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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서사시] 시간의 신 크로노스

인생(218.52) 2024.04.10 15:43:42
조회 281 추천 0 댓글 4

언제부터

그 언제부터

원은 360도가 된 것일까

우리는 수학 시간에

백팔십도는 파이이고

이파이알이 원주이며

파이알제곱이 원의 넓이라고 배웠다

초등학생 대부분이 아는 이 지식을

1000년 전 사람 대부분은 알지 못했다

맞지?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난다

운동장에 서서 축구를 했는데

나에게 공이 왔다

발로 공을 찼는데

공이

내가 의도한 방향에서

1 라디안 정도 어긋나는 방향으로 갔다

그 이후로 축구 경기에 참여한 적이 매우 드물다

오늘도 손흥민이 골을 넣었나?

오늘 손흥민의 경기가 있었나?


역법이라는 것이

인류 문명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었나 보다

지금 대학 입시에서 의대 선호는 오래된 현상이지만

우리 이전 세대의 선배들은

머리 좋은 이과생들이

물리학과에 많이 진학했다고 들었다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많은 천재들이 양자와 우주를 생각하였을 것이다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 진학한 다음에

진로를 역사학으로 옮겨간 분을 안다

김기협이라는 역사학자이신데

동양사학을 전공하려는데

지도교수와 불화가 있었나 보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가 아닌

연세대학교 사학과로 학위를 하러 오셨단다

그분이 연구한 주제가 역법에 관한 것이라 하는데

서울대의 지도교수께서 정치사를 공부해야지

무슨 역법을 연구하냐고 하셨다고 했다

그게 언제적 일이었을까?


나는 역법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것이 역사상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는 것 밖에는

한 가지 역사적 사실로 드러난 것이

중국에 파견된 서양 선교사들이 중국 황제에게

자신들의 역법이 중국의 역법보다 더 우수한 것을

어필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더 우수하다는 것은 역법의 오차가 더 작다는 것이다

예컨대

1000년에 하루 오차가 나는 역법이 있고

10000년에 하루 오차가 나는 역법이 있다면

후자의 역법이 전자의 것보다 더 우수하다 할 수 있다

중국의 한 신하가 말했다 한다

황제의 나라는 만세토록 이어져야 하는데

저 자는 기껏해야 만 년 가는 달력을

만들어 가지고 왔다고

이것은 다분히 정치적 발언이다

그리스도교의 부활절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춘분 이후 첫번째 일요일이던가

율리우스력보다는 그레고리력이 정확했다

그렇지만 서구의 각 국가들은

그레고리력을 받아들이는 시기가 달라서

나라별로 부활절을 달리 지냈다고 한다


처음 달력을 만들려고 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어느 누가 역법을 만들고자 발심하였을까

그 인물이 누구인지 역사에 적혀있지는 않다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

하루하루 변덕스럽게 변화하는 날씨 중에서

그를 관통하는 일정한 추세를 찾아내고자 하는 것이

역법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첫 사람의 생각 아니었을까

봄과 가을은 변화의 계절이다

봄꽃이 피어날 때 우리는 설레고

가을꽃이 하늘거릴 때 우리는 정결해진다

여름과 겨울은 지속의 계절이다

여름은 더운 날이 계속되고 겨울 내내 추운 바람이 분다

언제 농작물을 심어야 하며

언제 가을걷이를 해야 하는가

농업에 필수적인 것이 역법이었다

한 해가 몇 날이 되는지를 세어보고자 하는 이는 누구였을까

하루 하루

하루가 지나갈 때마다 그 수를 헤아린다

그리하여 일 년이 삼백육십일 정도 되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몇 해의 귀납적 관찰이 있었을까

단지 날씨의 추세만을 관찰한다면

그것은 한 사람의 인생만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관찰하는 사람은

어느 해는 400일이고 어느 해는 300일이 아닐까 싶기도 했을 것이다

어릴 적에는 한 해가 천천히 가고

나이가 들면 한 해가 훌쩍 지나간다 하지 않나

한 해가 거의 똑같이 360일 정도 된다는 결론을 내린 사람은

얼마나 기뻤을까

그 정보를 이어받은 사람들이

365일 정도 된다 하고

그걸 이어받아서

365.25일 정도 된다는 정보

그것은 날씨만 살펴서 되는 일은 아니다

하늘의 해와 달과 별을 관찰하며 규칙성을 발견했던 것이다

날씨만을 관찰하여 기록하고 그에서 귀납적으로 추세를 발견하고자 하여도

아마 한 해가 365일 정도 된다는 결론에 닿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와 달과 별을 이용하면 훨씬 더 빨리 결론에 이른다

그 하늘의 별을 보는 법칙과 그 기록에 대한 접근권한을 가진

극소수의 역관들이

대를 이어서

자신들의 지식을 이어 내려왔기 때문에

우리는 달력을 가지게 됐다

우리는 한 해가 365일인 줄 알게 되고

자신이 태어난 날짜 즉 생일이라는 걸 알아서

인생 중 여러 유희를 즐기게 되기까지 했다

파리바게트 매출의 상당 부분은

이전 시대의 천문학자들에게 빚지고 있는 것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날을 기리고

예수님 부처님 탄생일날 직장인들은 하루를 쉬며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9시까지 출근을 하고

6시에 칼퇴근을 하게 된 것이다

지체높은 양반이라고 해서 기차가 느긋하게 기다려 주지 않고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동일한 시간에 옹기종기 영화관에 모여

유명 배우들의 그림자를 감상한다


때는 서기 2040년

2024년 인류와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의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다

그 스마트폰을 개발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스티브 잡스라고 했다

스티브 잡스는 췌장암으로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췌장암에 걸렸는데 병원 진료를 거부했다는 말과 함께

그 돈 많은 사람이 왜 병원에서 치료받지 않았을까 의문을 갖는

사람이 조금 있었다

스마트폰에는 날짜와 시간이 써 있었다

날씨 앱을 누르면 오늘의 날씨도 친절하게 예보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종종 신경질을 냈다

왜 오늘 일기 예보는 맞지를 않는 거야!

전 세계에서 종이 달력을 집에 들여놓고 그걸로 날짜를 체크하는 사람은 몇 없었다

있다 하여도 종이 달력은 장식품...


애플은 인류가 깨어문 최초의 사과였다...


시골의 한적한 한 마을의 슈퍼마켙

전국의 모든 동네에는 컨비니언스 스토어가 들어왔지만

그 시골마을에는 슈퍼마켙을 운영하는 할머니가 있었다

그 할머니는 한 장에 하루의 날짜가 매우 큰 글씨로 적혀 있는 매우 큰

달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매일 아침 그 달력을 한장씩 떼어내는 것이 일과였다

집 나간 내 새끼 언제 돌아오누

그 할머니가 서른 다섯 살일 때 어린 자식이 집을 나갔다

그 이후로부터 그 분은 슈퍼마켙을 지키며 집 나간 자식을 생각하며

달력을 한 장씩 떼어내는 것이 일이었다


한편

미국의 워싱턴에서는 세계황제의 취임식이 있었다

전 세계 정치세력이 합의하여 도널드 트럼프를 세계황제로 추대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세계황제 취임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 윌 비 더 엠퍼러 오브 타임!

그 때 전 세계 사람들은 트럼프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몰랐다

트럼프는 알고 있었다 점점 종이 달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없어진다는 것을

그리고

아날로그 시계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아날로그 시계는 오차가 존재했고 중간중간 배터리를 갈아끼워야 했으며

결정적으로 손에 들린 디지털 시계에 의존하여 시각을 맞추어야 했다

한마디로 아날로그 시계는 디지털 시계에 비해서 꼴았고

손에 들린 디지털 시계는 너무나 편리했다

심지어 워크맨을 만들어 낸 나라이고

정부 행정을 오랫동안 디지털이 아닌 종이 문서로 하였던

일본국의 사람들도 종이달력과 아날로그 시계를 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세계황제 도널드 트럼프가 트위터를 날렸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것이 세계황제 트럼프의 첫 악행의 시작이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몇 년이 지났는지 모르는 시간들이었다

시간이 무엇인지 모르는 시간들이었다

어떤 날은 1교시가 금방 지나가고

어떤 날은 죽어라 일해도 일과가 끝나질 않았다

7월에 눈이 내렸으며

군생활은 결코 2년이 아닌 것 같았다

애플 핸드폰의 시간과 삼성 핸드폰의 시간이 달랐으며

삼성 갤럭시 울트라의 시각이 가장 정확하다는 소문이 들려 왔다

축구 심판이 시계를 보고 있었다

선수가 골을 넣자 축구 경기가 끝났다

모두가 쓰러졌다


그렇다 세계황제 트럼프는 시간의 신이 된 것이었다

그 아래에는 천문을 연구하는 과학자들과 이재용과 같은 대기업 사장들이 있었다


시간을 지배하는 신 아래 종속되어 있던 인민들은

지혜를 모아 스스로의 역법을 만들고자 하였다

인민들은 그 옛날 처음 역법을 만들고자 발심했던 사람들보다는 훨씬 나은 위치에 있었다

한 해가 365일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공교육을 통해서 수학과 과학 지식들을 습득하였으며

손목시계를 고치는 장인들도 자신들의 편이었다


하지만 밤하늘엔 별이 보이지 않았고

꽃들도 제시절에 피지를 않았다

결정적으로 시간의 황제 트럼프가 등극하기 이전

세상이 몇년 몇월 며칠의 시간이었는지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매일매일 신문을 발행하는 신문사조차 날짜와 시간을 모르는 지경이었다

어둠 속의 반역 세력은

전 세계를 수소문하여

마지막 남은 시골 동네 슈퍼마켙을 찾아 갔다


집 나간 자식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하루 하루 달력을 떼는 한 노파가 있었다

내 새끼 언제 돌아오누

엄마!


모자상봉 제 1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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