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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성펌]이설 삼국지

철리길 2006.05.10 10:30:32
조회 156 추천 0 댓글 4


∑ 후삼국지 삼국지의 결말에서 아쉬움과 통탄을 느낀 독자는 황하의 모래알처럼 많았을 것입니다. 창업자도 아닌,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등장하는 사마염(司馬炎)이란 엉뚱한 인물이 천하통일의 주인공이 되다니... 그 숱한 영웅들의 몸부림은 물거품으로 사라져버립니다. 아아, "뒷사람들 탄식하며 공연히 가슴 설레네!(後人憑弔空牢騷: 삼국지연의 마지막 문장)" 얘기가 조금 더 이어졌으면...하고 바란 독자들 역시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걸 노렸던 것일까요? 여기 그 '틈새시장'을 노렸음직한 작품이 있습니다. 이 <후삼국지>의 원제는 <통속속삼국지(通俗續三國志)>입니다. 누가 썼을까요? 나카무라 고오젠(中村昻然)이라는 정체불명의 일본인입니다. 원록(元祿) 연간에 썼다니 1688년에서 1703년 사이의 작품으로 여겨집니다. 후대의 위작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사마염이 세운 서진(西晋)의 통일기는 23년에 불과했고, 흉노, 선비, 강, 저, 갈의 다섯 이민족의 화북 진출로 5호 16국(五胡十六國) 시대가 전개됨은 다 아실 겁니다. 이때 서진을 멸망시키고 화북을 일시 점령한 국가가 흉노족이 세운 한(漢)이었습니다. 이때 서촉 지방에는 성(成)이라는 나라가 세워지고, 사마씨의 일족이 강남에 동진(東晋)을 건국, 일시적으로 다시 삼국의 형세가 갖춰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만으로 <후삼국지>를 쓸 수는 없겠죠. 작가는 흉노가 사마씨를 몰아내고 세운 국가의 이름이 한(漢)이고, 그 군주가 유(劉)씨인 것에 주목, 한의 개국자 유연(劉淵)이 바로 촉한의 후주(後主)가 낳은 일곱 번째 아들로서 어릴 적에 흉노 땅으로 피난간 인물이었다고 설정해 놓은 겁니다. 이 설정은 이미 삼국지연의의 기초였던 <전상삼국지평화> 등에서 나타난 바 있던 요소라고도 합니다만... 그래서 소열제 유현덕의 손자는 마침내 낙양과 장안을 점령, 사마씨를 몰살하고 천추의 한을 풀었다는 얘깁니다. 허나, 사실 촉한(蜀漢)과 유연의 일족은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습니다. 그냥 소설상의 가공일 뿐입니다. 이 작품은 전편의 영화를 되살리려는 듯 관우, 장비, 제갈양, 황충 등의 자손을 총출동시키는데, 그 설정이 너무 작위적이어서 실소를 불러일으킵니다. 이 어처구니없는 도식화는 후조(後趙)를 세운 석륵(石勒)이 다름아닌 조자룡의 손자였다는 부분에서 그 절정을 이룹니다. 결국 석륵이 한을 멸망시키고 후조를 개국했다는 데서 소설은 끝나는데... 도대체 인물설정, 사건전개, 구성, 문체 그 어느 곳에서도 '전편(前篇)'의 웅장하고 역동적인 스케일을 찾을 수 없습니다. 한 마디로... 그렇습니다. <후수호지(後水湖志)>나 마찬가지로, 정말 시시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래도 <후수호지>는 전편에 나온 등장인물이나 그대로 나오지... 일곱 권씩이나 되는 이 책을 읽느니 차라리 삼국지를 한번 더 읽는 게 낫습니다. 사족..... 놀라운 사실은, 80년대 대본소에 <고우영의 후삼국지>라는 만화가 나왔었다는 것입니다. 완결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만화가 전혀 고우영씨의 그림체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팔비당>의 후반부나 <역수의 시> 등과 마찬가지로, 아마도 '문하생 판(版)'이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 반삼국지(反三國志) 위 '후삼국지'에서 말씀드린 '독자들의 한(恨)'을 푸는 방법으로는, 구차한 속편을 쓰는 것보다는, 차라리 완전히 새로운 '대체 역사'를 쓰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릅니다. 때는 중국이 남쪽의 광동 국민정부(國民政府)와 북쪽의 북경 군벌정부(軍閥政府)로 분열돼 있던 1924년, 한 고서(古書)가 발견됐으니... <삼국구지(三國舊志)>라는 제목의 이 책은 기존의 역사를 완전히 뒤집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소열제, 즉 유비 현덕이 조조와 손권을 토벌하고 삼국을 통일, 마침내 한실(漢室)의 중흥에 성공한다는 충격적인 책이었다! 이런 식으로 시작되는 이 책의 서문은 물론 가공입니다. 1924년에 주대황(周大荒)이라는 법무관 출신의 중국 작가가 쓴 소설입니다. 삼국지의 결말을 뒤집어 '착한 사람이 이긴다'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낸 것이죠. 주대황은 손문(孫文) 계열의 정당인 중국혁명동맹회에서 활동했단 얘기도 있고, 이 작품을 통해 조조를 북양군벌에, 유비와 공명을 손문과 장개석에 비유하려 했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주목할 점은 이 '대체역사소설'이 가져다주는 뜻밖의 재미입니다. 정말 권선징악과 사필귀정정신으로 가득찬 이 책은 촉한정통론에 충실한 삼국지연의의 골수팬들이라면 아주 통쾌하게 읽을만한 책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 '대체역사'의 갈림길이 조조가 서서(徐庶) 어머니의 편지를 위조해 그를 불러들인 대목이라는 점입니다. 수경선생이 편지가 가짜임을 간파해 서서를 붙드는 데서 역사가 달라진다! 구성, 문장, 인물성격, 사건, 분위기... 모든 점에서 삼국지 원작의 성격을 그대로 계승, 그럴듯한 얘기를 만들어냅니다. "모든 정사(正史)는 거짓말이다"란 작가의 말처럼,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처럼, '가짜 역사'를 통해 오히려 역사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으려는 정신이 이 작품을 장난 이상의 것으로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단점 두 가지. 첫째, 만약에 디즈니가 삼국지를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면, 어쩐지 이 작품을 대본으로 삼을 것 같다. 둘째, 자꾸 읽다보니 웬지 예전에 날밤새던 시뮬레이션 게임(삼국지 I -_-;)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림원, 명문당, 대제학 세 출판사에서 책이 나와 있네요. 3권이군요. ∑ 진순신(陳舜臣)의 <제갈공명(諸葛孔明)> '감히 충무공의 휘(諱)와 같은 이름인' 일본의 저명한 역사소설가의 작품입니다. 두 권으로 돼 있고, 까치에서 91년에 '정식 절차를 거쳐' 출판됐습니다. 1985년부터 5년동안 일본의 <중앙공론>에 연재된 작품입니다. 두 권이라는 분량은 마치 삼국지 다이제스트판을 읽는 것 같지만, 시종일관 제갈양의 시각으로 다뤘다는 점이 특이합니다.(옛날 계몽사 세계위인전집의 제갈양편을 읽는 기분도 듭니다만...) 무엇보다도 앞부분 1/3가량이 삼고초려 이전이라, 삼국지에 거의 소개되지 않은 제갈양의 전사(前史) 부분이 상당히 주목됩니다. 산동에서 태어나 부모를 여의고 숙부를 따라 남양의 초가집으로... 이 과정에서 제갈씨와 허소(젊은 조조를 평가한 인물)의 교류가 등장하는 등, 당대의 사상적 배경(특히 불교와 도가)도 상당히 탄탄하게 드러냅니다. 매우 담담하고 '건전한' 분위기로 서술해 나가는 이 책은, 표지의 카피가 무색할 정도로 결코 독자의 상상력을 뒤집지 않습니다. 때문에 매우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신출귀몰한 전략가 제갈양이라기보다는, 합리적이고 인본주의적인 정치가 및 경영자로서의 제갈양을 강조합니다. 삼국지연의 원본에서 인색했던 제도사적 이야기도 상당히 많습니다. 고우영과 이문열이 의혹을 제기했던 '관우와의 라이벌관계'는 나오지 않습니다. 관우의 죽음은 순전히 제갈양의 실수인 것으로 처리돼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광채를 발하는 부분은 결말입니다. 오장원에서 죽어가는 공명은 마지막 독백을 통해 "사실 나는 천하를 통일하려 한 것이 아니라 천하를 분열하려 했다. 통일은 인민을 불행하게 할 뿐... 분열과 혼란의 세계야말로 경쟁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창조한다"라는 충격적인 말을 내뱉습니다. 작가의 독특한 역사관이 유감없이 드러나는 부분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삼국지를 읽지 않고 이 책을 읽는다, 역시 안 되겠죠? ∑ 기타카타 겐조(北方謙三)의 <영웅 삼국지> 매우 간결하고 스피디한 문체로, 삼국지 전편의 인물과 상황들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창조한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1996년 일본에서 출판됐고, 우리나라엔 서울문화사에서 13권으로 나왔습니다. 삼국지의 대체적인 줄거리를 살리면서도 정치, 경제, 전략과 심리적 상황 등을 매우 논리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하고, 치밀하면서도 풍요롭게 서술합니다. 모든 영웅에겐 나름대로의 의지와 땀과 명분, 그리고 대업을 향한 과정이 있고, 특별한 주인공은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작가가 지어낸 '가공'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소설의 소설화라고 할까요? 출처 : 조선일보 유석재씨의 연재 칼럼중 편집-정리 하였음을 밝힘니다.   전 이중에서 반삼국지만 읽어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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