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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교인이다.

Castro(183.108) 2015.12.11 00:55:43
조회 143 추천 2 댓글 1

그래서 예전에 '겐조' 향수를 자주 썼었다. 그 향수가 절에서 나는 향냄새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었고 왼손에는 항상 염주를 차고 일을 했기 때문에 가끔씩 사람들이 절에 다니냐고 물어왔다. 그리고 내 몸에서 향냄새가 난다며 궁금해했다. 나는 이 냄새는 향수라고 답해줬고 절에는 안 다니지만 불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곳 사람들은 파트의 막내로 묵묵히 일하는 나를 무척 귀여워해주었다. 다만 일이 너무 힘들었을 뿐이었다. 나는 몇 달을 못 버티고서 유니폼을 입은 채로 도망을 나왔다. 집 현관으로 들어서자 연락도 없이 집으로 돌아온 나를 본 어머니가 아연실색을 했다. 전화도 없이 집에 왔느냐면서. 나는 녹초된 몸으로 컴퓨터에 앉았다. 그리고 몇 달간 못 했던 게임들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휴대전화벨이 울렸다. 같이 일했던 파트의 형이었다. 왜 도망갔냐고 원망이 담긴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미안한 감정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갑작스럽게 빠진 자리 때문에 그들이 더욱 힘들어 졌음이 당연했으니까. 그리고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하지 못 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군입대를 하게 되었다. 훈련병 시절은 무척 재미있었다. 그곳에서 같은 동창 친구 2명을 만나 같이 훈련을 받은 이유도 있었고 힘이 들었지만 군대라는 것이 나에게 색다른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흔련소 수료식을 끝내고 자대에 들어간 후였다. 나는 첫 단추를 잘못 채워버린 것이다. 바로 내가 자대에서 유명해진 '명태' 사건이었다. 첫날 갓 전입한 신병의  몸으로 같은 분대 선임들과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반찬은 명태조림, 김, 그리고 버섯찌개였다. 나는 평소 식습관대로 밥을 국에 말았다. 그런데 무언가 기분이 싸해서 앞을 바라보니 분대 최고참인 선임이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젓더니 숟가락을 드는 것이었다. 긴장한 채로 밥을 먹던 나는 그만 사래가 걸려 재채기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내 입속에 있던 음식물들이 마주한 선임들의 얼굴과 식판으로 날아들었다. 나는 급하게 손으로 입을 가린 후, 재채기가 멎기를 기도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나는 공포에 쌓인 얼굴로 선임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선임들은 별 반응이 없이 식사를 계속 하고 있었다. 분명 그 수 많은 밥알들이 튀었을 텐데도 별 반응이 없었다. 어느 선임은 활동복에 묻은 밥알을 튕겨내기까지 했다. 나는 부끄러우면서도 그들이 너무 멋있다고 느껴졌다. 다만 그들은 다소 불편해하는 모습이 보이기는 했다. 다들 표정이 어두웠고 밥 먹는 속도가 현저하게 줄었다. 나는 더이상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나는 선임들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그런데 분노한 듯한 목소리로 선임 한 명이 나를 불렀다. "야". 나는 복명복창을 했다. "너 왜 이거 안 먹어?". 선임이 말라 비틀어진 명태조림을 가리키며 나에게 물었다. 나는 내 기침테러에 가장 극심한 타격을 입은 그 명태조림을 차마 먹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마땅한 핑계를 대려다가, 내 생각에 있어 가장 합리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바로 내가 불교인이기 때문에 고기를 못 먹는다는 것이었다. 순간 주위가 싸해졌다. 선임 몇 명이 미친듯이 웃었다. "아 너 스님이라 이거 못 먹냐?". 결국 분대원 전부가 미친듯이 웃었다. 나를 제외하고. 곧 터미네이터를 닮은 최고참 분대장의 낮은 목소리 하나로 그 큰 웃음 소리는 멎었다. "먹어". 나는 이 한 마디를 듣자 무언가 복종을 하면 안 된다는 저항의 심리가 가슴 속에서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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