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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함께떨어지고싶어2앱에서 작성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8.02 00: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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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내 또래의 여자일까? 살면서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던 음악취향의 소유자. 그 사람이 103동에 살고 있다니, 상우는 갑자기 가슴이 뛰었다. 그 사람은 누구일까? 설마 나랑 같은 생각을 하며 같은 상상을 하는 사람일까?, 떨리는 마음으로 103동 1402호의 벨을 누른다. 하지만 응답하지 않았고 택배에는 ‘부재 시 문 앞에 놔둬주세요’라는 문구만이 적혀있었다. 상우는 아쉬워했다. 문 앞에 택배를 놔둔 후 돌아간다.  

   

   

“원재형! 오늘 저랑 음악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봤어요.”  

   

원재형은 고개를 번쩍 세우며  

   

“여자구나! 너 눈이 이렇게 초롱초롱 한 거 처음 보는구나!”  

   

“사실 보지는 못했고 어디사는지만 알아요. 여자 이름이었어요. 나랑 또래의 사람일까요? 그 사람이 정말 보고 싶어요. 아, 물론 본다고 해서 뭐가 생기는 건 아니겠지만..”  

   

원재형은 곰곰이 생각하다 상우에게 말했다.  

   

“상우야.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근데 있잖아. 이거 범죄일 수 도 있겠는데?”  

   

상우는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무슨 생각인데요? 빨리 말해주세요”  

   

원재아저씨는 상우에게 귓속말로 얘기했다.  

   

“저번에 내가 만든 낙하산 로봇이 있잖아. 그 로봇의 눈에 스파이 캠을 달아놓는 거야. 그리고 비가 많이 오는 날 네가 몰래 그 동 옥상에 올라가서 스파이 캠을 단 로봇을 떨어뜨리는 거지. 몇 층 이라고 했지?”  

   

“1402호..”  

   

   

오늘은 비가 오고 있다. 상우는 원재형에게 로봇을 받는다. 번개가 번쩍인다. 로봇의 한쪽 눈엔 카메라 렌즈가 껴져 있었다. 그 렌즈는 마치 나의 눈을 째려보는 것 같았다. 상우는 생각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남의 집을 촬영한다는 것은 엄연히 범죄인 걸 상우도 알고 있었고 망설여졌다. 하지만 난 그 사람이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았다. 천둥소리가 크게 울렸다. 저 소리는 마치 나에게 “ 걍 해봐 ” 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발길은 103동으로 향하고 있었다. 엘레베이터는 순식간에 옥상으로 올라갔다. 문을 열고 옥상으로 나왔다. 빗물이 많이 고여 있었고 상우는 로봇을 가슴에 앉고 난간으로 갔다. 옥상에서 밑을 바라보았다. 20층 높이였고 아찔하였다. 1402호가 있는 곳을 맞춰서 로봇을 떨어뜨릴 준비를 했다. 번개가 번쩍였다. 낙하산이 펴지는 시간을 태엽으로 조절했다. 1초 , 2초, 3초가 지났고 상우는 로봇을 떨어뜨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봇의 낙하산은 펴졌고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아파트 밖의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고 적막하게 쏟아지는 비와 함께 로봇은 떨어지고 있었다. 로봇은 아파트 마당 풀밭에 떨어졌고 그날 밤 상우는 로봇에 달린 스파이 캠을 가지고 집에 갔다. 떨리는 손으로 스파이 캠을 컴퓨터에 연결한다. 영상 화면이 열렸고 화면 속 세상은 비와 번개와 천둥소리와 안개 뿐 이었다. 그 다음 상우의 얼굴이 보였고 태엽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옥상에서 바라본 땅이 보였고 로봇은 떨어진다. 낙하산이 펴지는 소리가 들린다. 천천히 떨어졌다. 불이 꺼진 창문안의 집들과 가족들이 TV를 보며 웃고 있는 집, 누군가가 운동을 하고 있는 집, 누군가가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앉아 있는 집, 로봇은 1402호의 집으로 떨어져가고 있었다. 14층의 집 안이 영상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젊은 여자의 얼굴이 보인다. 그 여자는 베란다 창문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 있었다. 그 영상을 보고 있던 상우는 여자의 눈과 마주친다. 상우의 눈이 커진다. 정말 아름다웠다. 살면서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은 처음 봤다. 슬픈 표정을 한 채 창문에 얼굴을 가져다 댄 그 모습은 상우 인생에 있어 느껴보지 못한 아름다움이었다. 동시에 상우 마음속 한구석에서 슬픔이 몰려온다. 상우는 생각했다. 그런 부끄러운 행위들과 비밀스런 아름다움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것인데 자기가 그것을 빼앗아버렸다고 생각했다. 1402호의 미애는 정말로 아름다웠지만 상우는 너무나도 잔인한 짓을 했다고 생각했다. 상우의 눈에서 물이 나온다. 1402호의 미애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상우는 자기 자신에게 역겨움을 느꼈다. 스파이 캠을 주머니에 넣었다. 미애는 아름다웠다. 상우는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상우의 상상 속에서 미애가 아름다워 질수록 상우는 더 초라해 지는 것 같았다. 

   

상우는 오토바이 시동을 켰고 새벽의 전포동 거리를 달렸다. 황령산으로 향했다. 헤드라이트에 의존해 산길을 지나갔다. 황령산 봉수대에 도착해 새벽의 부산 야경을 바라보았다. 새벽의 공기는 차가웠다. 부산의 불빛은 화려했고 상우의 마음은 공허했다. 미애의 눈동자는 화려했고 상우의 죄책감은 기름때처럼 묻어 들어갔다. 상우는 봉수대 위에 올라가 스파이 캠을 나무들 사이로 던졌다. 그 사이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기름때를 조금 씻어주는 것 같았다. 상우는 다시 오토바이 시동을 켰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언덕 내리막길을 빠르게 내려간다. 나무들 사이로 도시의 불빛이 빠르게 스친다. 상우의 눈앞에 깊게 파인 구멍이 보였다. 상우는 일부로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달렸다. 오토바이의 바퀴는 깊게 파인 구멍을 밟는다. 핸들이 과하게 흔들렸고 상우는 차체에서 날라 언덕 내리막길을 굴러 떨어졌다. 헤드라이트의 불빛이 깜박였고 상우의 온 몸이 상처를 입었다. 통증이 몰려왔기에 저번처럼 노래를 듣고 싶진 않았다. 주머니 속에서 구겨진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죄책감으로 덮여있던 마음이 조금은 시원해졌다. 다음 날 상우는 트럭에서 택배박스들을 경비실로 옮겼다. 원재형이 말했다.  

   

“ 상우야 그때 내가 준 스파이 캠 어쨌어?”  

   

“ 그거 산속에다 버렸어”  

   

“ ???? 야 임마 그게 얼마짜린 줄 알아?”  

   

“영상에 담긴 미애 얼굴을 보니깐 내가 너무 좆같게 느껴져서. 그거 계속 가지고 있다간 못 버틸꺼 같아서 홧김에..”  

   

“아니. 야, 그래도 그거 내껀데 임마..”  

   

“미안...”  

   

“그 여자가 그렇게 좋은가 보구나..”  

   

“그런가봐”  

   

“상우야.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원재형은 상우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미애의 방에선 Beach House의 pitchfork live가 들려왔다. 미애는 책상에서 그림을 그린다. 전적으로 기억에 의존해 자기랑 눈이 마주쳤던 순간의 로봇을 그리고 있었다. 로봇의 눈을 다 그리고 미애는 스케치북을 들고 자기 눈이랑 다시 맞춰봤다. 그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미애는 당황했다. 전화를 받아줄 부모님도 나가셨고 집에는 미애 혼자 뿐 이었다. 평소에 전화를 하지도 않았고 받지도 않았던 미애,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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