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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남성향판타지를 뒤집은 다크히어로앱에서 작성

ㅇㅇ(223.62) 2018.03.24 02:03:53
조회 2095 추천 75 댓글 13

'40대 아저씨와 20대 여자아이의 로맨스는 더럽기 그지 없다'
모 칼럼니스트가 쓴 것처럼, 이 드라마는 겉에서 볼때는 '4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관계를 그저 성적으로 풀어낸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이는 현대의 드라마 대부분이 '남'과 '여'의 사랑에 초점을 맞춰서 일수도, 아니면 이제는 거의 강박관념이 된 것 같은 남과여의 대결구도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 드라마는 그리 아름다운 ‘사랑’과 ‘판타지’를 그려내는 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드라마는 철옹성이 돼버린 남성의 세계 속을 ‘머리가 조금 더 잘 돌아가지만 흙수저’인 여주인공이 살아남는 이야기다. 회장도, 상무도, 부장도, 모두 남성인 왜곡된 세계속에서 아무 것도 없는 여주인공이 키메이커가 되는 이야기라고 보면 옳을 것이다.

◇ 시궁창에서 피어난 ‘다크히어로’

주인공 이지안은 사실 벼랑끝으로 몰린 흙수저다. 그리고 작가는 잔혹하리만큼 이지안이 쥐고 있는 카드를 단촐하게 만들었다. 어떤 히어로처럼 돈이 많거나, 신체적 능력이 뛰어나거나, 천재라거나, 좋은 동료가 있거나 한 것이 아니다. 물론 남들보다 순발력이 뛰어나며, 머리회전이 빠르기만 하지만 그것이 이지안이 가지고 있는 카드의 전부다.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거동도 하지 못하는 조모는 이지안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친구라고 있는 히키코모리는 주인공의 말을 100% 충실하게 따라주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제목이 ‘나의 아저씨’인데 그 아저씨인 박동훈이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다. 결국 이지안은 남들보다 영민하고 순발력이 있는 정도의 능력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매일 밤 집 앞에서 서성일지도 모르는 광일이라는 ‘위험요소’까지 가지고 있어 안전한 쉼터도 없다.
그러나 이지안은 2편까지 자신의 유일한 카드를 잘 활용해왔다. ‘다크히어로’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도 않는다. 뇌물을 가로채기도 하고, 엉뚱한 소주배송 아저씨에게 민폐를 끼치는 디코이, 거기에 회장의 불륜으로 협박과 딜을 통해서 자신이 최소한대로 살 수 있는 활로를 뚫었다.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성공하리라는 법은 없다. 만약 실패하면 1화에서 봤던 광일의 무자비한 폭력처럼, 그 권위주의의 세계속에서 자신은 언제든지 쓰레기처럼 버려질 수도 있다.

◇ 비틀어진 아재판타지

혹시 남성향 드라마를 본 적이 있는가? 남성향 드라마의 기본은 바닥에서 시작해 결국 그 조직의 톱이 되는 구조다. 여기서 여주인공들은 그저 보조적인 역할만을 수행한다. 때로는 남 주인공의 목적 그자체로 존재한다. 마치 슈퍼마리오가 수많은 난관을 뛰어넘어 마왕 쿠파를 물리치고 피치공주를 구해내는 것처럼.
이 드라마는 그런 남성향 드라마의 기본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남성들로 이뤄진 세계. 회장부터, 전무, 상무까지 모두가 남성인 세계. 만약 박동훈이 이지안을 구해내기 위해 이 남성들의 세계를 뚫고 결국 이 회사의 톱이 된다면 그야말로 남성향 드라마의 기본 클리셰대로 흐른 드라마일 것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그렇지 않다.
이 드라마는 그 클리셰를 비틀어서 회사의 머리로부터 흔들리는 꼬리에 불과한 ‘박동훈’을 지켜내기 위해 이지안이 싸워야 한다. 물론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박동훈이 새롭게 자신의 능력을 깨닫을 수도 있겠으나, 사실 그 부분이 이뤄지는 것은 요원해보인다. 이지안은 그 무너지지 않는 남성들의 세계를 남들보다 조금 더 잘 돌아가는 머리와 남들보다 조금 빠른 손놀림으로 균열을 놓는다. 벌써 의도치 않게 이지안은 왕전무와 도준영의 싸움에 끼어들었으며, 왕전무의 싸움을 조금 유리하게 패를 바꿔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당돌하게도 이지안은 박상무와 박부장을 잘라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한 아저씨가 삼형제를 걱정하고, 이지안의 양말 신지 않은 발을 걱정하는 동안, 이지안은 이 남성들의 세계를 ‘그 조금 잘 돌아가는 머리와 빠른 손놀림’으로 패를 뒤집어 놓을 예정이다. 남성향 드라마에서 구해줘야 할 공주역할이 아닌 남성향 드라마에 난입해 패를 바꾸는 ‘다크히어로’. 아마도 이지안은 그런 존재일게다.

◇ 왜 아저씨였어야 했을까?

박동훈은 참으로 가여운 남자다. 억울하게 생긴 외향처럼 실제로 삼형제 중 가장 불쌍한 인물이다. 철없는 형과 아우를 두고 있으며, 고무신도 새로 사지 못하는 노모를 걱정하는 차남이다. 동시에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아내에게 5000만원의 뇌물 분실에 대해 털어놓고 해결책을 묻기도 한다.(물론 이 아내도 평범한 불륜녀는 아니다. 아주 독특한 케릭터) 그리고 자신을 파멸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을 수도 있는 이지안에게 “고맙다”고 진심으로 말하는 순박한 아저씨이기도 하다. 남성향 드라마의 평범한 남성주인공처럼 대단한 야심가도, 혹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인물도 아니다. 남성향 드라마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인 ‘그냥 아저씨’다. 좀 순박한 아저씨. 자신을 파멸로 몰아넣을뻔 했던, 혹은 이제 앞으로 파멸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이지안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는 아저씨. “발 안 춥냐”고 사소한 것을 물어보는 아저씨.
그런 대단치 않은 아저씨와 ‘다크히어로’라고 할 수도 있는 이지안의 만남은 이른바 평범한 남성향 드라마처럼 ‘로맨스’로 흘러가지 않는다. 대신에 서로가 서로의 모습을 보고 조금씩 변화할 것이다. 살아남기 위한 이지안의 몸부림을, 묵묵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박동훈의 모습을. 사람과 사람이 이해해가며 변화하는 드라마.
“왜 40대 남자와 20대 여자가 같이 있으면 뻔하지”라고 묻는 음흉한 물음 속에 그들은 “사람이니까 꼭 뻔하지 않는 것도 있다”고 답할 것이다.

세줄요약
이지안은 다크히어로
박동훈은 놀랍도록 평범한 아저씨
드라마를 둘러싼 세계는 남성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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