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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가 정의하는 ㅈㅅ의 관점

자유죽음(123.214) 2018.07.10 14:52:00
조회 221 추천 3 댓글 0

소설 '악령'에 나오는 키릴로프의 성격을 통해 도스토예프스키는 자살의 다른 한 유연한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키릴로프는 자신이 신이 되리라는 상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는 죽음의 공포를 극복해야 했고 자기 손으로 조금도 거리낌없이 자신의 목숨을 끊을 수 있어야 했던 것이다. 키릴로프가 자살을 결심한 동기는 개인적인 절망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자살은 생명과 죽음을 극복한 자신을 보여주기 위하여 시도한 하나의 공상적인 실험이었던 것이다. 

그에게는 다른 어떤 주인이 없었다. 그 때문에 그는 자신이 신이 되어야 했던 것이다. 그는 자기를 위해 존재해주는 신이 없었기 때문에 신을 무서워 할 필요도 없었다. 키릴로프의 자살에 대한 생각은 묵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그의 자살은 그 자살에 따라 멈추어버릴 시간 위에 군림하고 그 결과 영원이 시작되리라는 것이다. 키릴로프는 하나의 이념을 가진 인간이다. 그는 비열한 동기로 움직이는 자도 아니며 두려움에 떨지도 않는다. 그러나 키릴로프 같은 자기 나름대로 고행도 하고 청렴결백하기까지 한 인간상이라하더라도 그리스도의 형상과는 정반대인 것이다. 인-신은 신-인의 반대가 아닐 수 없다. 이 공상적인 자살의 마지막은 진정한 사망인 것이다. 키릴로프는 허수아비 짓을 해봤을 뿐이다. 그는 자기의 죽음으로 죽음을 극복할 수도 없었고 시간을 정복하여 영원에도 들어갈 수도 없었다. 그의 자살도 역시 다른 자살과 마찬가지로 기분 나쁜 어둠의 허공일 뿐이었다. 비록 그의 죽음이 다른 대부분의 것보다 조금쯤 더 고상하고 부드러웠다고는 하더라도 말이다. 그와 반대로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달리심은 가장 무서운 처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원과 부활의 영광으로 빛나고 있는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이야기를 통하여 자살자는 자신을 신의 자리에 앉히려는 하나의 무신론자라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 자살이라는 행위 자체가 그 증거가 된다. 스스로의 목숨을 끊어버리는 사람들 가운데 거의 대부분은 키릴로프의 공상적 이념 같은 것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들은 도무지 사고 자체를 불가능하게하는 흥분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가 저지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미처 알지도 못하면서, 신의 자리를 찬탈하고 공공연하게 신의 부제를 단언하며 자기가 자신의 생명과 죽음의 주인이라고들 생각한다. 인간이 자신의 신으로 만드는 일은 결국 자살에 가서 그 끝을 보는 것이다' (니콜라이 베르쟈예프, ##론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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