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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만에, 대구 전자관을 다녀오며.

dd(112.165) 2018.11.19 21:38:38
조회 131 추천 1 댓글 1

대구혹은 ,대구근교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거나
뭔가 필요한 물품을 구하기 위해 방문해봤을


" 유통센터, 유통단지 , 전자관 .. "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였다.
우리집에서는 꼬박 한시간 이상을 달려야 겨우 도착하는 곳이지만,


새로운 문물? 구경을 좋아하시던 우리 아빠손에 이끌려 자주 방문했던 기억이 있다.
가족단위로 나온 사람들부터, 와이프 몰래 도망나온 아빠부대들 , 하드웨어에 관심있는 젊은사람들
전자제품이나 장비들의 부속품을 구하거나 고치기 위해 방문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로
매번 북적였던걸로 기억한다.


각양각색의 전자제품들 , 당시 인기있던 카메라 , 컴퓨터부터 음향장비,
신기한 안마기계까지..
다양한 가구들도 구경할수있고 , 이쁜조명을 달고 유혹하는 가게들이 즐비했었다.
빼곡한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면서, 구경하고 가라는 상인들의 말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
바로 이 유통단지, 전자관이였다.



나와 나이차이가 꽤나 있는 형, 누나의 "스탠드 , 전자사전"을 구매할때도
한창 메이플스토리를 돌리던 우리집 컴퓨터가 고장 났을때도
아빠는 항상 이렇게 말하셨다.


" 그래 내일 유통센터 한번 가보자 "


고등학생이던 누나 형과, 쏘다니는걸 싫어하시는 엄마를 대신해
항상 아빠와 단 둘이 갔었던것 같다.

" 아빠와 나 "이외의 조합은 기억조차 나지 않으니 말이다.


음향기기, LP판, 특히나 필름카메라에 관심많던 아빠는 유통센터에 가는것을 굉장히 좋아하셨던것 같다.
한번 유통센터에 가면 , 반나절이상 이것저것 구경하고 구석구석 돌아다니셨다.
사실, 나는 뒷전이였고 따라다니기에도 벅찼다.


우리집이 농사를 지었기에
가뜩이나 바쁜 농삿일을 제쳐두고 한시간이상을 달려야 도착하는,
더구나,구경에만 반나절이상 시간을 소비하는 유통센터에 가는일은
할머니 할아버지, 특히나 엄마의 잔소리를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였나보다.
불필요한 전자제품을 사오거나, 왜이리 늦었냐는 엄마의 추궁에
카메라부속품을 바꿨다는 얘기를 털어놓은 날에는 더욱이.



그 시절 유통센터는 집에가서 엄마에게는 말하지 말아야할 그런곳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디지털카메라가 나와서일까, 자식들이 커버려서일까,
아버지가 나이가 들어버리셔서 일까,
아니면 더이상 크게 뭔가 필요해지지 않아서일까.



어느샌가 유통센터로 가야할 이유는 사라져있었고,
아빠를 따라다니던 기억만 남은채,



오늘
근 10년여만에 아빠와함께가 아닌 혼자서 ,
필요한 컴퓨터 부품이생겨서,
인터넷으로 구하는게 훨씬 수월한걸 알지만,
추억에 이끌리듯 방문해봤다.
처음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말이다.



대구역에서 출발해 , 긴 배차간격을 기다리고도 한참을 달려 도착한 유통단지
내가, 너무 추억에 젖어있었던 것일까.


건물들과 간판들이 색이 다 바래있었다.
오가는 차들말고는 대로변에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익숙한 전자관으로 들어가봤지만 , 상인들만 그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빽빽히 채우던 사람들은 어디간채로 ,
신비하고 처음보는 물건들은 진부한 물건들로 바뀌어져있었고
고운 스카프를 하신 할머님과 중절모를 쓰신 할아버님 몇분만 상점을 기웃거리고 계셨다.



뭐, 결론적으로 나는 필요한 부품마저도 구하지 못했고
상인들의 불친절에 생각보다 일찍나서서
버스정류장에 한 할아버님 옆에 앉아 , 무한히 추억을 곱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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