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골목에서 나는 몇 년째 바깥으로 나와

아파트 단지가 마주하고 있지만 이름은 몇 년째 외우지 못하고

이름이 적혀 있는 담벼락을 찾기는 어렵지

사람들이 별다른 이유 없이 돌담에 앉아 있다

상가에 달린 오래된 간판은 이미 문 닫은 가게일 것 같고

어떤 날은 사진관에 갔다가 나올 때

돌아오는 길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비슷한 거리라는 걸 알게 됐어

그래서 나는 올 때 사용했던 길을 내버려 두고 반대로 가

이상한 일일까 여름휴가 때 김장을 할 거라고 말하는 건

직원은 그렇게 여름휴가를 떠났다 나는 가만히 있었고

나리타로 떠나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공항에서

기다란 도로를 따라 심어져 있는 가로수들

그해의 매미가 열심히 울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매미가 우는 것은 어느 계절일까 물으면

나는 가을이라고 말하고 수강생들은 다함께 여름이라고 말해

둥지 안에서 큰 소리로 입을 벌리는 새들인 것 같아

그때 아직 줄기가 얇은 나무를 멀리서 보며

이건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겠구나 싶었는데

같이 비행기에 올랐던 사람은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모르고

새벽에 난데없이 울어대는 소리에도

또 소나기처럼 착각하여 골목을 지나는 봉고차의 소리에도

파묻혀 아무 생각도 없다가 문득 튀어나오는 것을 보면

그런 일들을 꽤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