재환이였다. 그는 싸해진 분위기를 무마하려고 기침을 했다.

 

왠지 모르게 "35살..." 처럼 들리는 기침이었다.

 

눈치 없는 새끼......H0R0새끼....1버프....컨트롤....

 

모두가 눈을 흘겼고 재환은 조용히 찌그러졌다.

 

"하여간 서로 안좋은 감정은 잊고 그냥 마시자 얘들아. 그리고 씨발, 오늘 일은 다 잊자."

 

희부연 동태눈. 우리의 눈은 죽어 있다.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는 형과 철없는 동생들. 그리고 가장 만나기 싫었던 상대와 단두대 매치를 벌여야 하는 운명이라니. 최악이다.


서로 침묵을 지킨다.

 

"에이씨, 다 탔네."

 

까맣게 타 눌어붙은 마늘을 불판에서 긁어낸다.

 

 

 

 

 

잠이 오질 않는다.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뒤척이다 결국 포기하고 일어나 와인 잔에 위스키를 따른다.

 

시원한 밤공기를 맡고 싶다. 창을 열고 밖을 바라본다.

 

따먹은 여자만큼이나 무수히 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씁쓸한 내 인생을 곱씹는다.

 

쓰고 역한 알코올을 목구멍에 흘려 넣는다.

 

또 봄은 찾아 오겠지. 지긋지긋한 여름도, 가을도, 그리고 겨울도 오겠지.

 

그래도 나는 지금 여기 그대로, 신물날 정도로 지겨운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니미럴. 존나, 조온나게 기분 더러운 밤이다.


<FIN>

 

 


 

힘들게 썼으니 SKT 처럼 날아올린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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