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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 개돼지가 꼭 읽어야 할 기사모바일에서 작성

ㅇㅇ(39.7) 2018.03.10 05:59:41
조회 387 추천 2 댓글 0

시선]고민하는 법, 질문하는 법\'

요동지시(遼東之豕). ‘요동 땅의 돼지’라는 뜻이다. 중국 요동의 한 농부가 축사에서 태어난 흰 돼지를 상서롭게 여겨 황제께 바치고자 강을 건넜다. 그런데 가서 보니 그곳엔 온통 흰 돼지가 아닌가. 식견의 좁음, 자기가 아는 것만이 진리인 양 착각하는 자기중심적 태도를 꼬집는 말이다. 사람들은 고민하는 법, 질문하는 법을 잊어간다. 정보의 진위 여부를 따지거나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은 머리 아프고 귀찮은 짓이 됐다. 다수가 주장하면 거짓도 진실이 된다. 이 ‘다수의 진실’은 합리적 이성을 마비시켜 페이크뉴스, 음모론을 퍼다 나르게 한다. 그렇게 “여러분! 서명운동하면 FIFA에서 스위스랑 재경기 열어준대요!” 같은 촌극이 벌어진다.

제주시 인구와 우리나라 육군 병력이 각각 60만명, 김보름과 박지우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달라고 청와대에 청원한 사람들 수와 같다. 일부는 인신공격과 저주를 퍼부었다. 후원사가 후원을 중단하고, 선수는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을 흘렸다. 메달을 따고도 죄송하다는 말만 했다. 팀추월 경기에서 뒤처진 노선영을 홀로 두고 결승선을 통과했다는 것, 낙심한 동료를 챙기기는커녕 오히려 탓하는 뉘앙스로 인터뷰를 했다는 것이 분노의 이유였다.

나도 몹시 화냈지만 하룻밤 지나니 그 정도로 분노할 일인지 의아했다. ‘왕따’ ‘모욕’ ‘국가 망신’ 따위 단어들이 나를 열받게 했는데, 생각해보니 모호한 인상이자 추측에 불과했다. 타 방송사 중계 영상을 찾아봤다. “있어서는 안 될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며 목청 높인 모 방송사와는 달리 “끝까지 붙어줘야 한다” “체력을 안배하는 전략을 짰어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인터뷰를 다시 보니 경기 상황에 대한 지나치게 솔직한 설명이었다. “풉” 웃었다는데, 나는 몇 번을 봐도 모르겠다. 이후 밝혀진 팩트들을 살펴보니 왕따 논란이 부풀려진 허구임을 알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최근 노선영이 한 방송에 출연해 “팀추월 경기에서 발생한 상황은 다른 선수들과의 조합에서도 생길 수 있”으며 “개인 인성과 관련된 문제는 결코 아니”라고 밝히면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중은 김보름에 대한 마녀사냥을 멈추지 않는다. 논란이 한창일 때 나는 SNS에 그녀를 용서하고 반성할 기회를 주자는 글을 올렸다가 사이코패스, 왕따 가해자라는 소리를 들었다.


불과 2분짜리 인터뷰로 왕따, 인격 살인, 국가 모독의 혐의를 씌우고, 국가대표 자격 박탈 구형을 하고,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며 형량을 선고하기까지, 잔혹한 재판이 일사천리 진행됐다. 기부를 해온 선행이 밝혀지자 ‘이미지 세탁’이라 하고, 옹호하는 여론은 ‘댓글 알바’라며 몰아세웠다. 한 현상을 다른 시각으로 본 타자들, “왕따가 아닐 수도 있다” “관용을 베풀면 어떨까”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적대시했다. 타자성을 배격하는 자기중심적 동일성의 폭력, 끔찍하다. 사과해야 할 사람은 김보름이 아니라 함부로 돌을 던진 방송사와 언론, 60만명이 이룬 ‘요동’이다.

결이 다른 얘기 한마디 덧붙인다. 빙상연맹이 갈아엎어질 때 엘리트 체육 시스템과 국민들의 인지부조화도 고쳐져야 한다. 국가대표 축구팀에 “투지가 실종됐다”며 엿을 던지던 사람들이 이번엔 “메달에 연연치 말고 즐기라”고 했다. 선수들에게는 올림픽이 평생의 꿈이자 전부다. 메달을 못 따면 박수는 받아도 현실의 삶이 고달파진다. ‘정직한 땀’ ‘모두가 승자인 감동’은 우리 눈높이의 감상주의일지도 모른다. 선수들이 사는 현실은 전쟁터나 다름없기에, 그들에게 “즐기라”는 것은 우리더러 임용고시, 행정고시, 수능, 취업 면접을 즐기라는 말과 똑같다. 연맹이 제대로 일하고, 엘리트 체육 구조가 바뀌어 선수들의 미래가 보장되고, 국민들의 이중성마저 개선되면 김보름과 노선영, 이승훈과 정재원을 두고 사람들이 만들어낸 논란 따위는 아예 생기지 않을 것이다.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803092032005&code=990100#csidxb23f30772c0afbea4005d144497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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