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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이야기궁금한사람?

ㅇㅇ(125.185) 2018.02.25 12:47:46
조회 151 추천 0 댓글 2

내 발밑에서 강물이 물고기의 은빛 비늘같이 하늘거렸다. 앞으로 조금 가자 찰랑거리는 물이 곧 나를 덮쳐올 것만 같아서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그냥 발을 약간 들어 올려서 앞으로 밀면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저 차갑고 날카로운 강물에 몸을 담글 수 있을 텐데. 난 오늘도 이렇게 한 시간 가까이 머뭇거리다 집으로 돌아갈게 뻔했다. 그러기를 벌써 한 달 째였다.

한 달 전이었다. 어쩌면 일주일쯤 더 전일지도 모른다. 머리는 매일 감았다. 샤워도 매일 했다. 그날 아침에도 머리를 감았다. 난 아마 들떠있었을 것이다. 특별히 바디 로션도 바르고 진한 느낌의 향수도 뿌렸다. 화장도 더 공들여서 했다. 머리를 말리기 전에는 항상 부드럽고 따뜻한 냄새가 나는 에센스를 발랐었는데 까먹었다. 그래서 그날은 머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 아이와 같이 물을 튀기며 할 장난을 생각하자 속이 울렁거렸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그 아이는 깊고 진한 눈과 보드라운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다. 넓고 단단한 품과 끝없이 빠져들 것만 같은 웃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아이가 웃을 때, 나는 그 아이를 보며 언젠가는 머리를 꼭 쓰다듬어 줘야지, 마음먹고는 했었다.

곧 나는 내가 물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들어갈 수 없는 것인지 내 몸이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물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내가 물에 들어갈 수 있던 없던 간에 세상은 내 눈썹만큼도 바뀌지 않았다. 그건 참 슬픈 일이었다. 세상은 서로에게 중요하지 않은 일들로 꽉 차 있었다.

그 아이가 보고 싶었다. 방 안에 앉아 그 아이를 생각하면 금세 방이 온기로 가득 찼다 식어버렸다. 다시 차가워진 방이 내게는 너무 컸고 차가웠다. 커져서 무서워진 방에 눈을 감고 누워있으면 방이 무언가로 차올랐고, 빈 공간과 맞닿아 있던 내 몸의 모든 부분으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상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 감정은 시시때때로 나를 눌렀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저 가만히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것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 아이를 못 본지 한 달 하고 일주일, 아니면 이주일, 그쯤이 지났다. 그냥 있으면 나는 그 물에 잠기고 말 것만 같았다. 그 아이가 보고 싶었다. 나는 물에 들어갈 수 없었고, 그 아이를 만날 수 없었다. 나는 내가 어디에 가든지 그 아이를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혹시 그 아이가 물이 아닐까, 문득 머릿속 저 깊은 곳에서 이상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건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 아이는 내가 여태껏 봐온 사람 중에 가장 단단한 사람이었고, 물은 내가 알고 있는 것들 중에 가장 단단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왠지 그 아이가 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계속 그래왔듯이 그날도 나는 강 앞에 섰다. 내 하루 중 한 시간을 차지하는 일이었다. 나는 내 발 바로 아래에 강물이 올 수 있도록 섰다. 그리고 한 발을 들어 내 몸을 실었다.

나는 처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밤이라기에는 너무 밝았고, 낮이라기에는 너무 어두웠다. 날카롭지 않았지만, 뭉툭하지도 않은 것들로 내 주변이 꽉 차 있었다. 그건 분명 물은 아니었지만,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물일 것만 같았다. 내가 모르는 것들이 내 손과 발과 몸에 닿아 있는 기분은 신기하면서 무서웠다. 만약 강에 내가 빠진 거라면 소름끼치게 춥고 어두웠을 텐데, 그건 아니었다. 내 머리 위보다 발밑이 더 밝았다. 바닥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 주변이 조금씩 밝아지는 것으로 나는 알 수 있었다. 나는 조금씩 밑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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