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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소설을 쓸때는 항상 악당, 악마, 괴물을 먼저 생각함

아우터(116.121) 2017.11.11 21:34:49
조회 282 추천 1 댓글 3

호러 작가를 꿈꾸는 동생이 있는데, 호러 장르에서 캐릭터가


차지하는 비중과 역활에 대한 논쟁이 있었음. 내가 쓴 글만 복불해 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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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작법에 단점이 있단 점은 분명합니다. 서술 상에 아이러니가 있단 점도 분명하죠. 그렇다고 해서 그의 소설이 재미가 없느냐? 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찬반이 팽팽하게 갈릴 거라 봅니다. 못쓴 소설이라고 해도 매력이 있을 수 있고, 흠뻑 몰입하게 만드는 흥미가 생기는 지점이 있습니다.

저는 스티븐 킹을 그렇게 높이 평가하지는 않지만, 한 세대가 지난 후에도 "그것"의 "페니와이즈"는 불멸일거라고 봅니다. 스티븐 킹이 만들어낸 여러 악당들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이니까요. 저는 샤이닝을 그리 재밌게 읽진 않았지만, 잭 니콜슨과 원작의 주인공을 미치게 만드는 "그 악마의 호텔(당장 이름이 생각 안나네요)" 만큼은 결코 잊혀지지 않습니다. 배경이 살아 있는 악당이었으니까요.

러브크래프트의 장점은 뭘까요? 뭐니 해도 황당하리 만치 어마어마한 스케일에 라이브러리를 따로 만들어내어야 할 정도로 각약각상의 "우주적 존재"들이 뿜어내는 장엄함 아닐까요? 마니악한 러브크래프티안이라면 인정하겠지만, 실제 크툴루 신화의 중심은 요고 소토스입니다. 그렇다 해도 크툴루 신화의 위상에서 크툴루가 차지하는 비중은 저는 결코 가볍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당대 인간의 평범한 상상력을 넘어서버리는 그 괴물의 무시무시한 외양과, 그것을 숭배하는 비교 집단이 정말로 존재해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교차서술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때문이죠.

저는 캐릭터를 이해하는 논지가 조금 핀트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에일리언이 불후의 명작이고 , 그 후의 에일리언이 본편의 아류를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는, 시고니 위버의 명연기도, 영화속에 내재된 페미니즘도 아니었조. 바로 절대고독과 폐쇄성을 연출하는 비주얼적 분위기와 에일리언이란 "미지의 괴물"이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공포감에 있었습니다.

조금 더 인간적인 공포감을 선사하는 "양들의 침묵" 같은 스릴러 장르로 범주를 옳겨본다면 어떨까요? 조디 포스터의 명연기가 아무리 뛰어나도, 그녀의 역활은 하드보일드와 서스펜스를 오가는 범죄스릴러의 명탐정, 명형사의 범주를 결코 넘어서진 않습니다. "양들의 침묵"이 우리 마음을 조여오는 "불길한 고요함"을 뿜어내는 역활은 결국 "한니발"이 해낸 것입니다. "한니발"이 진짜 주인공이죠.

공포 소설이나 영화, 혹은 스릴러 전반을 통틀어 저는 이 법칙이 크게 틀리지 않다고 봅니다. "공포 장르"의 진짜 주인공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주인공이나 화자의 역활이 아니라, "괴물" "악당" "꿈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악마" "혹은 침대 밑이나 복도 어딘가를 어슬렁거리는 귀신이나 사령" "혹은 나보다 먼저 방에 침입해 와서는 방에서 칼을 갈고 있는 연쇄살인마" 같은 존재들입니다. 악마를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멋있게 만들어 내느냐, 그들이 주는 공포감이 어느 정도 리얼하느냐(이 부분이야 개인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에 성과의 여부가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결정점은 "개성적인 악당, 혹은 악마"를 창조해내는 것에 달려있습니다.

이 방면을 가르치는 사람도 국내엔 얼마 없고, 이해하는 작법 교사들도 지금의 한국이란 나라에선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마음은 때때로 악마와의 교감을 필요로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때는 쓴웃음이 지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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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관점이 틀린 건가?


혹은 왜 우린 악마를 멋들어지게 만드는 법을 충분히 상상해내질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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