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와 2화가 각자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주변 상황, 아우르고 있는 분위기, 기본적인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면
3화와 4화는 그보다 본격적으로 등장인물들이 서로 뒤섞이면서 화학작용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특히 4화가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것은 우리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가족애라는 '함정'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일테다.
그런 것에서 3화가 비교적 평이 낮지만, 3화도 4화와 마찬가지로 가족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벽'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조금 뒤늦은 리뷰지만 우리들이 흔히 생각하고, 흔히 짐작하고 지나가던 '가족'을 조금 비틀어서 본 '나의 아저씨'를 되짚어 보자.
◇ 가족이기 때문에 더더욱 이야기하지 않는 '벽'
박동훈 부장과 강윤희는 '부부' 관계이다. 일반적인 부부관계가 아닌 '불륜'이 일어나고 있는 부부관계다.
흔히들 드라마에서 불륜이라는 '클리셰'를 다룰 때 가장 많이 그려내는 방법은 누구 하나가 '성욕에 미쳐서' 혹은 '상대방이 따분해서'로 표현하는 것이다.
결국 누구 하나는 절대적으로 '악'이고 누구 하나는 절대적으로 '선'이며, 누구 하나는 가해자이고 다른 누구 하나는 피해자이다.
불륜을 뜯어서 볼 때 도리에 맞지 않음을 표현하는 것이니, 그것이 옳은 접근법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의 아저씨'는 평범한 다른 드라마와는 다른 접근방식을 택했다. 윤희가 남편이 아닌 도준영과 사랑을 나누고 있지만, 그 사랑을 드라마에서는
무조건 어둡거나 사악하게 표현해놓지 않는다. 그리고 동시에 박동훈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지 않고 있으며, 나름 박동훈에게 책임을 다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3화에서는 박동훈과 강윤희의 아주 사소한 싸움을 그려낸다. 내면적으로 어떻든 간에 박동훈과 강윤희는 결국 비닐봉지를 박동훈이 뜯어서 싸우게 됐다.(박동훈이 도준영에 대해서 비난을 한 것 때문이 가장 크겠으나, 외면적으로는)
둘의 충돌은 어떤 화학작용도 일으키지 못하고, 박동훈의 일방적인 사과로 끝이난다. 강윤희는 죄의식 때문에, 그리고 박동훈에 대한 안쓰러움에 눈물을 흘린다.
부부의 위태로운 관계는 흔히 부부간에 일어날 수 있는 짜증으로 인한 싸움으로 표현됐으나, 서로간의 비밀을 터놓고 말하지 못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부부이기 때문에 더 말할 수가 없는 관계인 것이다. 그리고 페이드 아웃
또 다른 부부인 조애련과 박상훈의 관계는 위에서보다 더 위태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또 다르다.
이혼도장을 찍으라고 이야기하고, 실제로 별거중이며, 서로간에 좋은 말이 오가지 않는다. 앞서 박동훈과 강윤희보다 겉으로 보기에는 더 대립관계일 수도 있겠다.
실제로 조애련은 시어머니인 변요순에게 "이혼할 거예요"라고 말한다. 박상훈은 "실컷 바람이나 피겠다"고 박동훈에게 허풍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조애련은 박상훈이 '형제청소'를 열 때 다시 돌아와 제기를 닦으며 "청소인줄은 몰랐다"고 눈물을 흘린다.
박상훈은 다시 박동훈에게 "내가 한달에 150이라도 꼬박꼬박 벌어오면 은진엄마가 다시 합치차고 할 거다"라고 말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진심'은 말을 못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가장 말하고 싶은 말들을 타인에게 한다. 부부이기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벽'
◇ 가족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는 '함정'
이지안이 이광일에게 심한 폭행을 당했을 때(사실 드라마에서는 상당히 재미있는 '오해'라는 장치를 쓴다. 데이트폭력처럼 보이는 장치) 봉애는 이지안의 얼굴에 난 멍자국을 보고 폭행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봉애는 묻고 이지안은 거짓말을 한다.
"엎어졌어"
가족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가족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일이었기에 이지안은 봉애의 애타는 물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의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
이와 동시에 봉애는 이광일이라는 전의 그 사채업자의 아들이라는 존재 자체를 현재 모르기 때문에 자신을 때린 놈이냐고 묻는다.
이지안은 그에 대한 대답으로 이광일이라는 대답을 하지 않고 "그 놈은 내가 죽였다"라고만 답한다.
이후 봉애는 손녀에 대한 죄책감으로 손녀가 소중히 내온 홍시를 입에 대지 않는다. 이지안은 이지안대로 할머니가 홍시를 입에 대지 않는 이유를 알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가족이기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함정'은 서로간에 '슬픔'을 건드린다.
서로간에 말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서로간에 모르는 채 하는 것도 있다.
박상훈이 동네깡패한테 무릎을 꿇은 사실을 변요순이 알게 된다. 하지만 변요순이 박상훈에게 무릎을 꿇은 사실에 대해서 말하지 않고, 박상훈은 박상훈대로 변요순이 그 장면을 봤다는 것을 알면서도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가족간에 가장 비참한 모습을 보였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온 박상훈의 입가는 억지로 짓는 웃음이 있었고, 그것을 본 변요순은 변요순대로 눈물을 참으며 미소를 짓는다.
이에 박상훈은 하루종일 눈물만 흘리다가, 술기운을 빌어 박기훈과 박동훈에게 말한다.
"노인네가 웃더라" "다 본거야"
나중의 이야기지만, 그 동네깡패가 다시 사과하러 왔을 때 어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더 어색해진 이유는 그것일 게다.
서로가 보지 않은 것처럼, 서로가 알지 못한 것처럼 숨겼지만, 그게 한번에 풀리는 것.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가 모르는 체 했다는 사실이, 사실은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기 때문에 변요순은 "밥이나 먹고 가요"라고 말한 것이 아닐까.
어색하고 서로간의 숨기는 시간일지라도 결국 식구란 밥을 같이 먹는 관계이기 때문에.
◇ 블러핑 했던 카드들이 다시 보여지고
인생사 도박이라고 할 것이 없던, 안정적인 가족을 꾸려나가고 싶었기 때문에 직업마저도 '건물구조기술자'는 망치를 들고 깡패의 사무실로 찾아가 두드려 깬다.
"너같은 놈들 때문에 삼풍이 무너진 거야"
그의 인생사 가장 '파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었고, 가장 하지 않았던 일을 한 일이었을게다.
그런 그의 도박은 자신들의 가족에게 깡패가 다시 사과하러 오게 만든 동력이었다.
드라마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장면 뒤에 바로 혼자서 숨을 몰아쉬며 무너지기 직전의 위태로운 동훈의 등을 보여준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그의 도박을, 그리고 그 도박뒤에 '승리'를 보여주기보다 '지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택한다.
캄캄한 밤거리에 그는 덩그러니 쓰러질듯 서 있다. 다시 상훈의 전화를 받고 정희에게 가기까지...
그의 작은 승리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상태로 떠돈다. 사실 '승리'라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일지도 모르겠으나...
그리고
이지안은 박동훈의 작은 승리와
작은 승리후 지친 숨소리
그리고 그의 떨리는 음성을 듣는다.
그 성실한 무기징역수 같은 삶을 사는 이른바 '기성세대'의 '아저씨'에게도 겁나는 것은 있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그가 이겨야 하는 이유도 있다. 그것은 자신도 잘 아는 이유다.
바로 '가족' 때문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서로에게 블러핑 했던 카드 앞면에는 여린 한 '사람'이 있었을 뿐이다.
3줄요약:
나저씨 재밌어욤
나저씨 웃겨욤
나저씨 울려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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