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28년 훈민정음을 반포해 그것을 일반 대중에게 통용하도록 가르쳤다. 그러나 조선에서는 언문의 사용은 매우 국한되어 있어, 士君者들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단지 교육받지 못한 부녀자나 무학의 하층 민간인들 사이에서 습득되었다....

이태왕 갑오년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관보에 언문을 혼용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언문으로 집필된 문학이 없었으며 언문의 기원 법칙을 연구하는 학자도 없었다. 대원군이 독자적으로 일찍이 이에 착안하여 언문을 조선인의 통용문자로 삼으려고 시도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탁월한 학식이 새벽의 큰 별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천수백 년 이래 오로지 한문만 문장이라고 생각하고, 시가라 간주한 조선의 국문체가 창시될 리 없었다.....유명한 춘향전도 역시 중국 西廂記의 졸렬한 모방이었다. 김만중의 창작으로 전해지는 구운몽도 전적으로 지나인의 사상이며, 무대, 인물을 모두 지나에서 따왔는데, 조선인의 사상 특징이라고 여길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적다. 제도 역시 그렇다....(후략)

조선은 지나에서 유교의 이폐를 그대로 수용한 탓으로 도덕에서 예의의 형식이 중요한 요점으로 되었으며, 인심의 깊숙한 곳에 도의의 근본이 있음을 망각해 버렸다...

.봄, 가을 두 철의 석전제(공자에게 지내는 제사)도 일점의 삼엄공경의 기상 없이 다만 고대의 의복을 입은 유생들이 원근에서 모여들어 주린 배를 채울 기회로 삼을 뿐이다.....

사상의 고착성과 종속, 즉 사대주의는 아마 조선인의 가장 근본적인 2대 특징일 것이다.....

조선인의 사상이 전부 유교, 특히 주자사상을 베낌으로써 하나도 조선적 사상이라곤 없어도 역시 천년 이상 사실이 되어 왔기에, 이를 대신 할 수 있는 신사상이 주어지지 않는 한, 당분간 유교의 권위는 절멸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