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 다 떨어졌다. 어제 마지막 한 대를 피면서, '내일 사러가지 뭐' 했던 것을 후회했다. 미리 사둘껄...

귀찮아도 담배는 사러가야한다. 어차피 나중에 찾게될게 뻔하니까. 지금 나가자 라고 마음 먹는다.

그전에 해결해야 될 문제가 있다. 덮수룩 하게 난 수염. 신경쓰인다. 정리하자고 결정한다.

원래 면도는 씻으면서 하지만 씻기에는 귀찮았다. 그대로 얼굴에 쉐이빙 크림을 바른 후 면도를 시작했다.

아팠다. 쉐이빙 크림을 바르고 면도를 하는 것. 전과 다를게 없었다. 하지만 아팠다.

면도기가 수염을 당기고 잘리는 것이 너무나 선명히 느껴졌다. 면도기에 물을 바르지 않아서 그런가?

바로 실행에 옮겼다. 덜 아팠다. 면도를 할 때 내가 항상 갈등하는 것이 있다. 콧수염 때문이다.

바짝 밀면 깔끔해보여서 좋지만 살이 쓰라리고, 쓰라리지 않을 정도로 밀면 지저분해 보였다.

오늘은 바짝 밀었다. 밖에 나가야 하니까. 면도가 끝났다. 뭘 입고 나가지?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

아니 더웠다. 몇일 전에만 해도 추웠는데, 갑자기 더워졌다. 햇볕이 쨍쨍하다. 여름 옷을 어디에 뒀더라.

작년에 입었던 여름 옷은 너무 후줄근 했다. 이걸 어떻게 입고 다닌거지. 지금 내게는 후줄근한 여름옷.

깔끔해 보이지만 더워보이는 가을 옷. 두 가지의 타협안이 있었다. 이렇게 저렇게 입어보며 고민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니, 사실 답은 나왔다. 밤에 선선해지면 가을 옷 여름 옷을 섞어서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