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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에 포비아가 있어

ㅇㅇ(211.186) 2018.01.26 05:46:47
조회 85 추천 0 댓글 0

나비의 초상이라는 제목의 습작 도입부다. 나비가 넘 무서워서 그걸 소재로 함


그것과 나의 대치였다. 온 몸에 피가 솟구치고 살갗에서 난 모든 털이 곤두섰다. 손에 잡히는 것이 무엇이든 도구나 무기가 될 수 있었겠지만 나는 이불이나 불투명의 두꺼운 비닐을 찾아 어둠 속에서 슬금슬금 움직이며 손을 움직였다. 크고 튼튼한 방패가 필요했다.

나는 애초에 헤쳐 나갈 수가 없었다. 급하게 움직이며 혹시 그것과 살짝 접촉하기라도 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싫은데 어찌 도망 갈 것인가. 오직 그것과 먼 간격을 유지하며 도망가듯 숨거나 무언가 밖이 보이지 않는 두꺼운 것을 덮어 써 나를 보호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내가 아닌 누구라면 하고도 남았겠지만 나는 그것을 도저히 볼 수 없었고, 가까이에서 냄새도 맡을 수 없었으며 그것이 움직이는 소리를 듣거나 혹은 그것을 만지거나 맛보는 일 따위는 꿈에서도 불가능할, 상상만 해도 몸서리 쳐져 애써 상상마저 피하는 끔찍한 일이었다. 너무 징그러운 적과는 싸울 수가 없었다.

그것이 머릿속에 떠오를까 두려운 나는 생각을 피하는 방법으로 굳은 몸을 의식적으로 조금씩 떨며 그 움직임에 집중했다. 그것의 형체, 그것의 이미지가 머리에 떠오를까봐 고육지책으로 생각해낸 수비적인 반응이었다. 그런데도 그것이 무언가를 건드리며 소리를 냈다.

“팔락”

나는 몸서리치며 아득한 머리를 하고 간장을 쥐어짜는 기세로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자 그것이 날아올랐다.

‘팔락’ 했었다. 그것의 날개 짓이 포근히 맑은 날 첫눈을 내리는 회색 구름의 느릿한 움직임처럼 한가로이 느리게, 비디오의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내리는데 내 눈은 동공에 허블 망원경을 단 것처럼 그것이 나는 지점을 노려보며 함박눈처럼 퍼붓는 그것의 날개 가루를 마치 진짜 본 것처럼 떠올리고 있었다. 그것은 수 천 년 이상 녹이 슨 무쇠의 썩어가는 갈색과 참나무 숯으로 만든 먹을 갈아 우린 검정의 강렬한 테두리를 하고 있었다. 내 눈이 불에 덴 듯 타 들어가고 눈을 감아도 머리에 남는 잔상에 나는 결국 주저앉을 듯 몸을 굽히고 내 무릎에 대고 오장육부에서 끌어 올리는 구역질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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