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온통 얼룩 투성이,

그림자는 아시아에도 유럽에도 아메리카에도 유럽에도 있다

잘못 턴 붓에서 떨어지는 먹물 같은 것들이 어디서든 자꾸 생기기 때문인데,

그래서 그런지 아주 밝은 곳에도 늘 그림자는 있다


아프리카에서 그는 매우 불쌍한 존재이다

햇볕이 하루종일 내리쬐는 곳에서 쫄쫄 굶는다

오로지 뜨거움이 소화가 되지 않는 배만 볼록하고

앙상한 가지 같은 팔뚝은 매번 가냘파진다

새까만 파리만 이파리처럼 달라붙는다


아시아에선 매우 슬픈 존재이다

먹먹한 마음만으로 그림자를 만든다

그러다가 어딘가에 대롱대롱 매달리기도 한다

주로 어두운 날에 그렇다


아메리카의 어느 그림자는 태양이 쏘아대는 총알이 두려워서

자꾸 반대쪽으로 드러눕는다

발목을 붙잡고 살려달라고 애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림자는 너무 가벼워서 아무 소용이 없다

그저 끌려간다


또 유럽의 어떤 그림자들은 매우 연약하지만

서로를 보듬어준다

어둠이 어둠을 품듯, 약한 주제에 약한 것을 품는다

그런데 서로 뭉쳐서는 되려 눈부심을 물리치기도 한다


내리쬐는 태양이 부담스런 열기를 품었듯 그림자는 포근한 서늘함을 품는다

째려보지 않는다

그저 얼룩들처럼 조용히 살다가고

때로는 그늘처럼 발 밑에 묵묵히 자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