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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 10월

은경히어로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3.23 21:2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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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그림자들, 모두한 곳으로 모이는그 어두운 정오의 숲속으로이따금 나는 한 개 짧은 그림자 되어천천히 걸어들어간다쉽게 조용해지는 나의 빈 손바닥 위에 가을은둥글고 단단한 공기를 쥐어줄 뿐그리고 나는 잠깐 동안 그것을 만져볼 뿐이다나무들은 언제나 마지막이라 생각하며작은 이파리들은 떨구지만나의 희망은 이미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너무 어두워지면 모든 추억들은갑자기 거칠어진다내 뒤에 있는 캄캄하고 필연적인 힘들에 쫓기며나는 내 침묵의 심지를 조금 낮춘다공중의 나뭇잎 수효만큼 검은 옷을 입은 햇빛들 속에서 나는곰곰이 내 어두움을 생각한다어디선가 길다란 연기들이 날아와희미한 언덕을 만든다, 빠짐없이 되살아나는내 젊은 날의 저녁들 때문이다

 

 

 

한때 절망이 내 삶의 전부였던 적이 있었다그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나는 내 삶의 일부분도 알지 못한다이미 대지의 맛에 익숙해진 나뭇잎들은내 초라한 위기의 발목 근처로 어지럽게 떨어진다오오, 그리운 생각들이란 얼마나 죽음의 편에 서 있는가그러나 내 사랑하는 시월의 숲은아무런 잘못도 없다

 

 

 

자고 일어나면 머리맡의 촛불은 이미 없어지고하얗고 딱딱한 옷을 입은 빈 병만 우두커니 나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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