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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켜진 일을 다 하고 난 이후에 찾아오는

시대(118.221) 2015.12.12 18:04:58
조회 116 추천 2 댓글 4
														

나는 일종의 디자이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로(독일어로는 아르바이트) 일하기도 하지만 회사에서는 아니다.

그런데 조금 더 디자이너에 가까운 것이, 그러니까 내가 일종의 디자이너인 것은 이런 이유다.

'회사에서 디자인팀에 속해 일을 하지는 않지만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이유로 적어도 내가 맡은 일에 들어갈 디자인에 대해서는 다소 큰 권한을 가지고 있음.'

여기와 저편에 걸쳐진 역할이 우습지만 회사에서의 내 입지를 규정한다. 둘 중 하나의 뭔가를 못하면 쉽게 짤릴 운명일 거라 생각한다. 버겁고 피곤한 일이다.

중간자가 방관하는 사이에 추돌이 일어난다. 내가 그들의 디자인에 일말의 지적으로 추돌하고 그들이 나의 역할에 대한 선 긋기로 추돌이 일어난다.

적확하게 추돌이다. 충돌은 아니다. 아무도 그만큼 열정적이지는 않다. 물론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다행이다.

주어진 일, 그것이 모호한 명령에 의한 것일 지언정 객관적으로 해석 가능한 명령의 범위만 커버하면 그만인 것이다.

어쨌든 프로젝트는 기한 내에 치뤄지듯 끝난다. 치뤄지듯.


시켜진 일을 다 하고 난 이후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오늘도 잠시 메일을 열고 월요일 브리핑에 쓸 자료를 재단했다. 이제는 퇴근시간이나 휴일에 노동이 침입한지 오래다.

언제 어디서든 소통 가능하게 된 사회다. 휴대폰을 꺼 놓는 것이나 제가 메일을 확인 못해서요 라는 변명은 궁색하다 못해 경우 없는 짓이 되었다.

이렇게 시켜진 일을 다 하고 난 이후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짤막해 졌다. 돈보다 시간을 아끼는 법에 익숙해져야 할 때다.


크리스마스때 성당에서 파티를 한단다. 사재는 사비를 털어 와인을 보탠다. 수녀는 기타 연주를 보탠다. 청년회에 남은 예산이 먹거리를 보탤 것이다.

사업하는 어른 한 분은 청년들을 위해 생맥주 1만 cc를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나도 뭘 보탠다. 사람들을 모으는 일. 그게 나에게 시켜진 일이다.

포스터를 만들었다. 짤막한 시간이 한 번 더 짧아졌다.


그들은 멋드러진 것을 원한다. 처음부터 내가 높여 놓은 시각이다. 내가 뭔가를 보태어 놓기 전에는 아무나 누군가가 대충 한글을 열고 포스터를 만들었단다.

손을 대기 시작하니 한도 끝도 없다. 그들의 기대치가 나의 시간에 와서 추돌한다. 어느새 필요성을 능가한 그들의 미적 감각이 포스터를 만든다.

어디 클럽에나 붙을 것 같은 포스터를 만들었다. 물론 성당에다 붙일 거다. 이것도 이제 그만 해야 할 때가 되었다며 속으로 스스로의 퇴진을 요구 중이다. 

12월 까지만. 짤막해진 시간을, 이월 되지 않을 그 시간을 안타까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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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일런트 나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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