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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는 길

titit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9.11 17: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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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는 길

 

   친구 중 하나가 군대에 갈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고 해서 올라가기로 했다. 서울에 있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니까 딱 그녀석만 보고 바로 내려가기로 다짐하고 터미널로 갔다. 쓰고 보니 든 생각인데, 이 편지는 이미 군대에 가 있는 너가 보기엔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편지를 쓰는 사람은 나고 받는 사람은 너인데, 이럴 수밖에. 다만 그렇다고 해서 나중에 우리가 서로 반대인 상황일 때 적절하지 않은 편지를 마구 쓰는 것은 자제해 주길 바란다. 나는 중국 근현대사가 몹시 궁금하다.

   버스는 승객들이 그것에 몸을 누이고 출발하기가 무섭게 그 안의 연약한 자들을 지독하게도 지루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폰 보기, 창밖 보기, 잠자기 이 세 가지 것 밖에 없는데, 어느 것도 매력적인 것이지만 버스 안에서만큼은 본래의 매력을 크게 잃어버린다. 대체 버스가 어떤 요술을 부리길래 그렇게 되어 버리는지 모르겠다. 집에서는 어느 것도 참 매력적인 것들인데 말이다.

   계속해서 폰을 보고, 창밖을 보다가, 잠시 눈을 감는 시간이 이어졌다.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었고, 앞으로 볼 시간이 많지 않기에 창밖을 많이 보고 싶었지만, 너무 지루했다. 내 집이 움직이지 못하는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슬슬 자려는 때에, 하늘에서 내 눈을 감지 못하게 하는 어떤 것이 보였다.

   하늘에는 구름이 짙게 깔려 있었다. 전날 비가 왔기 때문에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나 또한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다만 그 밑이 문제였다. 거기에는 한 조각의 나풀거리는 구름이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구름 층 밑에 조그맣게 있어서 매우 가냘퍼 보였는데, 그 모습이 마치 사람과도 같아 보였다. 그리고 그것에만 집중해서 보다 보면 마치 추락하는 사람과 같이 보였다. 단단하고 안정된 층으로부터 떨어져 내려가는 사람. 나는 그것으로부터 어째서인지 눈을 뗄 수가 없었고, 그것이 매우 안타깝게 여겨졌다. 그것은 마치 나와 같이 보이기도 했고, 내 가족 혹은 어느 아는 친구 등 갖은 내가 아는 것으로 보이면서 나를 매혹시켰다. 내가 그것을 소재로한 갖가지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동안, 터널이 내 눈앞에 나타났고 추락하는 사람은 사라졌다.

   내 시야가 차단되고, 머리 속 이야기만 남았을 때, 나는 며칠 전 비행기를 타던 때가 기억났다. 지금은 내가 구름의 까마득한 밑에 있지만, 그 때 나는 구름 위에 있었다. 다만 그때는 추락하는 사람과 같은 것은 없었다. 구름이 모두 단단하게 결집되어 그런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한번 만져 나 보고 싶은 구름 층 옆에는 둥글게 파인 웅덩이 같은 구멍이 있었다. 그것은 그냥 바다일 뿐인데 색이 모두 균일해서, 나는 그것이 바다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것은 단지 아름답기만 해서 더 알고 싶고 더 가까이 가고 싶은 그런 것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옆에 있는 구름으로부터, 그 웅덩이로 뛰어들면 어떻게 될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것에 대한 답을 확실히 알고 있고, 아주 단언해 버릴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영원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봐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웅덩이는 내가 그것을 향해 가도 바로 받아주겠지만, 그것의 끝은 절대 보여주지 않을 참이었다.

   본래 떨어진다는 것이 무섭고 피하고 싶은 것은 그 끝이 있기 때문인데, 끝이 없는 것에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결국 오지 않는 끝에 지루해 질지도 모르고, 계속해서 빨라지는 속도에 즐거워할 지도 모른다. 나는 어떻게든 더 생각하고 싶었지만, 계속되는 생각이 너무도 허접해서 내 스스로도 생각을 더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이 멈춰버린 때에 터널도 끝났다. 나는 잠시 뒤에, 내가 추락하는 사람을 보고 싶어한다는 것을 다시 떠올렸지만 그 자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나는 지쳐서 이내 잠들었고, 눈을 뜨니 서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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