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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그들에게 습지 생활은 친숙한 것이지만 고산대의 건조하고 황량한 기후는 본질적으로 낯설고 새로운 환경이었을 것이다. ‘니알라토텝’은 드림랜드의 일부분을 ‘데이곤’에게 빌려줬지만, 데이곤의 사역마인 ‘디프원’들은 습지대의 생태권 바깥으로 나와서는 거의 생활을 하지 않았다. 만약 그 산에도 골짜기와 계곡이 없었다면 ‘디프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그곳까지 올라올 이유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뒤를 돌아볼 생각 없이, 그저 전속력으로 산꼭대기를 향해 달려가기만 했음에도 나를 뒤쫓는 디프원과 데이곤 숭배자들의 수가 차츰 줄어들고 있음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고산 지대로 갈수록 ‘디프원’ 종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조건이 수분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이었다. 그것이 비록 꿈이었다고 하나 나의 신체 조건은 상인 남성의 평균을 웃도는 수준은 결코 아니었고, 내가 상대하는 적들은 이계의 악마들이었다.
나는 결국 큰 바위가 솟아있는 언덕 비탈에서 돌부리에 걸려 또 한 번 넘어져야 했고, 다시는 일어날 기력을 찾지 못했다. 숨을 헐떡이는 가운데, ‘디프원’들 중에서 가장 발군의 신체 능력을 갖춘 한 녀석이 나를 덮쳐오기 위해 펄쩍 뛰어오르는 것을 달 그림자를 통하여 볼 수 있었다. 나는 눈을 감았고 모든 체념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무언가 나는 눈앞에서 번쩍이는 것을 보았고, 그 녀석이 비명을 지르며 내게서 떨어지며 풀밭에 쓰러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를 쫓아오던 몇 안남은 ‘디프원’들이 무엇 때문인지 머뭇거리며 내게 다가오는 것을 주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서 주변을 둘러본 후에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드림랜드에서 유일하게 나의 조력자 역할을 해주었던 그녀가 이제는 나의 수호신이 되어주고 있었다. 그녀가 손전등을 비춰서 일곱별의 팬던트를 번쩍이게 한 것이었다. 일곱별의 팬던트는 그들에게 두려움을 일으키는 어떤 상징이었고, 그녀는 일곱별의 팬던트를 번쩍이게 하면 그들에게 비로소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어서올라가세요. 모든 힘을 다해서 산정상으로 올라가셔야 해요. 절벽이 보이면 뛰어내리세요. 그것만이 당신을 지켜줄 수 있어요!”
나는 다시금 죽음 힘을 다하여 달렸다. 꿈이었으나 내 목을 죄어오는 듯한 가슴의 압박을 지금도 생생히 느끼고 있다. 완전한 탈진 상태에 이르렀을 즈음에야, 나는 절벽을 볼 수 있었다. 나무조차 몇 없는 사방이 온통 돌무더기뿐인 황량한 산꼭대기였다. 절벽 앞에 섰을 때, 나는 어찌할 수 없는 방어본능이 되살아났다. 정녕 이 방법 뿐이란 말인가.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절벽에서 뛰어내려 죽는 것과 ‘디프원’에게 사로잡혀 ‘언데드’가 되는 것간에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다는 말인가?
“뛰어내리세요. 무엇을 망설이세요! 여기는 드림랜드에요. 당신은 당신의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고요.”
어느덧 그녀는 나의 뒤에 서 있었다. 나를 보호해주기 위하여 팬던트에 계속 손전등을 비추고 있었다. 나를 뒤쫓는 흉측한 괴물들이 네 마리 정도 안개 너머에서 어슬렁거리는 듯도 보였다. 그 녀석들은 팬던트 불빛이 눈앞에서 사라지면 우리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고, 팬던트 불빛을 보게 되면 몇 발짝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짙은 어둠과 안개속에서 손전등 불빛을 비추어서 그들을 다 쫓아낸 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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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다시 한 번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하얀 안개들뿐이었다. 어느 정도 높은 절벽인지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마음을 단단히 다졌다. 절벽 아래로 발을 디디려 했다. 그 때 사악한 어떤 목소리가 내 어둠의 뒤에서 쩌렁하게 울러퍼지면서 나를 다시 한번 멈칫하게 했다
“그걸 내려놔! 이 망할 년아. 너는 네 아비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냐?!”
새하얀 안개 어둠의 너머에서 번뜩이는 사악한 눈을 볼 수 있었다. 모든 ‘디프원’들 중에서 가장 거대한 체격과 위압적인 목소리를 갖춘 가장 강력한 존재가 내 뒤에 서 있었다. 그 잔혹한 사악함 앞에서 나의 가련한 수호신은 어떤 두려움도 없이 그 공포와 맞서서 그것을 향대 독설을 내뱉었다.
“저리 꺼져! 망해야 할 존재란 바로 당신이야! 그깟 허접스런 예술 나부랭이를 만들기 위해서 엄마를 악마에게 바치더니 이제 내 영혼까지 잡아먹으려는 거야! 하지만 절대 내 영혼을 양보 못해. 반드시 내 몸을 찾아내서 내 어머니의 복수를 해낼 거야. 당신을 지옥의 저편 너머로 보내 버리겠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용기가 생겼다. 무언가 나또한 이 세상에서 보호해야만 할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도 좋을 것 같다는 예감,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희망이 될 수 있는 무엇이 있다는 예감이었다.
나는 더 이상의 망설임 없이 절벽아래를 향해 던졌다. 나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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