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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 (이기적인 인간)모바일에서 작성

고라니(118.46) 2018.02.14 17:29:11
조회 150 추천 1 댓글 1

"알바야 이제 공병 받지 마라. 내가 받지 말라 했잖아"
SC편의점 점주 A가 문을 열다 말고 문 손잡이를 잡은채 말했다. 알바 B의 대답이 없으니 손잡이를 붙든 손이 뻘쭘해졌다. 그는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문에서 한발짝 떨어지더니 카운터에 있는 B에게 다가왔다.
"고객만 상대해. 공병 줍는 사람들 물건도 안 사잖아? 공병 받지 마"
"예"
B의 얼굴에서 여러 표정이 교차되며 끝내 입이 열렸다.
"절대 받지마. 새벽에 수거하기가 영 번거로워"
"예"
이번에는 대답이 빨리 나왔다. 점주A는 만족하고는 매장을 떠났다. 이제부터는 B의 일과가 시작될 차례였다. 매장 내부를 청소하고 바깥 테이블과 주변 바닥의 쓰레기를 정리한 뒤 매장에 널부러진 상품을 창고에 들여놓고 진열을 시작하면 될터였다. 도중에는 손님들이 고른 상품 중 아직 빠지지 않은 유통기한 지난 상품을 골라내야 했다.
매장 내의 거의 모든 관리유지를 홀로 도맡아 하다보니 널널할 때는 두 시간 정도 시간을 들여야 했고 최악에는 네 시각 정도를 정비에 집중해야 했다.
그러나 B는 움직일 마음이 들지 않았다. 대답은 해놓았으나 지난번에도 그는 공병을 받아버렸다. 그리고 오늘도 뻔했다. 공병이 들어오면 받을터였다. 그는 타협점을 찾지 못한채 매장 안을 의미없이 돌며 서성였다.
모든 매장에서는 공병을 받아야만 했다. 정부시책임과 동시에 폐지공병으로 삶을 이어가는 이들에게는 수거해줄 기관이 필요했다. 폐지공병을 줍는다란 몸의 이상을 의미했다. 불편하지 않다면 폐지공병을 주을 이유 따윈 없었다. 폐지공병을 하루종일 주워봐야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단순노동자의 한시간이 그들의 하루라는 말이었다. 폐지공병수거꾼들에게는 저마다 그토록 바닥으로 추락한 이유가 있었다. 그곳은 바닥의 바닥이었다.
B는 공병수거를 거부하는 점주A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로 가란 말인가. 이대로 받아주지 않는다면 공병을 수거하는 타매장으로 향할 터였다. 그러나 공병이 좀 무거운가. 온 동네의 공병을 부담해야 하는 그 타매장이 될 곳은 또 어떤가.
이런 이해는 B만이 가지고 있었다. 커뮤니티에 글을 게시해보아도 바닥을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만이 올라올 뿐이었다. 공병은 더럽고 번거로웠다. 그것을 만진 뒤에는 손을 씻어야 했다. 매장 안을 다시 닦아야 하는 일도 생겼다. 공병을 받아야 한다는 B도 함께 더러워졌다.
더러운 B. 그는 공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더러웠다.
B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시정요구에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그만 두기 전에 마지막으로 닦인 커피머신기를 말끔히 청소했다. 이제 B가 떠나면 내부가 열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터였다.
이제 모든게 그만이었다. 그는 대화로 의견을 조율하는 끈기가 없었고 타협의 의사 또한 없었다.
잠깐 B 자신에 대해 정신이상자가 아닐까란 의심이 들었지만 정신이상자라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정신이상자가 아니라도 어쩔 수 없고 정신이상자라도 어쩔 수 없었다.
이 지점에서는 자신을 의심하게 만드는 그런 수식이 힘을 부릴 여지가 없었다.
B는 완강했고 자신의 결정을 바꿀 마음이 없었다.
그만큼 뻔뻔하고 이기적이었다. 이런 이기적인 자신을 갖고 도저히 살아갈 수 없어서 병원에 다녀기로 했음에도 그는 자신의 이기를 고집했다.
이 지점은 뜻을 굽히는 그 순간부터 모든게 뒤바뀌어버리는 지축공간임을 B는 경험에 의해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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