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뒷이야기써왔는데 읽어줄사람...

ㅇㅇ(125.185) 2017.11.12 00:51:12
조회 231 추천 0 댓글 16

내 발밑에서 강물이 물고기의 은빛 비늘같이 하늘거렸다. 앞으로 조금 가자 찰랑거리는 물이 곧 나를 덮쳐올 것만 같아서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그냥 발을 약간 들어 올려서 앞으로 밀면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저 차갑고 날카로운 강물에 몸을 담글 수 있을 텐데. 난 오늘도 이렇게 한 시간 가까이 머뭇거리다 집으로 돌아갈게 뻔했다. 그러기를 벌써 한 달 째였다.

한 달 전이었다. 어쩌면 일주일쯤 더 전일지도 모른다. 머리는 매일 감았다. 샤워도 매일 했다. 그날 아침에도 머리를 감았다. 난 아마 들떠있었을 것이다. 특별히 바디 로션도 꼼꼼히 더 많이 바르고 조금 진한 느낌의 향수도 뿌렸다. 화장도 더 공들여서 했다. 머리를 말리기 전에는 항상 부드럽고 따뜻한 냄새가 나는 에센스를 발랐었는데 까먹었다. 그래서 그날은 머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 아이와 같이 물을 튀기며 할 장난을 생각하자 속이 울렁거렸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그 아이는 깊고 진한 눈과 보드라운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다. 넓고 단단한 품과 끝없이 빠져들 것만 같은 웃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아이가 웃을 때, 나는 그 아이를 보며 언젠가는 머리를 꼭 쓰다듬어 줘야지, 마음먹고는 했었다.

곧 나는 내가 물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들어갈 수 없는 것인지 내 몸이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물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내가 물에 들어갈 수 있던 없던 간에 세상은 내 눈썹만큼도 바뀌지 않았다. 그건 참 슬픈 일이었다. 세상은 서로에게 중요하지 않은 일들로 꽉 차 있었다.

그 아이가 보고 싶었다. 방 안에 앉아 그 아이를 생각하면 금세 방이 온기로 가득 찼다 식어버렸다. 다시 차가워진 방이 내게는 너무 컸고 차가웠다. 커져서 무서워진 방에 눈을 감고 누워있으면 방이 무언가로 차올랐고, 빈 공간과 맞닿아 있던 내 몸의 모든 부분으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상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 감정은 시시때때로 나를 눌렀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저 가만히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것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 아이를 못 본지 한 달 하고 일주일, 아니면 이주일, 그쯤이 지났다. 그냥 있으면 나는 그 물에 잠기고 말 것만 같았다. 그 아이가 보고 싶었다. 나는 물에 들어갈 수 없었고, 그 아이를 만날 수 없었다. 나는 내가 어디에 가든지 그 아이를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혹시 그 아이가 물이 아닐까, 문득 머릿속 저 깊은 곳에서 이상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건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 아이는 내가 여태껏 봐온 사람 중에 가장 단단한 사람이었고, 물은 내가 알고 있는 것들 중에 가장 단단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왠지 그 아이가 물일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계속 그래왔듯이 그날도 나는 강 앞에 섰다. 내 하루 중 한 시간을 차지하는 일 이었다. 나는 내 발 아래에 바로 강물이 올 수 있도록 섰다. 그리고 한 발을 들어 내 몸을 실었다.

나는 처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밤이라기에는 너무 밝았고, 낮이라기에는 너무 어두웠다. 날카롭지 않았지만, 뭉툭하지도 않은 것들로 내 주변이 꽉 차 있었다. 그건 분명 물은 아니었지만,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물일 것만 같았다. 내가 모르는 것들이 내 손과 발과 몸에 닿아 있는 기분은 신기하면서 무서웠다. 만약 강에 내가 빠진 거라면 소름끼치게 춥고 어두웠을 텐데, 그건 아니었다. 내 머리 위보다 발밑이 더 밝았다. 바닥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 주변이 조금씩 밝아지는 것으로 나는 알 수 있었다. 나는 조금씩 밑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전개가없대서 좀 넣어봤어

근데 뒷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은 있을까?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공지 ☆★☆★알아두면 좋은 맞춤법 공략 103선☆★☆★ [66] 성아(222.107) 09.02.21 48710 56
공지 문학 갤러리 이용 안내 [99] 운영자 08.01.17 24072 21
290260 개연성에 대한 의문의 두가지 촉매 공령지체(118.235) 01:16 48 0
290259 이를 어찌할꼬!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56 20 0
290258 텅 빈 공터 ㅇㅇ(211.234) 00:50 15 0
290257 보고싶다 문갤러(106.101) 00:30 13 0
290256 내가 병원에 가면 ㅇㅇ(112.160) 05.07 24 0
290255 북유럽신화 성벽 쌓은 거인이 해와 달을 달랬다는 것은 [2] a(118.235) 05.07 19 0
290253 A련은 책 안내나 공령지체(118.235) 05.07 23 0
290252 파묘 이 감독 병신.. [4] ㅇㅇ(112.160) 05.07 62 1
290251 비가 오래 내리네 [2] ㄱ..(223.62) 05.07 33 0
290250 니들은 세익스피어의 글이 [2] ㅇㅇ(112.160) 05.07 35 0
290249 오들뽕의 시는 [2] ㅇㅇ(112.160) 05.07 43 0
290248 국내 애시드 명반 [1] ㅇㅇ(112.160) 05.07 27 0
290246 내 전성기 걸작들은... [1]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43 0
290245 재수 하는중 처음으로 시를 써보았습니다. 첨삭이나 조언 부탁드려요. [1] Pmk(220.80) 05.07 38 3
290244 유리창엔 비 / 햇빛촌 [10/1] 하남자(118.235) 05.07 68 0
290243 씨발 저러고 사람 엿먹어 범죄 흔적 싹 지워 합리인 척 [4] a(118.235) 05.07 22 0
290242 씨발 미친년 동조실험 한 척 하길? 전문가 집단이 정신병자 만들어 a(118.235) 05.07 14 0
290241 이게 씨발 왜 동조실험 영역이야 a(118.235) 05.07 14 0
290240 지들 인생 가치 적거나 없는데 삶은 관계인지라 a(118.235) 05.07 14 0
290239 씨발 자기만 그래 무한반복이지 a(118.235) 05.07 14 0
290238 이 단어 3개로 짧은글 써보셈 [3] 문갤러(175.223) 05.07 44 0
290237 미친년들아 내가 니들 마음에 안 드는 가장 큰 이유가 [14] a(39.7) 05.07 24 0
290236 오일 분진 아니고 그냥 전기냐 제전복이라 증기화 했냐 a(39.7) 05.07 13 0
290235 지금 공간 전부 전기냐 a(39.7) 05.07 14 0
290234 씨발년들 어제처럼 오일 증기 바지속으로까지 들어오지 미친년들 a(39.7) 05.07 14 0
290233 제전 처리도 너무 많이 하면 온몸 힘빠지고 구토감에 난리, a(39.7) 05.07 13 0
290232 의자가 지금 계속 전기가 있는 거네요 a(39.7) 05.07 13 0
290231 라틴어 부정 접사 Ig가 키워드였어서 뭐, a(39.7) 05.07 13 0
290230 APOE4 forgive...병신... a(39.7) 05.07 18 0
290229 인도네시아 외환바구니 탓에 KF21 채무 유지하면 a(39.7) 05.07 18 0
290228 병신...단절에 고통 없는 나 같은 인간도 있거든 [1] a(39.7) 05.07 17 0
290227 헌법이 1200년대 마그나카르타로부터 국가 대 개인 계약, [4] a(39.7) 05.07 19 0
290226 고통은 계속 되어야 한다 고통은 단절이다. [20] 공령지체(118.235) 05.07 45 0
290225 라틴어 ig부정 놀이는 왜 했는데 a(39.7) 05.07 17 0
290224 한강의 시를 카페에서 읽은 한 줄 평. 공령지체(118.235) 05.07 39 0
290223 여자와 시인과 예술의 특성은 문예갤로 가 있다 공령지체(118.235) 05.07 32 0
290222 A는 여자어야 한다 공령지체(118.235) 05.07 43 0
290221 오늘의 추천 시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30 0
290220 생각에 잠긴다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22 0
290219 모닝커피 오들덜뽕두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07 20 0
290218 TV는 사랑을 싣고에 출연했던 썰 기모노(119.198) 05.07 59 0
290213 워터 vates a(39.7) 05.07 16 0
290212 반자아는 너희가 침범한 매순간이 반자아죠 a(39.7) 05.07 17 0
290211 국문과는 욕이 전공이랬지 씨발년아 a(39.7) 05.07 31 0
290210 씨발 남의 집 전하도 교체해서 집어넣어서는 a(39.7) 05.07 15 0
290209 전파 끄라고 병신아 a(39.7) 05.07 17 0
290208 와 씨발 미친년들 완전 옛날 변압기 갖고? a(39.7) 05.07 16 0
290207 아무도 부르지 마 씨발년들아 니 앞가림 하고 내 앞에서 꺼져라 a(39.7) 05.07 15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