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사귀었더라면 결국 사귀다가 끝났겠지만,

그때 윤희가 동훈이를 선택해서 못 가져본 여자에 대한 판타지와 미련? 뭐 그런 게 남아있다가 

유부녀가 된 윤희를 꼬셨는데 넘어온 거지. 

동훈에 대한 열폭과 복수, 과거 자신의 충족되지 못한 사랑 혹은 욕망, 그리고 자신을 선택해 주지 않았던 윤희에 대한 한풀이 또는 설욕전,

분명 유부녀라 지 말 마따나 안전하긴 해도 그래도 본인이 현재 혼인 가능한 남자인 바에야 그냥 연하의 이쁘장한 미혼녀 만났어도 되는데 

그럼에도 윤희를 택한 건 못 이룬 사랑에 대한 환상과 미련이 있었기 때문일 거 같아.

그러니까.. 아마 시작은 사랑의 비중이 그닥 작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막상 가져보니 너도 그저 그렇구나 이렇게 된 거 아닐까. 

더이상 사랑과 열망도 없고 그냥 이렇게 만나다 치우기 쉬운 여자, 그 정도로 전락.

못 먹어본 남의 떡이 커 보였구나 뭐 이런?

회장님도 한때 얼마나 높아 보였겠어. 엄청 훌륭한 분이라며 감히 눈도 못 마주쳤었겠지.

근데 지금은 지가 대표 좀 해봤다고 간이 부어서 회장님 태생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까잖아.

그냥 그런 놈임.

윤희도 그냥 그런 놈인 거 과거에 낌새 채서 동훈이를 택한건데 

동훈이랑 살면서 마음이 지치니까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옵션쪽으로 눈이 돌아간 거겠지.

하지만 다시 만나고 나니 내가 과거에 왜 준영이 아닌 동훈을 선택했었는지 기억이 새록새록 나지 않을까.

알면서도 만나다 보니 관성이 붙어서 만나는 듯. 

다만 윤희가 아직도 동훈에게 미련이 남은 게 보이니까 

준영도 지금 헤어지면 위험하기도 하지만 

또다시 동훈에게 지고 있는 거 같아서 아직은 윤희를 놓기가 싫고

애먼 동훈을 몰아내겠다고 저 난리치는 듯.

막상 동훈을 몰아내고 나서 윤희가 이혼하거나 당한다고 한들 윤희랑 재혼하진 않을 거 같아. 

솔직히 윤희도 준영을 꼭 재혼감으로 생각할지는 의문이고. 

지금이야 결혼에 묶여 있으니 준영이도 좋아보이는데 

진짜 선택 가능해지면 과연 준영이처럼 신의가 그닥 깊지 않고 내면도 얕은 사람과 평생 살아간다는 선택을 하게 될까? 

지금은 이 모양 이 꼴이 되었어도 더 어린 날에도 더 나은 사람(준영이 아닌 동훈)을 선택할 줄 알던 애인데. 

지금은 둘다 가보지 않았던, 혹은 못했던 길에 대한 미련이 남아 저러고 있는 듯. 

결국 어리석은 선택이고 몰락의 재촉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