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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214 오랜만에 멍청한놈이 일기 쓰러 왔습니다.모바일에서 작성

도쿠캄(223.62) 2015.12.14 02:44:29
조회 101 추천 1 댓글 4

자존감이 어지간히 없었나 보다.

좋아하던 여자에게 고백하려던 일말의 용기조차도 고백 하려는 그 순간 \'나따위가 뭐라고\' 하는 생각에 대가리 부터 잘려 나갔다. 입술에서 조용히 떨리던 \' 나랑 사귀어줄래 \' 정도의 대사는 이미 7년 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제자리에 맴돌긴 한다.
하지만 연락처 조차 모르는 이 상황이 결국, 머릿속에 있던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들춰내버렸다.

중학교 2학년 시절에 어렵게 얻은 보증금 200 월세 30에 작은 원룸 반지하에서 남자 셋 여자 하나 이끌고 열심히 사시던, 건설직 아니 주급받아 하루하루를 겨우겨우 우리 먹여주시던 노가다일꾼 아버지. 그 아버지 밑에서 자라던 중학생 아들 둘 과 어린이집 다니는 딸 하나 키우자고 노력하셨다. 결국 사업은 망하고 갈 곳 잃은 자식들 이끌고 방 하나 얻어 살던 힘든 어떤 날에 새벽 2시쯤 내 키보다 약간 높았던 철제현관문이 천둥마냥 쾅쾅쾅 흔들렸고, 그 소리는 나를 잠에서 깨우게 만들었다. 현관문 바깥을 볼 수 없기에 \'누구세요\' 하는 말을 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없고 남는 소리는 같이 일하던 주인집 아들의 목소리 하나, 아버지 이름 하나에 욕설 여러가지가 무식하게, 무감각하게, 무섭게 섞여외쳐지고 있었다. 아버지를 깨워보지만 일어날 수 없던 아버지 앞에는 내가 서 있었고, 그런 나는 결국 문을 열어봤었다.
그 순간 눈에 들어오던 현관 주황색 불빛과 그 불빛을 가리던 나보다 큰 덩치의 주인집 아들, 그리고 그 손에 쥐어져있던 부엌에서 흔히 보던 주방용 식칼이 보였다. 내 손보다 큰 손으로, 내 팔뚝보다 긴 식칼을 든 사람을 보자 그가 소리지르는 통에 나는 떨릴 순간 조차 없었고, 그 소리에 아버지가 바로 일어나서 그와 나가버렸고, 나는 제자리에 멈춰 아버지 걱정 밖에 못하는 불효자가 되었고, 그 이후로 날카로운 물체를 보면 긴장하는 버릇은 그때부터 생긴것 같다.

아버지는 나에게 걱정 말라며 다독이고 가서 나보고 조용히 자라고 말씀 하셨지만, 잠을 잘 이룰 수는 없었다. 그동안 내가 생각하던 모든 상식적 대화나, 국어시간에 배우던 조용한 다툼의 내용들은 나에겐 소용이 없다 느껴지고, 이런 감정을 조용히 가슴에 묻어놓고 웃는 얼굴로 학교를 다닐 수 없다 판단해버렸다.
나는 그때부터 자존감이 없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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