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창관
1.
센나야 광장에는 차가운 비가 오는데, 우산 없는 걸음은 웅덩이에 푹 담군 마냥 질척거렸다. 하염없이 낮은 기온에서 잘게 부서지는 하얀 숨은 분명 이 근방 대학에 다니는 가난한 학생의 것으로, 선배의 권유에 따라 억지로 향하는, 내키지 않는 곳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투명한 비를 맞으며 그는, 코팅된 쪽지를 따라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건물의 주소를 살폈다. 그리곤 간신히 찾아온 그 고딕 양식 건물 앞에 서서 멀쩡히 중얼거렸다. “이곳이 맞는데······.” 우비를 입은 대학생은 눈을 돌려 뾰족한 첨탑이 인상적인 외양을 살피다가, 다시 내리곤 종이에 적힌 업소명과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다. 그런 그가 한참을 이상하다 생각해 안주머니서 전화기를 꺼내려는 순간 – 베이지색 장갑 낀 손이 대학생의 어깨를 옅게 짓눌렀다. 깜짝 놀란 그가 짐승처럼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익숙한 얼굴이 히죽 웃으며 남자를 놀리고 있었다.
“아 씨, 선배. 놀랐잖아요.” 남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작게 핀잔했다. 선배, 라고 불린 베이지색 양털코트의 여자는 습관적으로 후배의 얇게 입은 코트를 잠시 만지작거리다, 이번에는 숨을 크게 내쉬며 자기의 목도리를 조심스럽게 풀었다. “놀라라고 한 거야. 겁쟁이새끼야.” 그리곤 보송보송한 그것을 들어 어린 대학생의 목에 손수 감아주었다. 남자의 얼굴이 창피함에 물감으로 칠한 듯 붉어졌다. “자, 됐다. 감기 걸려, 인마. 이렇게 얇은 코트 입어가지곤.” 여선배가 대학생의 어깨를 약하게 때리자, 그는 머쓱한 듯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괜히 아프지도 않은 팔뚝을 만지작거렸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잘 찾아왔네.” 우뚝하게 솟은 탑을 보며 무언가 감상에 잠기던 선배가 문득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 말에 대학생은 손에 쥐고 있던 쪽지를 접어 몰래 주머니에 넣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양 그녀의 얼굴을 보며 “당연하죠.”하고 마냥 해맑게 웃었다. 7월 29일의 센나야 광장에는 추적거리는 비가 은밀히, 잘 닦인 창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2.
건물의 내부는 예상 외로 밝았으며 깨끗했다. 홀은 각양각색의 캔들로 꾸며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중앙 계단으로부터 양쪽으로 이어진 복도에는 금빛으로 치장된 샹들리에가 흔들리며 그 가루를 빛이 닿는 모든 곳에 뿌리는 듯 했다. 밖에 있을 적 멀리서 보며 우중충해 보인다 생각했던 대학생은 ‘의외로군’하고 주위를 훑기 바빴으며, 몇 번 와본 경험이 있던 여대생은 익숙한 발걸음으로 카운터에 가 “남자 하나, 여자 하나요.”하고 카드를 꺼내 계산했다.
대학생은 그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음료자판기도 있네.’하고 계산대 옆의 박스를 구경할 즈음, “실례합니다.” 말한 뒤 제 손목을 잡아끄는 업소의 여직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30대의 얼굴로 뒤로 둥글게 묶은 머리를 한 채, 네이비블루 제복과 타이트한 하얀 색 스커트로 무장한 그녀는 어벙한 눈의 대학생에게, “방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곤 중앙계단 옆 엘리베이터로 데려가 키 번호를 주며 업소에서 주의해야할 안내사항을 조곤조곤한 어조로 이해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학생은 듣는 둥 마는 둥 정신을 여대생의 행보에 쏟다가, 음료자판에서 맥콜을 사마신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졌을 즈음에야 비로소 안내사항을 암기하고 업소를 즐길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기나긴 설명의 시간을 마친 여직원이 손을 흔들며 “좋은 경험 되십시오.” 엘리베이터 7층 버튼을 누르자, 그는 울지도 웃지도 않는 얼굴로 마주 손을 흔들며 생각했다. ‘이게 데이트인가’ 얌전히 승강기에 탄 채 7층으로 올라가는 대학생의 마음속은 여자에 대한 섭섭함과 기대 반의 심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다보니 그의 손에 쥐여진 금색의 키 번호가 어쩐지 무거워지는 기분이었다. 처음 느끼는 경험에 대한 설렘이 꽃피고 있음의 증거였다.
3.
번호에 적힌 대로 잠금장치를 열고 들어온 대학생은 현관에서 저도 모르게 신발을 벗었다. ‘신발을 벗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적인 안내문을 본 건 그로부터 몇 초 후의 일이었다. 청년은 멋쩍은 기분에 다시 신발을 신고 방에 들어섰다. 방은 오렌지색 조명으로 장식되어 화려했고 그 온도 역시 딱 기분이 좋을 정도의 것이었기에 만족스러웠다.
그는 방 한 가운데 위치한 대형 침대를 눈으로 흘기곤 이 업소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방 한 구석에 비치된 거대한 골렘을 봤다. 겉으로 보기에도 2미터는 거뜬히 넘어 보일 듯한 이 흙색 석상은 어릴 적 즐겨했던 ‘단풍 이야기’의 스톤골렘과도 비슷한 외양을 가졌었다. 잠시 옛날의 추억에 잠겨있던 학생은, 다시 정신을 차린 뒤 골렘의 울퉁불퉁한 팔을 조심스레 쓰다듬다가 여직원이 말한 작동버튼을 우연히 발견했다.
여기서 대학생은 하나의 분기에 처해있었다. 하나는 버튼을 누르고 이 업소를 질기는 것과 다른 하나는 그저 침대에 누워 시간만 보내는 것. 그러나 그는 새로운 것에 대한 집착이 있는 요즘의 대학생이었고, 이 욕구는 그로 하여금 버튼을 누르게 만들었다. 돌 긁히는 소리와 함께 버튼이 눌린 골렘은 기계음을 내며 작동을 시작했다. 다리 끝에서부터 전기가 통한 듯 꿈틀거리더니만, 이윽고는 팔과 그 머리까지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청년은 그 모습을 보며 묘한 흥분과 희열에 빠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골렘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유연하게 움직였고, 3분가량이 지나자 완전히 작동한 석상은 제 스스로 다리를 벌리며 까끌까끌한 돌무더기의 음부를 공개했다.
언뜻 보기에는 바위에 금이 하나 간 것만 같은 형상. 청년은 심란한 마음에 자신의 사타구니를 바라보다가 그 결심을 굳혔다. 바지를 벗고, 속옷까지 벗자 나타난 그의 육봉은 비록 작았으나 그 기세만큼은 장군감인 것이었다. 골렘은 무표정한 눈으로 청년을 바라보다가, 그 시선을 다시 그의 초라한 음경에 향했다. 대학생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미 상황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골렘의 딱딱하고 차가운 틈새에, 자신의 음경을 조심스레 집어넣었다.
4.
처음 느껴진 감촉은 사포로 긁는 듯한 따끔거림이었고, 그 다음으로 그의 뇌를 흔든 건 익숙하지 않은 저온이었다. 몇 분가량의 사투 끝에 음경을 끝까지 집어넣는 데 성공한 청년은 자신의 육봉을 감싸는 서늘함에 순간 닭살이 돋는 듯 했다. 딱딱하고 비좁은 틈은 더 이상 넓어질 생각 없이 극도로 조였고 동시에 아팠으며 이상야릇했다. 대학생은 이 특이한 경험을 입안에서 굴리며 조용히 피스톤 질을 시작했다. 골렘은 통상의 여성처럼 신음을 흘리지도 않았고 몸을 떨지도 않았다. 그저 단순한 기계처럼 몸의 전후운동을 할 뿐. 청년은 이 감정 없는 생명을 범함으로서 느껴지는 배덕과 신선하고도 미묘하게, 천천히 느껴지는 쾌감에 점점 중독되어갔다. 시끄럽게 굴지 않는 그 입이 좋았고 그 무엇보다도 강하게 조여 주는 틈새가 마음에 들었다. 그들의 섹스는 기계가 물건을 찍어내는 것처럼 차갑게 이뤄졌다. 대학생이 갑작스레 치솟는 쾌감을 못 참고 사정하자, 그제야 다리 벌린 골렘의 눈이 조금 흔들리다가 다시 보통의 것으로 돌아왔다.
기계를 범하는 건 일반적인 일이 아니고 매우 적은 변태성욕자만이 행하는 것이라고 평소 청년은 생각했다. 그러나 사정을 하고, 자신의 열기가 골렘의 차가운 비소를 식히는 순간을 알게 된 청년은 그제야 자신 역시 그러한 변태성욕자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조그맣게 변한 음경을 꺼낸 청년은 곤죽이 되고 여기저기가 뜯어진 자신의 것을 보며 미약한 고통을 느꼈다. 아마 당분간은 이곳에 올 일이 없으리라, 그러나 이 상처가 다 낫는 날, 청년은 다시 이곳에 오겠다, 다짐했다. 그는 변태성욕자였다. 의식 없는 물체를 범함에서 흥분과 쾌감을 느끼고 이 거대한 창부가 가지는 불변함에서, 무한한 애정을 느끼는 정신병자.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이랴, 만족스런 섹스는 세상의 모든 비난을 무시하는 법이다. 밖은 비가 오고 있었다. 다 찢어진 대학생의 음경에서도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골렘 옆에 비치된 붕대와 휴지로 피를 닦은 그는, 자신의 비처에서 흰 정액을 흘리는 골렘을 한 번 보곤 웃으며 다시 옷을 입었다. 바위의 틈새 같은 곳에서 꿀렁꿀렁 새어나오는 정액을 보니 문득 바위 틈새로 시냇물이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은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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