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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은 대부분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

시대(118.221) 2015.12.12 16:30:54
조회 1018 추천 18 댓글 10

정말 철저한 사견인데, 뭐랄까 너무 현실적이랄까? 그래서 그냥 드라마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소설이 특히 심하고 시도 마찬가지고. 비슷한 이야기를 한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냥 이건 그들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생겨난 나의 아쉬움.

문학이란 결국 삶을 초월하는 픽션이 되어야 하고 그게 다시 삶으로 환원 될 때 비로소 문학이 삶에 드리우는 빛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 문학은 대부분 삶 내부에만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좀 단조롭다. 성급할지 모르나 고여있는 느낌도 조금은 든다.

자주 다니는 오래되고 맛있는 음식점들이 있는데 어쩌다 새로운 음식점에 들어가면 항상 오래된 그 음식점을 한 번 더 갈걸 그랬노라고 푸념하게 된다.

그래서 고전이라 부르는 상당히 안전하고 두터운 영역 안쪽이 나는 좋다. 책장에서, 서가대에서 한국 현대문학으로 손을 뻗기가 망설여질 때가 많다.

너무 거울 같다. 너무 나 같고 너무 우리 엄마 같고 그래서 너무 나이브하다. 


그런데 이건 비단 문학만 내뿜는 아우라는 아니고 한국 미술 역시 그러한데 가령 똑같은 동성애자 작가를 예로 들면 이렇다.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가 자신의 작업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했다면 오인환은 거의 모든 작업으로 '커밍아웃'을 하고 있다.

정체성을 초월해 사랑을 이야기한 작가와 정체성 자체를 드러내는 작가 중 누가 더 우월하다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뛰어넘어 사랑 자체를 건드리는 작업이 관객인 나의 감정을 더 많이 휘젓는다.

반대로 오인환의 경우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맥락 밖으로 뻗지 않았고

(정말 좋은 작업들이 많지만) 이제는 조금은 지루하고 약간은 지겹다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분명 미국과 한국이라는 사회 자체의 차이도 각각의 작가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테다.

미국은 게이도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일 테지만 한국은 그렇게까지 차분하지 않다.


(중간에 뚝 끊긴 기분이 들겠지만)당대의 예술이 그 사회를 다각적으로 대변한다는 지점으로 다시 처음의 그 사견을 끌어 당겨 본다.

한국 현대문학이 현실 밖으로 좀처럼 뻗는 일 없이 (마치 극사실주의처럼) 삶을 거의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어쩌면 한국 사회 자체가 만드는 벽일지 모른다.


조금 어색한 결론일지 모르는데,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면 심보선의 <그을린 예술>을 읽어보길 권한다.

포스트모던-컨템포러리로 이어지는 현대 예술에서 예술의 무엇이 죽었고 어디에서 다시 되살아날 것인지에 대한 통찰이 있다.

심보선은 그걸 '삶 속에서, 삶의 불길에 그을린 채' 되살아날 것이라고 썼다.

시인이자 예술가이기 전에 서울대와 콜럼비아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사회학자로서 쓴 지금 우리의 예술 평론이다.

글의 구조 자체가 단단한데 한편으로는 예술가이고 시인인 덕에 말랑말랑하다.


예술이 삶을 향해야 하는 것은 불변의 가치일 것이 분명하지만 삶 자체에 속박 당한다면 그만큼 단조로운 죽음도 없을 것이다.

글쓰는 모두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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