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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주의) 너기해를 보고 오랫동안 가졌던 의문을 완전히 정리했어.

dd(220.79) 2017.07.13 01:28:56
조회 2331 추천 17 댓글 10

너기해에 보면 싸이코패스 범죄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잖아.

이 드라마를 보면서 싸이코패스에 대해서 어떻게 여겨야할지, 참 많은 생각을 했어.

드라마 속의 악역도 사실은 불쌍한 과거사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지. 그럼 그런 것들을 동정하면서 범죄자를 불쌍히여겨야하나?

하지만 범죄자가 저지른 극악무도한 짓은 끔찍하다는 것 또한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고.

그럼 그런 악역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하나, 하는 것에 대해서 너기해 이후로 꽤 오랫동안 고민했던 것 같아.

 

내가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인데, 톤도라는 가난한 나라에 사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야.

이 아이가 사는 곳은 마약상과 범죄자가 들끓고, 길거리엔 잔인한 범죄를 당한 사람들 시체가 널브러져 있는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곳이지.

찢어지게 가난한 삶, 인정도 없고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삶이라고 할 수 있어.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어도 대다수는 그런 곳에서 한 아이가 가진 꿈이 뭔줄 알아?

창녀가 되는 거였어. 사실 이 아이 뿐 아니라 이곳에 사는 얼굴이 좀 이쁘장하다고 생각하는 여자아이들은 꿈이 창녀가 되는거야.

왜냐하면 적어도 몸을 팔면 돈은 벌고 살 수 있으니까. 심지어 딸이 그런 결정을 내린 걸 기뻐하는 부모님도 있대. 마치 어른스러운 결심을 한것처럼.

너무 불쌍하지. 아이가 무슨 죄일까, 얼마나 힘들고 더럽고 치사한 세상을 보며 자랐길래, 그런 일을 꿈이라고 말하는 걸까.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우리에게 이건 들은 이야기인데, 어떤 애는 자기 꿈이 창녀가 되서 몸 파는 거래!

라고 말한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는 어머 어떻게 그런 걸 꿈이라고 말하고 다니지? 하고 생각할거야. 마치 한번도 본 적 없는 아이가 걸레인 것처럼 비난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상황을 온전히 알고 있는 게 아니지. 만약 정말로 그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아이에게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물어볼거야.

 

(지금 말하고 있는건 싸이코패스의 범죄를 불쌍히 여겨야 한다는게 아니고, 한가지 논리를 이끌어내기 위한 단계라고 생각해줘.)

 

자, 여기서 간단히 정리를 해보자.

창녀가 되겠다는 꿈은 바람직한게 아니야. 좋은 게 아닐 뿐더러 옳지도 않은 꿈이지. 하지만 그 아이가 그런 걸 꿈이라고 가지게 된 배경을 이해할 수 있어.

내가 그 아이의 상황을 '이해'했다고 해서 그 아이의 꿈을 '응원'하거나 '동조'해야하는 것은 아니야. 그렇지만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아이 자체를 비난하지는 않을거야.

 

(지금 바로 싸이코패스에 대해 대입하는 건 올바른 단계도 아니고 논리도 아니야. 논리 비약이지. 이쯤에서 일반적인 결론 하나를 끌어내야해.

 거봐 긴글 주의라 했지?)

 

그래서 어떤 생각을 싫어하는 것과 사람 자체를 미워하는 것이 난 다르다고 생각해. 어떤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그사람의 특정한 생각을 미워할 수 있는거고,

그 사람이 가진 특정한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 자체를 미워하는 건 아니야.

쉽게 말해서 A라는 사람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 자체를 비난할 수 없어. 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게 된 개인적인 사정이 있을 수 있어.

그리고 위에서 말했던 창녀의 꿈을 가졌던 아이가 올바른 교육과 사랑의 지도를 통해 제대로 된 멋진 꿈을 가질 수 있었던 것처럼,

사람이 가진 생각이라는 건 얼마나 오래 그 생각을 확신하며 살았든 간에 변화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단지 그 사람의 인생을 지나가는 하나의 순간일 뿐이지.

 

쉽게 말해서, 무엇인가를 받아들이거나 미워하는 것은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이 작용한다는 거지.

이성적인 사람은 한 대상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여러가지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거야. 착하다의 기준도 마찬가지야.

성실한 직장인의 모습을 착하다고 여길 수도 있고, 남편에게 따뜻한 아내의 모습을 착하다고 여길 수도 있고, 불의를 참지 않는 정의로운 학생의 모습을 착하도 여길 수도 있는거야.

그 직장인이 타인에게 깐깐하고 그 아내가 집안일에 게으르고 그 학생이 자기 일에 불성실하다 등은 또 다른 하나의 평가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가 가지는 다양한 평가의 의미가 희석되는 것도 퇴색되는 것도 아니지.

 

하지만 싸이코패스는?

싸이코패스는 내가 보기에 크게 세가지가 위에서 말한 톤도의 아이와 달라.

1. 범죄를 저지르는 싸이코패스는 실제로 '선천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성향이 있을 수 있어. (폭력적이거나, 잔인한 장면에 무감각하거나, 타인의 고통에 감정이입하지 못하거나)

2. 우리가 만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는 대부분 이미 성장한 상태.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교육으로 성향을 바꾸거나 올바른 지침을 받기가 어렵지.

3. 창녀가 되어 몸을 파는 것처럼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생명을 짓밟고 뭉개는 "끔찍한" 행동을 한다는 거야.

(난 싸이코패스라는 사람 자체를 비난할수 없어, 라는 식의 말을 하려는게 아니야. 싸이코패스인 범죄자는 비난받아 마땅하지. 사람을 죽인건 그 '사람' 이잖아.)

 

하지만 한가지 같은 것이 있다면, 불우한 가정 환경 속에서 있었다는 거야.

다만 보편적인 경우에서 톤도의 아이는 경제적 혹은 사회적인 압박과 절망을 느끼는 삶을 살았다면

싸이코패스들은 보통 끔찍한 가정학대에 시달리거나 차마 눈뜨고 볼수 없는 참혹한 광경들을 바라보며 살았다는 것이지. '불우함'의 느낌이 다르달까.

 

그래서 처음 이 드라마의 악역의 슬픈 과거에 대해 알았을때는, 물론 지금보다 더 어려서 그랬기도 했지만,

조금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 사회의 폭력과 방임에 시달리고 범죄자가 된 사람들은 어떻게 여겨야 하는 거지? 그들은 나빠. 하지만 그들은 때론 불쌍하기도 해.

그럼 나는 그들에 대해서 뭐라고 결론을 내려야 하는걸까?

 

위에서 내린 결론을 다시 가져와보자면, 하나의 대상에 대한 여러가지 평가가 있을 수 있다는거야. 여러가지 입장도 있을 수 있고.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어느 한편만 맞거나 어느 한쪽만 받아들여야하는 것은 아니며, 서로 상반된 결론이 있다고 해서 그 결론들의 의미가 희석되지도 퇴색되지도 않지.

 

그래, 그들은 불쌍한 과거를 살았어. 내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끔찍해. 난 그들의 불행을 '이해'해. 하지만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범죄에 동조하거나 그들의 미친 논리에 공감하는 건 아냐.

사람들은 가끔 보면 싸이코패스들이 불행한 가정사가 있었다는 걸 안타깝게 여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해.

그들은 그냥 '선천적'으로 '악마'같은 성향을 타고 태어났고 그게 촉발되었을 뿐이라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우리가 그들의 비뚤어진 삶을 살게 될때까지 받았던 가정학대와 끔찍한 폭력을 사회적 차원으로 막지 못했다는 사실,

그 문제를 받아들여야만 그들이 온전한 벌을 받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들이 범죄에 대해 처벌을 받을 때 불우한 어린시절을 참작하는, 그런 비슷한 말이 나오는 것은

아직 우리 모두가 이 사회의 모순을 인정하고있지 않아서가 아닐까. 그냥 날 때부터 괴물이야. 걔는 그렇게 될 애인데 더 심각해진 것 뿐이야, 라는 식으로

사회의 문제를 덮어두려는 태도, 무시하려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 때문에 그것이 불공정하다는 이상한 논리가 생겨버린 것이 아닐까.

 

우리가 그들이 싸이코패스 '범죄자' 가 된것에 사회의 책임도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되면

그것과 너가 저지른 그 끔찍한 짓들은 별개의 문제야. 너의 유년의 불행을 '이해'해. 하지만 그건 너의 범죄의 '이유'도, 벌을 덜 맏을 '이유' 도 될 수 없어.

우리가 이미 다함께 사회의 문제를 고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너같은 괴물이 생겨나는 일이 없도록, 아이들이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지 않도록

땀흘리며 바꿔가고 있으니까. 다른 무엇보다도, 너에게 당한 그 사람들은 애초에 니 비뚤어진 분노를 받을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까.

라고 말할 수 있을것 같아.

 

내가 너기해를 보고 오랬동안 고민했던 것에 대한 결론은,

그래, 난 이준영 자체를 미워해. 하지만 이건 그냥 뭉뚱그려서 내린 결론도 아니고 그 사람을 성급하게 판단한 것도 아냐.

그 사람의 과거, 그사람이 겪었던 모든 불행을 '이해'한 후니까 그 사람자체의 비뚤어짐을 미워할 수 있어. 그사람의 삶의 논리와 사람 자체를 미워할 수 있어.

중요한 기준을 누락하고 진행한 평가는 공정한 평가가 아니지만, 난 모든 것을 고려했고

그래서 난 이준영은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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