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꿈을 먹겠다니 반가운 마음에 몇 자 적습니다.
목소리가 성우 같다라는 말... 말 그대로 성우같이 근사한 목소리란 뜻이라면 칭찬으로 받아들여도 괜찮습니다. 목소리 좋다는건 분명 타고난 재능 중 하나죠.


다만, 저 말이 "성우처럼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말한다"는 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물론 저 말 자체도 나쁜 건 아닙니다. 성우답게, 다른 사람보다 훌륭한 말을 한다는 건 분명 좋은거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성우 같다\'란 말을 오해하고 잘못 표현할 때가 있습니다.

밑에 어느분이 성우 흉내를 낸 개그 프로그램의 일부 동영상을 게시했는데, 만약 이걸 성우분들이 보셨다면 상당수가 불쾌해 했을겁니다. 특히 유만준 선생님... 이 분이 수업 중 한번 개그맨들이 성우를 소재로 쓰는 것에 대해 무겁게 지적한 적 있습니다.

"성우들 중에서 겉멋만 잔뜩 들어 우리 말을 해치고 이상하게 말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곤 했는데 이게 결국은 진짜 성우의 말과 정반대인, \'불구의 말\'을 쓰는 사람처럼 성우들 전체의 인식을 버리는 거다. 오죽하면 개그맨... 누구냐 그 무 갈던... 그런 식으로 개그맨들이 소재거리로 쓰는 일이 벌어지겠냐. 개그맨들이 성우 흉내를 내면 사람들이 \'진짜 성우같다\'며 웃어대지. 왜 성우같이 말하는데 웃냐고. 죽은 말이고 웃기는 말이라서야. 우리 성우들도 인식을 잘못 심은 걸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성우의 목소리를 들으면 \'근사하다\', \'뭔가 독특하다\'라고 인식하는데, 물론 성우라면 일반인보다는 뭔가 멋지고 뛰어난 목소리, 그리고 보다 능숙한 말의 조련이 필요하죠. 그러나, 원론적으로는 일반인보다 더 자연스럽고, 부담 없는 생활 속의 말... 다시 말해 특이한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말을 그들보다 더 보통 사람답게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이 기본입니다. 유만준 선생님 등이 말하는 \'성우의 말\'은 전혀 특이할 것 없이 일반 사람들의 생활(정상적) 언어를 발휘하되, 그 안에서 자기만의 개성적 목소리나 장점을 특화한 \'같지만 뭔가 다른 말\'... 뭐 저도 아는게 거의 없습니다만 제 나름 찾은 해답은 이겁니다.


헌데 많은 이들은 성우라 하면 뭔가 \'성우틱하다\'라면서 일반인들이 쓰는 말과는 두드러지게 다른 변형된 모습을 떠올리죠. \'성우틱하다\'라는 것도 사람마다 그 의미가 다르겠지만 분명 상당수는 지적해 왓던 잘못된 방향으로 흐릅니다. 그것이 웃기는 것이든, 아니면 근사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든 간에 일반인과 전혀 다른 말을 구사한다고 떠올려버리면 그건 큰일입니다. 만일 이 경우에 해당한다면 아카데미에 찾아오더라도 선생님들은 다른 걸 가르치지 않고 "말부터 다시 배우고 오라"고 할겁니다.


극단적 예를 들어, 과거 70년대 이전의 대성우들... 엄앵란, 신성일, 허장강 같은 과거 명배우들의 목소리를 후시녹음하던 분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우린 뭔가 좀 이상하다고 하죠. 분명 당시엔 그것이 트렌드고, 또 말이란게 시대에 따라 달라지니 당시대의 그 분들 말 자체를 함부로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감히 저 분들에게 어찌 함부로 말하겠습니까. 다만, 현시대에서 성우 지망생이 저런 말을 "성우다운 말"이라며 자신있게 꺼낸다면 뭔가 위화감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물론 그렇게까지 정도가 독특한 경우는 요즘 드물죠. 말 그대로 예를 든 겁니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어딘가 모르게 말이 독특하게 피어오른다... 그것이 허용치 안에서 자신만의 개성으로 표현된다면 그건 공부하면서 개성적 장점으로 살릴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근본을 지켰다는 전제 하의 말입니다. 성우들이 지향하는 \'진짜 성우의 말\'을 해하는 수준이고 아까말한 근원에 닿지 못하게 만드는 수준이라면... \'불구의 말\'이 됩니다. 절대 금해야 하죠.
해서 \'너 성우같다\'란 말을 무작정 칭찬으로 받아들이면 큰일입니다. 설령 \'목소리 좋다\'라고 목소리에만 국한해 말했다고 해도, 그게 목소리 뿐 아니라 제가 지적하던 부분까지 함께 포괄한 경우도 있으니까요. 

 
성우의 진짜 말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너 성우처럼 좋은 말을 하고 목소리가 좋다\'고 칭찬한다면 그건 더없는 칭찬일 겁니다. 문제는 아직 많은 이들이 여러 연유로 인해 그것을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글을 늘어놓는 저 조차도 저 영역은 감히 짐작도 못하고 있습니다. 성우가 되면 알까요, 아님 성우가 되어도 대성우 반열에 오르는 날에야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적어도 개그맨들이 성우 흉내를 내면서 뭔가 특이하고 웃기다고 전달하는 그 특성 자체, 죽은 말을 \'성우틱\'하다며 근사하다는 칭찬으로 옮기고 또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건 잘못된 것입니다. 이 경우라면 칭찬자가 정말 근사하게 느껴 표현했어도 칭찬이 아니라 당장 고치고 바로잡아야 할 점을 지적해 준 것이라 받아들여야 합니다.

맥주 한캔 마시고 취기(한 모금만 먹어도 상당히 어지러운 특이체질입니다)에 쓴 거라 글이 험한지 어떨지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