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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서면서 있었던 이야기

dd(115.161) 2016.12.27 07:06:21
조회 223 추천 1 댓글 8

														

아마 작년 이맘때쯤 되었을 것이다. 15년 12월이던가. 당시 나는 전역을 2개월 앞둔 병장이었다.


새벽 근무자들을 깨우고 당직실에 돌아와 의자에 앉았다. 낡은 의자는 노인네가 땡깡부리듯이 온 몸으로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X벌 드럽게 시끄럽네 의자 X끼.... 하긴 나 오기 전부터 있던거니까 뭐 내가 용서한다!"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누가 보면 미친놈처럼 볼 수도 있겠지만 너무 심심했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있다보면 좁디 좁은 당직실은 금새 춥게 느껴진다. 특히 겨울에는. 나는 입에서 김이 슬슬 나오는 것을 보고 살짝 놀란다. 이정도로 추울 때는 아닌데.


그리고 뒤를 돌아본다. 탄식이 절로 나온다.

 

"아... 나란놈 XXX신... 대가리에 똥만 가득들은..."


X신처럼 아까 환기한다고 창문을 열어놓고 깜박하고 있었다. 서둘러 창문을 닫는다. 이제는 좀 낫겠지.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의 1년 반을 넘게 출근할 때마다 본 천장이다. 저걸 언제쯤 그만보게 될까.


2개월은 너무도 막막한 기간이었다. 그는 얼마전에 전역한 2기수 앞 선임을 생각했다. 그는 전역 전날에 해맑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니 전역 전에 전쟁날거다 X신아ㅋㅋㅋ 형 먼저 간다~"


나는 그 때 뭐라고 말했더라.... 아! '전쟁나면 니부터 쏘러간다 XX끼야 라고 말했지'


같이 지내던 사람이 전역하면 부러우면서도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들곤 했다. 


"X발...나는 언제쯤 나가나..."


나는 다시 가만히 앉아있다가 리모컨을 들어 티비를 켰다.


국방부가 가장 잘한 일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나는 지체없이 IP티비를 보급한 것이라 말할 것이다.


나는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3번부터 몇 백번까지. 그러나 볼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별수없이 다시보기를 누른다. 음악방송이나 봐야지.


원래 나는 음악방송을 보는 사람은 아니었다. 요즘 노래는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뭐 아이돌에 관심이 없기도 하고. 그런데 얼마 전에 관심이 가는 아이돌이 생겼다.


"걔네가 언제 나왔더라.... 쇼음악중심에서.... 컴백무대.... 찾았다."


짧은데 겁나 길게 느껴지는 광고가 지나가고 '이 프로그램은 15세 뭐시기' 하는 화면이 나왔다. 


나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리모컨의 5단추를 누른다. 화면에 단발머리의 소녀가 일어나 노래하는 모습이 나온다.


별것 아닌 일이지만 뿌듯함을 느끼면서 나는 무대의 처음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재생.


당직실에 은은한 피아노 소리가 가득 찬다. 그리고 들리는 몽환적인 목소리.


'한걸음 CLOSER~ 내맘~ 한뼘 CLOSER~ to you~'


우연히 들은 노랜데 너무 좋아서 그 자리에서 제목과 가수를 메모해놨었다. 그 후 매일 한 번씩은 노래를 듣곤 했었다.


그 때 당직실 문이 벌컥 열렸다. 나는 일시정지를 누르고 문을 보았다. 근무를 마치고 온 후임이 서있었다.


"필승~ 뭐하십니까~"


"추운데 근무서느라 고생했다. 빨리 자러가라."


"우리 XXX병장님 근무서는데 같이 좀 놀아드리러 왔지말입니다~"


"너 내일 오후에 출근 못해도 나는 모른다?"


"에이~ 제가 짬이 얼만데 그정도는 알아서 하지 말입니다."


"그래봤자 일병 나부랭이가 뭐.... 알아서 해라."


나는 빈 의자 하나를 내어주고 근무서면서 먹으려고 꿍쳐둔 과자를 꺼낸다.


"이거나 먹어라 X신 새X야."


"사실 이거 얻어먹으려고 왔습니다ㅎㅎㅎㅎ"


"X발 X끼....."


그런데 후임놈이 눈이 티비를 보더니 빛나기 시작했다.


"어? 병장님도 오마이걸 좋아하십니까?"


"응? 오마이걸? 아 쟤네 이름이 그거였지? 응, 노래 좋더라고."


"빨리 재생 안하고 뭐합니까"


"개X끼.... 알겠다."


나는 다시 재생을 눌렀다. 노래가 다시 나오기 시작한다.


'참 멀리 있나봐~ 매일 다가가도 아득하기만해~'


"근데 병장님은 여기서 누가 제일 좋습니까?"


"방금 지나간애"


"효정?"


"이름은 몰라 아직."


"아 좋아한다면서 아직 이름도 모르는게 말이 됩니까?"


"나 이름 못외우는거 알잖아.... 귀찮아...."


"제가 다 알려드리겠습니다. 외우십시오"


"그래....X발....잘났다..."


"처음 서있던 사람이 유아 방금 지나간 사람이 효정, 지금 나온애가 아린, 쟤가 지호... "


"겁나 빠르네 ㅇㅇ"


"지금 중앙에 있는 사람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승흽니다."


"그래"


"지금 일어난 사람이 진이입니다."


"진?"


"진이! 입니다."


"진이 수신."


"단발머리가 비니고.... 랩하는 애가 미미입니다."


"다시 해본다. 유아, 효정, 아린...."


"여기다 적어드릴테니 외우시면 됩니다.ㅎㅎ"


"숙제를 내네 이게...."


"ㅋㅋㅋㅋㅋㅋ 검사할겁니다"


"맘대로 해라.... 난 오늘 오프인거 알지?"


"아! 아..... 부럽다....."


"너도 나중에 당직 서봐... 이거 겁나 피곤해"


"부러워서 저는 자러 갑니다. 필승! 고생하십시오"


"그래 잘자라"


나는 다시 무대를 돌려보며 이름을 차례차례 대조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름을 알게되자 그녀들이 더욱더 아름답고 소중해 보이는 것이었다.


"이름이라는게 참 신기해..."


그렇게 무대를 연달아 보고 나에게는 할 일이 생겼다.


'근무 끝나면 얘네 사진이나 찾아봐야겠다. 사지방에서'


창 밖에서 순찰나가는 헌병들의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기분좋게 의자에 몸을 기댔다.


"얘네 저번 노래가 뭐였더라.... 그거나 한번 들어봐야지"


이상 12월의 새벽에 당직서면서 벌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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