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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조심스럽지만 평가부탁드립니다앱에서 작성

문학(115.137) 2015.04.22 23:59:07
조회 99 추천 0 댓글 1






새벽의 달빛이, 유난히 밝게 비친 날이었다.



해가 지고도 여름의 뜨거운 기온이 가시지 않아서 그런지, 나는 온몸을 적시는 식은땀으로 인해 잠에서 깼다.
목이 바싹 말라가는 갈증에, 바람이라도 쐴까해서 병단의 숙소 뒷편 작은 숲속에 있는 호수로 갔다.




이 숲은 평소 걱정거리나 잘 풀리지 않는 일이 있을 때마다 오던 곳이었다. 작은 크기지만, 호수에 반사되는 달빛과 주위에 감싸듯 안겨있는 굳건한 나무들은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켜, 복잡했던 머리를 식혀주기도 하고 거인들의 증오로 인한 분노도 가라앉혀주는 꽤나 쓸모있는 장소로 자주 사용되었다.




막 숲에 도착했을 때, 웬일인지 익숙한 모습의 사람이 서있었다. 며칠 전 대인격투술 훈련에서 나에게 망신이란 망신은 다 준 애니 레온하트였다. 상당한 굴욕감이었지만, 확실히 특이하고 짧은 순간이지만 강인했던 그녀의 격투술은 망신을 불구하더라도 꼭 배우고 싶은 격투술이었다.





"애니."





다가가면서 조용히 말한 나의 부름에, 애니는 화들짝 놀란듯 서둘러 옷 끝으로 눈가에 갔다 대었다.
그러고나서 돌아본 애니의 눈은 조금, 아주 약간 젖어있는 것이 보였다. 호수를 바라보며 안좋은 기억이라도 떠올린 것일까, 항상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애니가 그랬다는 것은 조금 신기해보였다.




그래도 상황상 물어봤다간 며칠 전처럼 넘어트릴 것 같아서 못본척 하고는, 이시간에 여기는 왜왔냐고 물음을 던졌다. 그런 나의 물음에 애니는 잠이 안와서-라는 간단명료한 대답을 내뱉곤, 다시 호수를 바라보았다.





무시하는 듯한 애니의 행동에 뭐라 말을 꺼내고 싶었지만, 한 마디조차 꺼내기 힘든 정도의 바싹한 갈증은 나의 생각을 통제하기에 충분했다.




일단은 여기에 온 목적대로 행하기 위해, 호수쪽으로 가서 물을 마시고 세수를 했다. 시원하고 청량한 물의 촉감은 묘한 행복감을 불러 일으켰고, 좀 전의 짜증은 사르르 사라지고 없었다.




한 번은 봐줄까, 라는 생각으로 조용히 애니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적막하고 평온한 숲의 분위기가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단지 머릿속에만 가지고 있었던 말을 뜬금없이 내뱉었다.




"애니, 나에게 그 격투술을 알려줄 수 있어? 저번은 호되게 당하는 꼴이었지만.. 상당히 대단한 격투술이라고 생각했어."



"..."




나의 솔직한 말에, 애니는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역시 무뚝뚝한 애니인가..싶은 순간, 딱딱한 투의 말이 들려왔다.




"그래."




...의외로 애니가 승락을 했다. 조금은 기뻐해야 할듯한 것이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있는 애니로인해 덩달아 나까지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러면.. 저녁식사가 끝나고, 밤에 여기서 배우는 걸로 하자. 애니, 고마워."




애니는 솔직한 나의 감사 표시가 의외였는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조금의 감정조차 섞이지 않은듯한 동공은 나의 눈에 고정되어, 잠시동안 서로를 마주하는 꼴이 되었다.






이렇게 자세히 애니를 본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깊고 조용한 바닷속처럼 푸른빛의 맑은 눈은, 왠지 계속 바라보다간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빨려들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묘한 기분이 나의 마음속을 헤집었다. 숲의 알 수 없는 힘인지, 애니의 수수한 모습은,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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