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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직업, 자세 체험에 대해

ㅇㅇ(199.115) 2015.10.29 18:09:29
조회 552 추천 1 댓글 15

황정은의 아버지는 전자상가의 수리공이었다고 한다. 정확한 사실은 기억나지 않으나 백의 그림자 뒤에 있던 신형철의 평론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소설 백의 그림자는 전자상가에 대한 세밀하고 생생한 묘사로 이뤄져 있다.

카프카는 정부 소속의 노동보험공단에서 10년 이상 일했다. 이는 현대 사회의 관료제를 뿌리부터 파헤쳐, 인간의 실존을 주장했던 그의 작품관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헤밍웨이와 김훈은 기자였다. 단문 위주의 문체는 그들의 약력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모비딕의 허먼 멜빌은 실제로 선원이었다.

정유정 작가의 소설 속 의학과 병원 풍경의 묘사에 관한 부분은 전직 간호사였던 그의 약력을 상기시킨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생사를 조사해 보면, 그의 작품관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널리 알려진 하루키의 일과(규칙적이며 절제된 생활)은 그의 작품관과 무관하지 않다.

평생을 도서관에서 보낸 보르헤스의 작품은 다시 쓰기의 양식으로 유명하다.


작가와 직업 사이의 연관 관계는 아주 뚜렷하다. 이는 전업 작가가 반드시 긍정적일 수는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작은 물론 중요한 일이나, 어느 수준에 오르고 나면 더이상의 다작이 의미를 잃게 된다. 글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사유를 표현하는 매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업작가는 결국 전업작가의 글 밖에는 쓸 수가 없다. 대중적 코드를 취합해 단지 재밌는 글을 쓰고자 하는 작가라면 이런 고찰이 무의미할 것이나, 인간 내면을 심층적으로 파고들어 어, 문학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발굴하고자 하는 사람은 이 지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힘들고 고된 일을 통해 인간의 본성, 본질에 대해 더 깊은 수준의 사유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다만 어디 있든지, 쓰고자 하는 마음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보르헤스는 머릿속에서 습작과 퇴고를 함께 할 정도였다고 한다. 공책이 없는 자리에서도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작가이다.


작가의 체험과 별개로, 사회 생활에 관한 부분은 오히려 스스로 고립되는 편이 좋다는 쪽에 무게를 둔다. 일상의 관계는 내면의 본질 이외에 너무나 많은 것에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기 때문에, 창작에 방해가 된다. 전업작가가 아닌 경우에는 더 그렇다. 남는 시간 자체가 얼마 없을 것인데, 이 시간을 오로지 습작에 투자해도 시간은 한없이 모자랄 것이다. 카프카의 일과가 그랬다. 그의 몇 안되는 친구들 역시, 어느 순간 연락도 없이 습작에 몰두하는 시기의 그를 자주 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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