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 입법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협회 전·현직 임원들을 통해 고문변호사 L 씨에게 법무비용 명목으로 9억 원 상당의 자금이 흘러들어 갔다는 김세영 전 치협 회장의 진술에 주목하고 있다. L 씨가 ‘치협-국회의원’ 간 로비창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3년여간 치협 고문변호사로서 ‘의료인 1명이 의료기관 1곳만 개설할 수 있다’는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해 법률대리인으로서 치협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 L 변호사는 지난 15대 국회에서 야당의원으로,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했다. 

L 변호사는 네트워크 치과인 유디치과와 치협 간의 법적 다툼이 있을 때마다 언론 인터뷰 등에 나서 치협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한 L 변호사는 국회와 의료계를 아우르는 마당발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치협 측이 L 변호사를 통해 야당 의원들에게 입법 로비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0월 31일 서울 성동구 도선동 치협회관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L 변호사를 보좌했던 법제이사에 대해서는 다른 전·현직 임원들과 달리 차, 사무실, 집 3곳을 모두 강도 높게 압수수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L 변호사가 김 전 회장과 경희대 동기 동창 사이인 점도 검찰의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김 전 회장이 치협 회장으로 재임한 2011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L 변호사를 지근거리에서 두고 의료법 개정과 관련해 긴밀한 논의를 끊임없이 했다는 것이 치협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검찰은 지난 압수수색 과정에서 9억 원의 용처가 기록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회계장부를 확보하지 못해 L 변호사에 대한 소환 조사를 통해 이를 밝힌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