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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상플이얌 65화

ra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5.21 00:23:42
조회 352 추천 2 댓글 6

저녁 늦은 시간. 문을 닫은 백화점. 

구석에 있는 화장실 칸막이들에서 정장을 입은 수상한 남자들이 나왔다.

마치 백화점이 문을 닫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화장실을 나오는 남자들. 

약간 뒤 시야가 가리워진 곳엔 지훈이 쪼그려 숨어있었다.


지훈 '뭐 하려고 이때까지 숨어 있던거야?'


지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낮 시간대. 클레임을 일으킨 남자들을 몰래 쫒던 그. 

그는 주르르 같은 화장실로 들어가는 남자들을 보며 근처 매장에서 화장실을 계속 감시했었다.


지훈 '그 시간이.... 퇴근시간을 훌쩍 넘길줄은 몰랐지만 말이지....'


다행히도, 그런 오랜 기다림이 무색하지 않았는지 

직원들이 퇴근하고 좀 안되서 남자들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들은 계단으로 향했다.


살금살금


지훈은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레 따라붙었다. 

한발 한발 따라가는데 남자들의 발걸음이 도무지멈출줄을 몰랐다.

아래로. 또 아래로. 끝없이 아래로 내려가더니. 

어느새 그들은 백화점 제일 아래.

지하층에 이르렀다.


지훈 '여기 탈의실이라 사원증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인데....'


그의 말처럼 탈의실은 사원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였다. 

외부인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니였다.

왜 들어가지도 못할 여기로 왔는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남자들 중 한명이 돌연 뭔가를 꺼냈다.


회색의 카드.

그가 삑하고 카드를 대자. 착 하고 지하실의 문이 열렸다.


지훈 '뭐야? 내부인이란 말이야?'


그들은 문 안으로 들어갔다. 

동향을 지켜보다가 조금 뒤에 지훈도 사원증을 대고 들어갔다. 

들어가니 보이지 않는 남자들. 

어디로 갔나 두리번거리는데, 저 멀리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남자 "벌레 7건, 쓰레기 22건, 그 외 클레임은 5건...."


지훈은 그곳으로 향했다.

점점 가까워지는 말소리. 

모퉁이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들을 몰래 지켜봤다.


???? "그래서 오늘은 그만큼인가?"

남자 "예. 그렇습니다"


남자들은 누군가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짙은 그림자에 얼굴이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 누군가.

여유있는 자세가 사람을 많이 부려본 사람 같아보였다.


그리고. 목소리가 낮설지 않았다. 

어디선가 들어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얼굴을 보고 싶었으나. 더 가까이갔다간 들킬 것 같아서 지훈은 조용히 염탐만 했다.

그림자에 가려진 이가 말했다.


???? "당분간은 그렇게 하도록 하세요. 그 분도 딱히 하신 말씀 없으니까. 저희야 하란대로 해야죠"

남자들 "예"


대답하며 고개를 숙이는 남자들

그림자의 남자가 손을 들었다.


???? "다만. 신다혜씨를 자극하는건 그만 하도록 합시다. 인터넷에 올라온 것 때문에 시선이 쏠려서.

      그쪽은 더 건드렸다간 꼬리를 잡힐지도 모릅니다.

남자들 "알겠습니다"


그의 손목이 빛났다. 그의 손에 걸려있는 시계가 빛났다.

확연히 보이는 시계.

지훈은 그 시계를 뚫어지게 보았다.



-----------------------



다음날 아침. 빛이 들어오는 침실. 해준이 뒤척이며 잠에서 깼다.

일어난 그. 일어나자마자 어제를 생각했다.

긴머리의 홍난에 대한 생각. 

그 생각을 도통 머릿속에서 지울수가 없었다.


해준 "아.... 진짜 모르겠네...."


생각할수록 답답하다.

이렇다! 라고 할만한 생각도 안나고.

그는 목이 칼칼해져 물을 찾았다.


미끌~


쨍그랑


해준 "아.... 진짜...."


실수로 컵을 깨트렸다.

컵을 들고 물을 따르려고 했는데. 

다른데 정신이 팔려 있어서 그런지 협탁에 컵을 놓는다는게 그냥 허공에 놓아서 깨트리고 말았다.

이상한 일은 연이여서 일어난다더니.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실수에 그는 짜증을 내었다.

바닥엔 유리 파편이 난자해 있었다.


해준 "하아...."


그는 한숨을 쉬며 다용도실로 향했다.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는 다시 침실로.

그는 깨진 파편들을 쓸어냈다. 

쓸어내고 쓸어내고.

쓸어내다보니 침대 밑에도 들어간거 같아 침대 밑도 같이 쓸어냈다.


질질질


뭔가가 딸려나왔다. 

하얀색. 천처럼 보이는 무언가. 

뭔가 싶어 해준은 그것을 집어서 폈다.


펄럭


두 개의 둥근 언덕 모양이 분명한, 천으로 된 장식이 있는 물체. 후크가 있고 끈이 두개 보이는 둘레모양의 무언가.

브래지어였다.

해준이 깜짝 놀랐다.


해준 "흐어어어!"


놀라서 놓쳐버린 천 덩어리. 

바닥에 떨어진 모양새를 다시 봐도 역시 브래지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니 대체 이 물건이 왜 여기 있는건데? 

그의 머릿속엔 혼란이 가득했다. 

누구 것인지는 차치하고라도, 애초에 그는 이 집에 여자를 들인적이 없었다. 

가정부들 말고는 들어올 사람이 없는데.... 이런 화려한 속옷은 가정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의 동공이 지진이 난 듯 흔들렸다.


해준 "음...."


설마 싶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는 침대 밑을 좀더 깊게 쓸어냈다. 

그러자 이번에 나오는 것은 팬티. 아무리 봐도 여성용이라고 밖에 볼수 없는, 화려한 무늬의 팬티가 나왔다.

해준이 민망해했다. 


해준 "흠흠. 다.... 다른 가구 밑도 쓸어볼까..."


줄줄이 나온다. 운동복, 청바지, 치마, 재킷, 양말, 스타킹.

가구 밑들을 쓸어보니 슬림한 여자 체형에 맞는 옷들이 주르르 나오기 시작했다.

벌수로 보아하니 대략 대 여섯벌.

옷들을 한데 모아 놓은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해준 "음.... 우선. 이 많은 옷이 그동안 어떻게 가정부들에게 걸리지 않았나 하는 거랑.....

      그리고.... 누가 가져다놓은, 혹은 누구 옷이냐는 거랑...."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의 집은 매일매일 가정부들이 청소를 한다.

누가 가져다 놓았다고 해도 당연히 치워져야 할 옷들이였다. 

더구나 이 집은 허락받지 않은 사람은 들어 올수가 없는 집이다.

철통같은 보안을 겨우 옷 몇 벌 놓기 위해 뚫었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해준 "....."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그.

문득. 뇌리에 뭔가가 스쳐지나갔다.

그는 황급히 컴퓨터 앞으로 향했다. 


지지지직


집안 정문의 cctv를 확인하며, 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 표정을 지었다.


해준 "그렇지.... 갑자기 나타났고, 슬림한 여자 옷이라면.... 당신밖에 없겠지...."


화면에 비치는 건 긴 머리의 홍난이였다. 껄렁껄렁 현관을 거니는 그녀.

그녀는 이 집을 아주 뺀질나게 들락날락거렸다.

어떨땐 편한 복장으로, 어떨 땐 잔뜩 껴입고, 아주 다양한 복장으로 이 집을 제집마냥 드나들고. 

밤에 들어와 아침에 나가기도 했다.

해준이 중얼거렸다.


해준 "대체 뭐하는데 이 집을 들락날락거린거야?"


궁금한데. 확인할 방법이 없다. 

집 안은 엄연한 사생활 공간이므로 cctv가 단 한대도 없었다.

몸부림치던 그. 

조심스레.

혹시나 하고 다시금 집안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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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 "으흠. 흐으음~"


출근 전의 다혜. 그녀는 집에서 출근 준비에 한창이였다. 

한나도 학교에 보냈고, 아버님도 조깅을 가셨다. 혼자 남은 그녀는 화장대 앞에 앉았다.


톡톡


화장을 바르는데 뺨이 눈에 들어왔다.

어제. 불량배에게 맞은 왼 뺨.

왼 뺨은 언제 맞았나 싶을 정도로 가라앉아 원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혜 "확실히 효과가 있긴 한가보네...."


신기했다. 부어오른 자국이 전혀 없이. 싹 하고 가라앉혀진 뺨이.

보통 붓기나 멍은 그 다음날 심해지는게 정상인데, 그런 것 없이 가라앉혀 진정된 모양이 정말이지 신기했다.


다혜 "그래서 그렇게 발라줄려고 아둥바둥 한건가.... 정말 착하다니까...."


자신을 걱정해주며 글썽거리던 홍난의 모습이 생각났다.

어떻게든 약을 발라주겠다고 아둥바둥하던 그 모습. 

다시금 떠올라서 그녀는 쿡쿡 웃었다.


다혜 "ㅋㅋㅋ 아. 흠흠. 이럴때가 아니지"


이러다 늦겠다.


톡톡


그녀는 다시금 화장을 했다.

이것저것 두드리고 바르고 칠하고.

그녀는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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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톡톡


홍난 "괜찮을려나 모르겠네...."

이연 "뭐가?"


턱을 괴고 손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고 있으니.

언니가 밥을 하다 말고 물어왔다.


아침.

항상 얻어먹기만 하는게 미안하다고, 오늘은 언니가 밥을 하고 있었는데.

왠일로 잘 하나 싶더니. 언니는 궁금함을 핑계로 밥하는 것을 멈췄다.

자연스레 나에게 다가왔다.

에휴.... 그럼 그렇지....

나는 답을 해주었다.


홍난 "다혜씨 뺨이요. 약이 잘 들었으면 좋겠는데...."

이연 "무슨 약?"

홍난 "어제 다혜씨 뺨에 약 발라줬거든요. 이거"


연고를 꺼내서 보여주니. 

언니가 몹시 수상쩍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연 "호랑이 무늬? 대체 이런 연고는 어디서 가져온거야?" 

홍난 "시장 구석에 있는 아는 할아버지한테 삿죠 ㅎㅎㅎ 예전에 많이 썼었거든요. 잘들어요 ㅎㅎㅎ"


호랑이 연고. 

한창 권투를 시작할 때, 체육관 관장님이 소개시켜준 좌판에서 샀었다.

인자하신 주인 할아버지는 내가 갈때마다 참하다면서 늘 연고 한개를 더 얹어줬었다.

체육관을 그만 두면서 더이상 쓸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필요해져서 가보니 여전히 할아버지가 좌판을 피고 있었다.

오랫만에 왔다며 이번엔 특별히 2개나 더 얹어줬었지.... 인심 좋다니까 ㅎㅎㅎㅎ

그 때를 생각하며 웃고 있는데 언니가 기가 찬듯 말했다.


이연 "니가 아저씨니? 아저씨야? 이런 연고는 나 어릴때도 보기 쉽지 않았는데....

      뻑하면 외박했다는 것도 그렇고, 이런 연고 사오는 것도 그렇고.... 생긴거랑은 다르게 완전히 아저씨라니까...."

홍난 "아저씨라뇨!"

이연 "아저씨지. 아저씨야. 너! 지난번에 내가 다혜씨 만나고 왔을 때. 언니 없다고 거실 농집 내놨었지?"

홍난 "읏...."


헉.... 그걸 어떻게.... 다.... 치웠었는데.....

당황스러워서 눈이 절로 동그래졌다.


이연 "잘 치웠더라? 근데 말이야.... 하나 까먹고 안치운게 있더라구. 쇼파 구석에 구겨넣은 양말. 대체 양말은 왜 거기에 구겨넣은거야?"


아! 양말....

안치웠었구나....

완벽한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다니.... 

충격이였다.


홍난 "아하하하.... 그게...."

이연 "안봐도 뻔해. 쇼파에 누워서 티비보다가 양말 벗으면서 구겨 넣었을거야. 그러니까 아저씨지. 으휴 진짜...."


내 행동을 마치 직접 본듯 정확히 집어서 말한다.

역시 우리 언니.... 나에 대해서 훤히 꿰고 있었다.


홍난 '옙.... 아저씨입니다....'


반성할게요....

시무룩한 나에게 언니가 물었다.


이연 "그래서? 다혜씨가 그렇게 될 줄 알고 산건 아닐거고, 왜 산건데? 누구랑 다툴 일 있어?"


이유? 부끄러운데....

나는 조심스레 답했다.


홍난 "아뇨.... 그.... 그런게 아니라.... 지난번에.... 제 입술이 부었어서...."

이연 "아. 하긴. 얼음주머니 대긴했는데, 그래도 부은 입술이 살짝 보이긴 했엇지. ㅎㅎㅎㅎ 그래서 산거야?"

홍난 "네...."


언니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연 "그럼. 대비책도 있으니까 찐하게 해도 되겠네 언니가?"


찐.... 하게요?


꼴깍


언니와의 첫키스.... 영혼이 뺏겨버릴 듯한 그 키스를 다시 하겠다니....

나는 화들짝 놀라서 단호히 거부했다.


홍난 "아.... 아.... 안돼요!"


언니가 무릎을 땅에 대고 나에게 눈높이를 맞췄다.


이연 "될 것 같은데?"


더. 더 가까이 다가왔다.

피.... 피하고 싶은데.... 


끼이이익


내 몸은 의자 등받이에 걸려 더이상 뒤로 가지 못했다.


홍난 "아..... 안되는데...."


살짝 벌어진 입술의 언니가 다가왔다. 

어깨에 올렸던 손은 내 몸을 감싸려 했고,

허리는 어느새 내 허벅지 안쪽에 스쳐 닿기 시작했다.


겨우 엄지만큼만 떨어져 있는 우리의.

심장이 세차게 뛰어왔다.


콩닥콩닥


옅은 화장품 냄새와 장미향 향수가 내 마음을 유혹해온다.

빨아들일 것 같은 붉은 입술과 대비대는 뽀얀 피부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는다.

저.... 도톰하고 윤기나는 입술에.... 내 입술이 맞다아진다면.... 

무슨 느낌일까?....

스르르 고개가 기울어지고, 끌리듯 천천히. 나는 언니에게로....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이연 "아씨! 누구야!"


언니가 일어났다. 잔뜩 짜증을 내며 인터폰으로 향했다.


홍난 "흐어어어.... 하아하아"


막힌 숨과 잔뜩 들어갔던 힘이 풀린다.

가슴이 망아지마냥 뛰어서 진정하라고 가슴에 양손을 가져다 대었다.


홍난 "후우.... 후우.... "


쿵쿵쿵


손에 전해지는 심장의 울림. 

마음이 도무지 진정되지가 않았다.


홍난 "해.... 해버릴 뻔했다...."


방금. 

분명히 내가 다가갔다. 언니는 가만히 있었고. 내가 천천히 다가갔다. 

분위기가 분위기라지만. 내가 먼저 다가갔다는 것은. 내 이성신호에 분명히 문제가 생겼다는 말이기도 했다.


꾸욱.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저기. 인터폰을 보며 짜증내는 언니를 보았다.

볼때마다. 점점 빠져들것만 같은 언니. 

이대로 가다간 머릿속에 언니말고 다른 것은 다 없어질지도 몰라...

그래서.... 언니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해버릴 지도 몰라....

이런 감정은 정말 태어나서 처음이다.


홍난 '하아.... 진짜.... 미쳤나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연 "아! 왜 또왔어 진짜!"


누가 왔는지 언니는 잔뜩 화내고 있었다. 현관으로 쾅쾅. 화난 발걸음을 옮겼다.

대체 누구길래 저리 화를 내는걸까?

다리에 힘이 안들어가서. 할수없이 엉금엉금 의자에서 내려와서.

나는 살며시 언니 뒤를 쫒았다. 


---------------------------



벌컥


이연 "왜 또 온건데!"


문을 열자마자 언니는 화를 냈다.


재국 "사람이 모처럼 온건데, 좀 좋은 말좀 해주면 안되나?"

이연 "우리 홍난이 괴롭혀놓고는. 좋은 대접 받길 바랬어?"

재국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걘 안된다니까!"


상대방은 차재국이였다. 언니 뒤로 살짝 보이는 그는 이상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파란색 골덴 재킷과 초록색 셔츠. 난해한 패션에 내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연 "뭐가 안되는데 뭐가! 그리고 그저께 영찬이는 왜 안챙겼어! 어? 영찬이 기자한테 둘러쌓여서 큰일날 뻔 했잖아!"

재국 "아니 그땐 좀 일이 있어서...."

이연 "일은 무슨.... 날백수 주제에 일 핑계나 대고.... 차라리 좀 더 그럴듯한 변명을 대보시던가"

재국 "...."


완전히 죽었다. 

차재국은 언니 앞에서 꼬리 말린 개처럼 빌빌댔다.

처량하게 눈을 내리깔은 모습.

많이 고소했다.


홍난 '언니 화이팅! ㅋㅋㅋㅋ'


싱글벙글 웃고 있는데 째릿한 시선이 느껴진다.

차재국의 시선. 몰래 훔쳐보고 있던 나를 발견했나보다.


그렇게 꼬리말려놓고! 째려보면 누가 겁먹을까봐?

나는 혀를 내밀어 그를 골렸다.


홍난 '메롱~'


차재국이 끓어오르는 듯 이를 꽉 깨무는게 보였다.

한번 더해야지!


홍난 '베에에에~'


그가 터졌다.


재국 "이게!"

이연 "뭐? 이게? 지금 나한테 화냈어?"

재국 "아니 그게 아니라...."

이연 "나한테 화낸거 맞잖아! 미쳤어?"

재국 "그게.... 그.... 그러니까.... 송이연 니가 아니라...."


큭큭큭큭. 혼나보라지. 

나는 계속 그를 골렸다. 


홍난 '흥~'


화를 참는 차재국에게 언니가 선언했다.


이연 "화낼거면 앞으로 얼씬거리지도 마!"

재국 "아니 그게 아니라...."



무시하고 문을 닫았다. 

먼지나는 것 만졌다는 듯 손을 탈탈 털고는.

돌아서서 나를 향해 다가왔다.

쪼그려 앉아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연 "잘했어 홍나나 ㅎㅎㅎㅎ"


알고 있었나보다. 내가 차재국을 놀리고 있었던 것을. 

그래서 그가 화가 났다는것을 언니는 아주 잘 알고 있었나보다.

나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홍난 "ㅎㅎㅎ 언니 나이스플레이!"

이연 "당연하지. 너는 내꺼고, 나는 니껀데. 당연히 죽이 착착 맞아야지 ㅎㅎㅎㅎ"

홍난 "ㅎㅎㅎㅎ"


웃는 나에게 언니가 말했다.


이연 "앞으로도 그렇게 해. 혹시라도 만나면 막 발도 밟아버리고 그러라고"

홍난 "네! 그럴게요 ㅎㅎㅎㅎ"

이연 "근데 왜 땅바닥에 앉아있어? 어디 아파?"

홍난 "아.... 아뇨... 그냥... 다리에 힘이 풀려서 하....하하하하...."


그 말에 언니가 나를 지그시 쳐다봤다.

이글이글. 열망이 가득한 눈이였다.

혹시.... 또?

꼴깍하고 침이 삼켜진다.


홍난 "왜.... 왜요?"

이연 "...."

홍난 "...."

이연 "에이. 아니다. 한번 봐줄게. 밥이나 먹자"


들썩

나를 들었다.


홍난 "어... 어어..."


이.... 이건.... 공주님 안기?

아으으.... 

뺨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홍난 "뭐.... 뭐 하시는거에요!"

이연 "힘 없다며? 데려다 줄게 부엌까지. 기어다니긴 좀 그렇잖아"


그럴듯한 말을 하고는 있지만. 허벅지와 겨드랑이 아래를 만질만질하는 손모양이 딱 사심 가득한 그거. 

티비에서나 보는 그 카사노바들 같았다.

변태.... 못말린다니까....


약간의 애정섞인, 따지려는 내 눈빛을 본체 만체하며.

언니는 그대로 부엌으로 향했다.



------------------------------



쾅쾅쾅쾅


재국 "아오 진짜!"


차 안 뒷자석. 그곳에선 재국이 한창 발광중이였다.

홍난에게 당한게 너무 억울해서. 그는 애꿎은 차만 괴롭혔다.

그의 머릿속엔 온통 어떻게 하면 눈엣가시같은 홍난을 치워버릴 수 있나 그 생각 뿐이였다.


재국 "잘해볼려고 하는데 꼭 이상한 게 방해를...."


그는 이연과 다시 한 번 잘해보고 싶었다. 이연과는 달리 그에겐 2개월 간의 기억이 없어서.

그는 이연과 나쁘지 않게 헤어진걸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재국은 쌀쌀한 이연의 태도를 통 이해하지 못했다.


재국 "아마 그 불여우가 송이연을 꼬셔서 저렇게 만들었겠지...."


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남사스러운 일. 

여자와 여자의 그렇고 그런 관계.

그가 생각하기에 이연은 이미 자신과 결혼했었었음으로, 그녀를 꼬신건 그 불여우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투덜투덜 혼자서 홍난을 욕하고 있는데.

앞에서 기사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기사 "그러지 마시고 다른 사람 이용하는게 어떻겠습니까?"


재국이 물었다.


재국 "뭔 소리야?"

기사 "그. 있잖습니까. 사장님 동생"

재국 "내가 무슨 동생이..."


있었다. 재수 없는 놈 하나가 있었다.

그는 앞 시트를 발로 차며 말했다.


퍽!


재국 "야! 그 자식 내 동생이라고 하지 말랬지!"


기사는 묵묵히 참았다.


기사 "어쨋든 이해준 점장이랑 그 여자. 심상치 않은 사이니까. 사장님께서 이해준 점장을 밀어주는건 어떻습니까?"

재국 "뭐?"


반문하는 재국에게 기사가 계속 말했다.


기사 "이해준 점장이 그 여자를 차지할 수 있도록요. 그럼 사모님은 자연히 혼자가 될거고. 

      혼자가 되면 사장님이랑 다시 잘해볼수도 있지 않아 싶어서요"

재국 "...."


재국이 잠잠해졌다.

턱을 매만지는게. 좋은 생각이라고 여긴듯 했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그가 말했다.


재국 "차 돌려"



--------------------------------



그래서 그는 해준에게로 갔다.

선진백화점 점장실. 

그가 문을 열어젖히니 해준이 왠 이상한 책을 보고 있었다.

환생이니 불교니 하는 책. 참 취미도 요상쩍다 싶다.

그는 가볍게 시비를 걸었다.


재국 "뭐냐 이 책은? 왜? 죽게? 죽어서 새로 태어나게?"


해준이 무시했다.


해준 "에휴...."


한심하다는 눈빛이 느껴졌다.


빠직


관자놀이에 힘줄이 솟았다. 

짜증났다. 요즘 개나소나 자신을 별거 아닌듯 여기는 것 같아. 재국은 화가 치밈을 느꼈다.

그러나 부탁하러 온 것은 재국 자신이라 화를 가라앉히며 그는 쇼파에 앉았다.


재국 "흠흠"


손을 비볐다. 괜히 앞에 있는 미역 과자를 깨작이기도 하고, 다리도 떨어보고 그랬다.

홍난에 대한 이야기. 아무래도 너무 유치한 이야기라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다.

쉽게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 모습이 답답했는지, 해준이 먼저 그에게 물었다.


해준 "빨리빨리 용건 말하죠? 어울리지 않게 머뭇거리지 말고?"

재국 "크흠흠.... 그.... 홍난인지 뭔지 하는 여자. 어떻게 할거냐?"


그답지 않게. 차분하게 물었다.

해준은 그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다.


해준 "뭘 어떻게 해요"

재국 "아니. 빨리 치워버리라고. 니가 가져가라. 송이연 매니저 직에서 해고를 시키든, 송이연을 계약해지하든 해서 니가 가져가라고"


은하그룹 외동딸 한홍난.

대단한 집의 자식이였다. 평소처럼 조폭을 불러서 손댈수는 없었다. 

오직 해준만이 그녀를 이연에게서 멀어지게 할 수 있었다. 

그가 홍난을 잡아채가야 이연이 혼자가 될 수 있었다.


해준이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쳐다봤다.


해준 "혹시 뭔 약 드셨습니까? 아님 약 드실 시간이 지났습니까?"

재국 "뭐? 좋게 말하면 좋게 듣지 그래?"

해준 "아니 무슨 해가 서쪽에서 뜬 것도 아닌데 안 그럴 사람이 그러니까...."

재국 "왜? 그럼 내가 명령해주리?"


재국의 입가가 뒤틀렸다. 

해준. 시덥잖은 짓을 그만두고 그에게 따졌다.


해준 "저한테 뭘 시키고 싶으면, 우선 백화점에 지금 하고 있는 짓거리부터 하지 마시죠?"


재국이 되물었다.


재국 "무슨 짓거리? 난 모르는데?"

해준 "모르긴"


그가 재국에게 서류를 건넸다.

받아든 재국.


펄럭펄럭


종이 넘어가는 소리가 여러번 들리더니. 



다 읽었는지 이내 서류를 덮었다.


재국 "진짜 모르는 일인데? 내가 이런 더러운 짓 할 정도로 교양없는 사람으로 보이냐?"

해준 "교양이 있으셔서 그 날 사람들 보는 앞에서 홍난이 망신줬습니까?"

재국 "아아아아. 그건 그거고. 아무튼 난 모르는 일인데?"


그의 대답에 해준은 오늘 아침을 상기했다.


''''''''''''''''''''''''''


재국이 오기 전. 아침에 해준은 정부장, 마부장과 잠시 만났었다.

정부장이 어제 저녁 쫒아갔던 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고.

그러다가 시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다.


지훈 "기둥 그림자 때문에 얼굴을 제대로 보진 못했는데. 어딘가에서 들어본 것 같은 목소리였습니다.

      하나 재대로 본게 있다면 손목에 있던 시계가 특이했다는건데...."


해준이 물었다.


해준 "어떻게 특이했는데요?"

지훈 "일반 금색 시계긴 한데. 동그랗지 않고 네모난 모양에. 시침들이 초록색을 띄고 있었습니다. 테두리는 살짝 파란 빛이 감돌았구요.

      누구 시계인지 통 감이 안잡혀서...."


그가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데 마부장이 끼어들었다.


마부장 "그거. 고실장 시계 아닌가? 차사장님이 준걸로 알고있네만...."


지훈이 마부장을 쳐다봤다.


지훈 "차사장님이요? 그 분이 뭘 남한테 주실 분이 아니신데...."

마부장 "그렇긴 하지. 그 시계도 망가진 시계라서 고실장한테 떨이하듯 넘긴건데, 고실장이 고쳐서 쓰고 있더만. 

        난해한 스타일이. 딱 차사장님이나 살만한 시계 아닌가"


난해한 스타일. 평소 재국의 차림을 생각해보면 그럴만했다.

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준 "음... 그렇긴 하죠. 그럼 배후가 형이라는 소리겠죠?"


마부장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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