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의 집무실>
“우아 맛있겠다!! 근데 왜 두 개야? 너도 아직 점심 안 먹었어?”
“어... 이제 너랑 같이 먹어야지!”
씩씩하게 대답한 민준은
김이 무럭무럭 나는 우동 그릇을 노려본다.
영화 때문에 지금 몸 만드는
중이라 사실 탄수화물을 이렇게 많이 먹으면 안되는데...
“근데 요즘 몸 만든다고 탄수화물 잘 안 먹잖아?
이렇게 먹어도 괜찮아?’ 그의 생각을 읽은 듯 묻는 송이.
“에이..괜찮아! 저녁때 조금만 먹지 뭐!”
“진짜 괜찮아?”
“그럼 괜찮지! 어차피 신이 내린 몸매야! 우동 한 그릇 더 먹는다고 무슨 일이 있겠어?”
“풉! 신이 내린 몸매?? 아 좀!!! 나 먹다가 뿜을 뻔 했잖아?”
“뿜긴 왜 뿜어? 뭐가 웃겨?”
“어. 아니 훗, 맞아 맞아! 당신 몸매는 신이 내린 몸맨데... 내가
그걸 잠깐 까먹었어!”
“차아.. 넌 어젯밤에 본 몸매를 까먹냐?... 아니, 오늘 새벽인가? 그 때가
시간이...”
“아 빨리 우동이나 먹어!!”
두 사람은 우동 가락을
입에 문 채 잠시 눈을 맞추다가 동시에 웃음을 터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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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그룹 회장실>
천회장은 의류 계열사 윤사장의
보고를 받으며 차를 마시고 있다.
“이번 신규 브랜드는 ZARA나 GAP, 유니클로 등의 막강한 기업들을 상대로 한 SPA 브랜드입니다,
워낙 투자가 크게 들어간
사업이라 전사적으로 뒷받침을 하고 있고,
최고 요지에 매장들을 오픈하고
각종 행사와 연예인 마케팅 등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런 브랜드들과 경쟁하려면 무엇보다 마케팅 전략이 중요해. 돈이 더 들더라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런데,,,,”
“뭐 할 말 있나?”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쭈뼛거리는 윤사장을 의아한 듯 바라보는 천회장.
“저,.. 신규 브랜드의 광고 모델 말씀인데요...”
“광고 모델?”
“저희 마케팅 팀에 의하면 광고 모델 설문 조사에서 1위가 압도적으로 도민준씨라고 합니다.”
“도민준? 아,, 뭐 당연히 그렇겠지. 그런데?”
“그래서 말씀인데... 혹시 회장님이
도민준씨에게 광고 모델 제안을 좀 해주실 수는 없는지...”
“아니.. 신세대 핸드폰 모델도 내가
연결했는데..다들 왜 이렇게 능력이 없어? 광고 모델 섭외까지 회장이
해야하나?”
“그게... 도민준씨가 곧 영화 찍는다고.. 광고는 지금 하는 것들만 집중하고 다른 건
아무 것도 안 하겠다고 한답니다”
몸둘바를 모르는 윤사장.
“내참,, 소속사 사장한테 최대한 로비를
해야지, 이 답답이들아!”
“소속사 사장 말을 듣는 사람이 아니라던 데요? 고집이
세서 소속사에서도 뭐 어쩔 수 없다고...”
“이런 못난사람들! 아니 회장이 번번히
광고 청탁까지 해야 되나??”
혀를 차며 윤사장을 돌려보낸
천회장은 입맛을 다시며 전화기를 꺼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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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버님! 웬일이세요?”
민준이 반가운 목소리로
천회장의 전화를 받는다.
“별일 없으시죠? ... 네, 영화는 이제 곧 크랭크인 합니다!....네 네..
그럼요!!.... 네?? 의류 광고요?”
광고????
운전을 하던 범이는 광고라는
단어가 들리자 귀를 쫑긋 세운다.
“아우 당연히 해야죠!!... 아니요, 하나도 안 바쁩니다! 아직 촬영도 안 들어갔는데요!!”
얼씨구? 저건 또 무슨 소리???
“네 네... C그룹 의류 광고를 제가
안하면 누가 하겠어요? 네.. 기획사에 제가 다 얘기 해놓겠습니다!”
뭐라???
“전 아무 때나 좋습니다! 요즘 시간이
남아도는데요, 뭐!!”
도민준이 시간이 남아돌아?? 아니 우리 형, 드디어 돌았나??
“네 아버님!! 곧 찾아 뵙겠습니다!!”
의기양양하게 전화를 끊고
휘파람을 부는 민준을 어이없다는 듯 백미러를 통해 째려보는 범이.
“형!!!”
“왜??”
“지금 그게 다 무슨 말씀이세요?? 누가
의류 광고를 찍어요??”
“누가 찍긴.. 내가 찍지? C그룹에서 신규 브랜드를 런칭한다는데 내가
가만 있을 수 있어?”
“아니... 형 어제까지만 해도 광고는
죄다 진절머리 난다고 버럭대셨잖아요??
앞으로 6개월 간 광고의 광짜도 듣기 싫다고... 광고 얘기하는 사람은 형 손에 다
뒤질 거라면서요???”
“그건 어제 얘기지.... 이미 지나간
과거라는 말이야! 사람이 과거에 연연하면서 살면 발전이 없어요...”
“하아,,. 그래서 지금 광고를 찍겠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도대체 일정이 언젠데요???”
“몰라.. 기획사로 연락올거야! 토 달지 말고 무조건 다 하겠다고 해!!”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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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의 서재>
이것 저것 자료를 들여다
보며 내일 강의 준비를 하다보니 어느새 시계 바늘이 자정을 가리킨다.
“아 뭐야?? 시간이 몇 신데 아직도
안 와?”
잠옷을 갈아입고 아까부터
잘 준비를 마친 민준이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서재로 들어선다.
“강의 준비하느라 그렇잖아?”
“무슨 강의 준비를 이렇게 오래 해? 좀
후딱후딱 할 수 없나?”
“조용히 해!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뭐가 또?”
“백화점 맡으면서 학교는 그만두려고 했는데... 당신때문에
한학기 더하게 된거잖아?”
“야 그럼 어떡해? 난 니 수업 들어가는
게 좋아죽겠는데!!”
“됐어! 이번 학기 끝나면 정말 얄짤
없어!!”
“알아! 음,,,
알긴 아는데.... 후우.. 니 수업을 이제 못 듣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진짜 허 하단 말이지..”
“공부도 엄청 안하면서 수업에 애착은 왜 그렇게 많대?”
“니가 강의하는 거 보는게 난 너무 행복해! 숨어서
스릴있게 키스하는 것도 좋아 미치겠고...”
“어우 변태!!!”
“너 학교 그만두면 우리 어디다 세트장처럼 강의실 하나 만들까?”
“뭐??? 세트장? 그런 걸 왜 만들어?”
“거기서 너는 강의를 하는 거지!”
“당신은??”
“난 학생이고...”
“장난해?”
“장난아니고 진지한데?? 거기서 일주일에
한번씩 평생 수업을 하는 거야!
넌 까칠하고 예쁜 교수님, 난 섹시한 학생 겸 애인!! .... 1인 2역!!!”
내참....
어처구니가 없는 와중에
정말 그래 볼까, 싶은 이 미친 마음은 뭔지.
송이는 웃음을 참느라 일부러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척 한다.
헐렁한 셔츠의 소매가 걷어
올려지며 손목의 희미한 흉터가 민준의 눈 앞에 드러난다,
가느다란 손목의 흉터가
그의 마음을 날카롭게 긁고 지나간다.
그 흔적을 볼때마다 어린
천송이가 얼마나 지독하게 외로웠는지 확인하게 되는 민준.
그걸 확인하는 순간마다, 그게 눈에 띄는 순간마다... 민준의 가슴이 먹먹하게 아파온다.
정말 매번.... 미치도록 아프다.
가만히 송이를 제 무릎에
앉히고 얼굴을 다정하게 어루만지는 민준.
“천송이..”
“왜?”
“나 없으면 못살겠지?”
“또 시작이야?”
“내가 처음부터 그랬잖아? 나랑 친해지면
인생이 황홀해 질 거라고.... 내 말이 맞아, 틀려?”
“훗... 맞아!”
“니 인생이 겁나 행복해진 것도 맞지? 밤의
신세계를 알게 된 것도 맞고!!”
“차아...”
“나 아니었으면 넌... 인생의 엄청난
기쁨도 모르고 살 뻔 했잖아? 맞지??”
“그렇다고 치고...”
“니가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 말을 다 인정할텐데?”
“알았어, 인정!!! 됐어 이제?”
“되긴 뭐가 돼?? 말로만 인정하면 끝인가??”
“그럼 뭐 어쩌라고? 절이라도 해?”
“겨우 절이나 하면서 얼렁뚱땅 넘어가는 건 철면피나 하는 짓이지!
천송이! 인생은 그런 거야! 기브 앤 테이크! 니가
나한테 그만한 빚을 졌으면 최선을 다해서 그걸 갚아야지!”
“어떻게 갚으면 되는데?”
“너무 액수가 커서 아무리 니가 부자라도 단시일 안에 갚기는 힘들어...”
“그래서?”
“방법은 하나야...”
“뭔데?”
“두고두고 갚는 거지... 떼어먹지 말고...”
“두고두고 얼마나??”
“내 생각엔 평생을 노예처럼 다 바쳐도 될까 말까야...”
“뭐? 평생을 노예처럼?!”
“그래 평생을 노예처럼.....”
민준의 손이 그녀의 셔츠
소매를 차근히 내리며 썰렁하게 드러났던 송이의 팔목을 가려준다.
“큰일났다, 천송이! 넌 이제 평생 내 옆에서 노예로 살 수밖에 없겠어.... 빚 다 갚을때 까진.”
애정을 듬뿍 담은 검은
눈동자가 송이의 얼굴에 한층 더 가까워진다.
“당신 노예가 되면... 평생 동안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야 되는데?”
“그냥 지금처럼 숨쉬면서 살면 돼.”
“어?”
“지금처럼 자고, 먹고, 웃으면서 사는 거야. 내 옆에서...”
“.........”
“내가 너를 얼마나 미친놈처럼 사랑하는지.....
평생동안 봐주면 돼.”
“도민준....”
송이의 오른 손에 커다란
제 왼 손으로 깍지를 끼는 민준.
“이제 천송이 넌 완전히 엮였어! 나
바로 날 잡을테니까.... 그런 줄 알아!”
“무슨 날을 잡아?”
“이 바보 교수야, 무슨 날이겠어?... 너랑 나랑 서로 노예 되는 날이지!”
설마하던 가슴이 미친듯이
콩닥거린다. 숨을 죽인 채 미친자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송이.
“모든 여자들의 우상도 이제 지겹고.... 연애하고
싶은 남자 1등도 너무 오래 했더니 싫증 났어!”
“.............”
“이젠 결혼해서 예쁜 여자 노예랑 재미있게 살 거야!”
“.....................”
“노예한테 평생 헌신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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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미친자와 천교수가
보고 싶더라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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