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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

헤이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9.17 14: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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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안에는 하나의 세계가 있다.
그 안에 둘 이상의 세계가 존재하게 되면 그 인간은 속된 말로 미치게 된다.
나에게도 세계가 있다.
너에게도 세계가 있지.
지지직. 내가 너를 본다. 너도 나를 본다. 
눈이 마주치자 서로 눈인사를 건네고 시시한 인사를 주고 받는다.
우리가 알게된지가 벌써 5년인데 우린 저런 시시한 대화만 주고 받는다.
안녕? 뭐해? 오늘 날씨 좋네? 와이프는 잘 지내는가? 딸이 이제 몇살이지? 껄껄.



난 네게 말한다.  "오늘 저녁에 TV에서 XXXX을 한다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얘기한다.


'여보게. 오늘 김부장이 내게 소리를 지르며 개/ㅅ/끼라는 말을 했다네.

나는 그 말을 들으면 언젠가 어머니가 내가 그린 그림에 대고 욕했던 일이 떠오른다네.

우리집에 백구가 한 마리 있었네. 나는 이놈이 좋아서 많은 그림을 그렸다네.

사진기를 살 수 없는 형편이니 그놈 모습을 두고두고 기억하려고 그림으로 남겼다네.

어머니께서는 내 취미가 못마땅했는지 백구 그림을 발견하시는 족족 찢으며 개새끼 그릴 시간에 공부나하라셨다네.

몰랐는데 말야 김부장이 꼭 우리 어머니를 쏙 빼닮았지 뭐야.  어머니 아들은 나인데 어째 그녀의 아들은 내가 아니라 김부장 같단 말야.'




넌 대답했다. "거기 나오는 여자 가수 ㅇㅇ을 아는가? 걔가 요번 분기에 걔네 기획사에서 ...(중략).."


'여보게. 기획사가 문제가 아니라네. 그 여자가 누구든 걔가 요번 분기에 얼마를 벌었든 무슨 소용인가. 

나는 요번 분기 실적을 아직 못 채워서 전전긍긍하고 있다네. 

쪽지 시험이 있었던 날이였다네.  어머니가 내 점수를 아셨다네. 하필이면 난 그때 마당에 나가 백구가 폴짝 폴짝 뛰는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네.

어머니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며 인간 말고 백구가 되라셨다네. 

공부 못하면 인간도 아니니 그냥 개새끼나 되어서 쟤처럼 살라셨다네. '




난 네게 대답했다. "걔 되게 예쁘던데 이름이 ㅇㅇ이였구만?  노래도 잘해 웃기도 잘 웃어 이쁘기도 이쁘니 그럴만도 하네"


'난 말일세. 언제나 내 진짜 얘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네. 사실은 너가 아는 나는 내가 아니라네. 

대부분의 얘기를 속으로 삼키고 고르고 고른 말만 너에게 했을 뿐이라네. 그 말들이 한 이미지를 만들었지.

사실 나도 너를 모르는 건 마찬가지인지도 모른다네. 우린 마주하고 얘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서로가 누구인지 모르는 평행선 위에 있다네.

그거 아는가? 너와 대화를 할 수록 나는 나를 지워간다는 것을. 내가 사라져간다는 것을. 

이유를 아는가? 널 대할 때 마다 난 속에도 없는 얘기를 재밌다고 웃으면서 한다네. 내 생각이 아닌 이야기들을 널 배려하기 위해 읊조린다네.

그래서 난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네. 진짜 나와 거짓된 나의 두 모습이 대화 중에 서로 치고 받으며 싸우기 때문일세.

난 늘 자넬 보면 긴장한다네. 행여나 대화 중에 너에게 내가 고른 말이 아닌 속이야기를 하게 될까봐서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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