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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다섯 가지 덕목: 성의, 집중, 다독, 다작, 다상량

不吉な女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8.01.19 18:41:39
조회 308 추천 1 댓글 6


 

정병기

『가르침과 배움』제13호(서울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타, 2007년 봄), 53-6쪽.

 

니체는 ‘피로써 쓴 글’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나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덕목으로 성의, 집중,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는 다섯 가지를 꼽는데, 그중에서도 제일의 덕목이 바로 성의이다. ‘피로 쓰라’는 니체의 주문은 바로 성의를 다해 쓰라는 것이다.

성의 없는 글을 접하면 부아가 난다. 물론 대부분의 학생들은 ‘성의껏’ 보고서를 제출한다. 그러나 가끔씩은 표절의 흔적이 명확히 드러날 정도로 편집용지 형식과 글의 모양과 크기 등이 제각각으로 모자이크된 글을 받을 때도 있다. 성의 없는 글은 독자를 우롱하고 자신을 기만하는 행위다. 물론 글의 형식에서만 성의를 다해서는 안 된다. 논리 전개와 자료의 충실함 및 주장의 진솔함 같은 글의 내용에 있어서도 성의가 있어야 한다.

성의 있게 글을 쓰는 사람은 표절을 하지 않는다. 표절은 자신과 독자에게 성실하지 못한 사기행위이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의 기본 가치는 진리와 독창성이며 그 위반은 허위와 표절이다. 허위가 무지의 문제라면, 표절은 상식과 양심의 문제이다. ‘무지한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표절은 ‘관행’의 문제가 아니다.

다음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집중이다. 소설이든 시든 논문이든, ‘집중하라’는 기본 원리는 동일하다. 꽃을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시작법(詩作法)을 예로 들어보자. 우선, 꽃을 있는 그대로 보고, 꽃의 이름과 모양, 종류와 색깔, 특징 등 그 꽃이 어떤 꽃인가를 살펴본다. 꽃에 집중하여 세세하게 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친다면 집중의 미학을 제대로 갖출 수 없다. 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든지, 꽃잎에 이슬이 맺혀 있다든지, 그 꽃이 지금 어떤 모양과 상태에 있는지를 세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가 아니라 작은 움직임과 변화까지도 집중적으로 궁구하는 것이다. 다른 대상에 현혹되어 이리저리 관심을 분산시키지 않고, 한 가지 대상을 끈기 있게 관찰해야 한다. 이 집중적 관찰을 통해 자신이 보이고 세상이 보이게 된다. 그 꽃과 나와의 관계, 그 꽃과 인간의 관계, 그 꽃과 세상의 관계를 파악해 나가게 되면 문학과 철학과 사회과학이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구양수의 삼다(三多)는 글쓰기와 관련해 충분히 강조할 가치가 있는 덕목이다. 무엇보다 많이 읽어야 한다. 다독(多讀)은 내용상의 성의와도 연결되는 덕목이다. 읽지 않고 쓰는 것은 무지이고, 한 권만 읽고 쓰는 것은 만용이며, 두 권 읽고 쓰는 것은 나태이고, 세 권 읽고 쓰는 것은 오만이다. 많이 읽고 나서 써야 한다.

그렇지만 대학생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어서는 안 된다. 대학 공부는 주제를 선택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삶과 사회를 배워가는 것이다. 관심 있는 한두 주제를 선택해서 관련된 문헌들을 조사하여 탐독해 나가는 주제 독서를 할 필요가 있다. 한 주제에 대해 지식을 쌓아나감으로써 자연스럽게 학제적으로 다양하고 폭넓은 식견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연결되지 않은 잡다한 지식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할 것이 아니라 주제에 따라 체계적으로 구성된 지식을 가져야 한다. 그 체계적 지식이 글로 표현될 때 논리로 발전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다작(多作)은 많은 연습을 의미한다. 써보지 않고 좋은 글을 쓸 수는 없다.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만권을 읽고 자기 키만큼 써보라. 만물의 법칙이 보이고 세상의 원리가 읽히며, 비로소 자신의 논리를 정확히 전달하고 글을 통해 새로운 미와 진리를 창출할 수 있다. 대학생이라면 이 정도의 욕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메모에서부터 시작해 간단한 글쓰기라도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모든 문헌은 비판적이고 분석적으로 읽어야 한다. 자신이 저자보다 못하다는 생각은 자칫 저자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게 될 위험을 부른다.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되 비판할 줄도 알아야 한다. 같은 주장을 다른 논리로 구성할 수 없는지도 따져 보아야 한다.

주의할 것은 저자의 주장과 의도를 충분히 알기 전에 함부로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상량(多商量)해야 한다. 글쓰기의 자료가 되는 문헌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편지처럼 읽어야 한다. 행간을 읽고 암시와 함축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생각하고 느끼는 독서가 되어야 한다. 종이에 인쇄되어 움직이지 않는 글자로 된 책이 세상이라는 살아있는 책과 연결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다상량을 통해 가능하다. 그 속에서 저자를 이해하고 세상을 읽음으로써 독창적인 주장을 구성할 수 있다. 독창적 주장이 없는 글은 글이 아니다. 다른 그 누구도 주장하지 않은 자기만의 주장이 서기 전에는 글을 완성할 수 없다.

글 쓰는 사람의 겸허한 마음은 반증가능성을 염두에 둘 때 가능하다. 어떠한 지식이라도 결코 영원불멸의 진리는 아니므로 누구라도 자유롭게 비판하고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논리와 검증을 통해 기존의 주장이나 이론이 무너지게 되면 더 나은 새로운 지식이 축적된다. 따라서 자신의 이론과 연구결과의 반증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더욱 엄밀하고 성의 있게 연구를 수행하고 비판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것은 항상 준비하라는 것이다. 자신이 읽은 모든 글들이 향후 중요한 자료가 됨을 명심하고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단지 스쳐가는 생각일지라도 빛나는 보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준비된 것이 많을수록 좋은 글이 나온다.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글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독일의 문호 헤르만 헤세는 자기보다 돈이 많은 사람에게는 절대로 책을 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항상 돈이 많으면서도 막상 책 살 돈이 없는 사람은 애초부터 글을 쓸 수 없는 사람이다. 이미 빌려서 읽은 책일지라도 좋은 책은 반드시 구입해 지척에 두어 아끼고 이용해야 한다. 글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언젠가 검색중에 찾아낸 글인데 뭐 구양수가 등장한 김에 슬쩍,



1줄요약: 응근 쫌생이 헷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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