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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그들과 루비콘강

시대(118.221) 2015.12.06 00:56:43
조회 114 추천 1 댓글 1

이건 오늘 있었던 2차 민중총궐기에 대한 간략한 후기이다.


애초에 집권 세력, 내가 즐겨 쓰는 표현으로는 '그들'은 정의 같은 것에 관심이 없다. 그런 것들일랑 당장 식어 가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열기 앞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포기한 과목 같은 것이 되었다. 그들과 대립한 '우리'가 정의 같은 것들을 위시할 수 밖에 없기에 이미 소통 불가능의 상태가 된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과 우리 사이에는 루비콘강이 놓여 있었다. 한 쪽은 집회 혹은 시위의 형태로 건너려 하나 제 몸 띄울 부표 조차 없고

한 쪽은 강 저편의 우리에게 관심조차 없다. 그래서 아무도 그 거대하고 깊은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우리의 집회와 시위에서 거의 유일하게 루비콘강을 건너던 것이 있었다.

'폭력'이었다. 의도의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 누구의 폭력인지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집회와 시위, 그걸 막는 경찰이 양산한 폭력과 거기서 시작되는 이야기들만이 띄엄띄엄 그 강을 건너 회자 되고 있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최근엔 물대포에 맞아 부상한 백남기씨를 예로 들 수 있다. 이것은 우스운 것이다.

집회와 시위라는 방법으로 강 건너의 그들에게 전달하려던 메세지는 무화 되고 폭력 이후의 사건만 남는다. 이렇게 논점은 흐려진다.

거기엔 과잉진압, 폭력시위, 법의 위반, 생명 윤리와 같은 표면의 문제들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측의 한계였다. 이 한계를 알고 있었기에 아마도 경찰 차벽을 먼저 건드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경찰의 대응을 야기시키고 또 폭력이 오가고 가해와 피해가 생기고 거기에 남은 찌꺼기 같은 것들을 물고 늘어지는 것만이 유일했다.

이건 아무 의미가 없는 아우성이다. 뗑깡일 뿐이다. 집회와 시위라는 방법 자체에 회의를 느끼던 이들의 힘을 더 빠지게 만드는 태도였다.

(물론 와중에 부상을 입은 이들과 가족들에게는 씁쓸한 표현이다.)


그런데 오늘은 차벽도 없고 폭력도 없었다. 사람들은 평화시위라 말한다. 물론 평화시위 자체는 훌륭하다. 어쩌면 근엄하다. 점잖다.

성숙이라 표현할 수도 있다. 다만 나는 다른 의미를 뒤적이다가 우리가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을 느꼈다.

그나마 간헐적으로 강 건너편에 전달 되던 무엇조차 상실한 것이다. 그게 의미가 없었다 한들 의미없는 돌멩이 조차 강 건너에 닿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들과 경찰이 돌연 태세를 바꾼 것이 주된 이유였다고 봤다. 물론 지속적인 견제와 시비 끝에 얻어낸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다수겠다만

그들이 불과 며칠만에 태도 자체를 바꾼 것은 전략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이건 경찰의 폭력과 과잉진압 속에서 평화시위를 만드는 일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평화시위 말고는 할 것이 없었다.

건들 것이 없었다. 적도 없고 떡밥도 없었다. (차벽 뿐만 아니라 경찰의 경고방송조차 없었다. 오늘 경찰의 역할은 모범택시 기사들의 교통정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일찌감치 신고된 거리의 차량을 통제하고 우리를 (우리가 정한)목적지에 안착 시켰다. 어안이 벙벙하다. 너무나 온순한 것이다.

일말의 찌꺼기조차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이것이 덫 같다고 생각했다.(물론 더 지켜봐야 판단 가능한 일이지마는...)


이제 우리는 새로운 프레임에 갖힌 것이다. 비로소 이뤄낸 평화시위처럼 보이지만 이면엔 시위가 그 명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아무도 잡혀가지 않은 시위지만 이 평화 속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실패라는 결과가 들어있었다. (하기사 언제적 의사 표현 방법인가?)

우리에겐 이제 숙제가 생겼다. 아무도 듣지 않고 아무 것도 전달 되지 않는 이 방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숙제.


덧붙여 오늘 평화시위를 만들어 그 무엇도 남기지 않은 그들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도로 전략을 잘 짜?마로니에 공원을 나오며 몇몇 작가들과 식사를 했다. 대부분 '영악하다'라는 표현을 썼다.)


하나 더 덧붙여 이제 우리가 싸우는 대상은 정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신자유주의라는 이데올로기 자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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