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내가 해결했어야 했는데 ... 내가 ... 나 때문에 진거다, 이건. '

덕아웃으로 돌아온 오푼갑은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한 참 자책감에 빠져있던 오푼갑의 귀에 그립던 준혁이 형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해영아, 오푼이 봐라 ㅋㅋㅋ 풍선 불면서 졸고있어 ㅋㅋㅋㅋ '

' 저도 가끔 저럴때 있어요, 많이 힘든가봐요. '

이젠 해영이 형의 목소리까지 들려옵니다.

너무 힘든 나머지 환청이 들리는가 싶어 간신히 눈을 뜬 오푼갑은 어리둥절해하며 덕아웃을 바라봤습니다. 그곳에, 그리운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10년도 전에 함께 했던 수많은 동료들. 특히 많이 그리워했던 준혁이 형, 해영이 형이 옆에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괜시레 마음이 편안해지고 언제부턴가 무겁게 등을 짓누르고 있던 책임감이 원래부터 없었다는 듯 사라진듯 했습니다.

내가 여태까지 꿈을 꾼 것인가- 하며 오푼갑이 멍하니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을 때

양준혁과 마해영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오푼갑을 바라보곤 웃었습니다.

' 정신 차려라, 오푼아. 네가 흔들리면 안됀다. 여기에 이젠 너밖에 없잖아.'

'그렇다고 이렇게 너무 책임감에 눌러쌓이진 말고 임마 ㅋㅋㅋ '

앉은자세로 고개를 든 오푼갑은 햇빛에 의해 그들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두 형들이 점점 뒷모습만 보인 채 멀어져가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말소리도 점점 뿌옇게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마지막 한 마디를 끝으로 그들의 말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습니다.

' 사자들을 부탁한다. '

오푼갑은 그저 엉거주춤한 자세로 손을 뻗은 채 굳어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갑자기, 세상이 희멀겋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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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푼갑은 잠에서 깨어났습니다.